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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에 반도체 수출 제한 준비...업계 "화웨이 제재 때와 상황 다르다"

대러 반도체 수출 비중 0.8%..."화웨이 때와 다르다"
러 생산공장 있는 스마트폰·가전에 영향 번질 수 있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21조2000억원의 R&D 투자를 집행했다. 사진은 화성사업장 클린룸 전경. [사진 삼성전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운이 고조되자 미국이 고강도 경제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러시아에 반도체 부품 수출을 금지하는 등 공급망을 옥죄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에 대한 수출 제재가 있을 경우 러시아에서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2020년 9월 미국은 화웨이를 제재하기 위해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미국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는 한국산 반도체를 제재 품목에 포함한 적이 있어, 업계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은 최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와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 차단 등 새로운 대러 수출 제한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NSC는 이들에게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 전례 없는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1일 미국이 “항공, 반도체나 다른 부품들에 사용되는 첨단 기술의 대러 수출 통제를 논의하고 있고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컴퓨터나 다른 소비재 수출도 통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이런 무역 제한이 미국의 대러 수출뿐 아니라 다른 외국산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수출 비중 30% VS 0.8%…반도체 업계 상황 다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CEO 서밋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대러 제재가 강화되더라도, 2020년 화웨이 제재 때만큼의 피해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러시아가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러 반도체 수출액은 7500만 달러(약 890억원)로 전체 수출액(99억8300만달러)의 0.8% 수준이다. 반면 미국의 중국 경제 제재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 우리나라 대중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1.2%(한국은행)였다. 
 
특히 미국의 칼날이 향했던 화웨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빅 바이어’였다. 화웨이에 제재가 가해지기 전 삼성전자는 전 사업군을 통틀어 화웨이가 5대 매출처 가운데 한 곳이었고, SK하이닉스는 화웨이 매출 비중이 11%를 차지했었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중국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로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 설계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반도체에 대해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반도체 시장에서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생산 장비, 수요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영향력이 강했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했었다. 반면 러시아는 빅테크 기업 같은 핵심 공급처가 없어, 반도체 수요가 크지 않은 나라다. 
 

미국 반도체 지수 급락…주가·가전·스마트폰에는 영향 있을 수 있어

지난해 11월 전차와 자주포·야포 등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가 우크라이나에서 가까운 국경에 대규모로 집결한 모습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대러 제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의 수출에는 큰 타격이 없더라도 주가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반도체주 등락이 우리나라 증시에도 영향을 미쳐서다. 이번 주 들어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는 10% 이상 급락했다. 빅테크주 하락도 영향을 미쳤지만, 반도체가 경제 제재의 핵심이 될 수 있어 미국 반도체 업계에 불확실성이 증가되고 있다.  
 
또 가전이나 스마트폰, 자동차 등 완성품 제조사들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주에서 TV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도 모스크바 외곽 루자에서 생활가전과 TV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한국기업의 시장점유율도 높다. 러시아는 세계 6위 스마트폰 시장이자 유럽 최대 수요처로 삼성에게는 놓쳐서는 안 될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0%가 넘는 1위 사업자다.
 
정인교 인천대 교수(국제통상학과)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 강도와 목록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느냐에 따라 반도체부터 다른 상품까지 규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압박 강도에 따라 미국의 제재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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