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신인류를 아시나요?"...WAVY세대의 부상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트롯열풍 이면에는‘액티브시니어’ 문화 파워
경제적 시간적 자유 위에 온라인 소비 확대
맥북과 아이폰 첫 구매자 'WAVY세대' 주목 필요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고, 당연하게 소비생활에서도 많은 부분을 바꿔 놓았다. 그런데 가장 뚜렷한 소비행태 변화를 보인 집단은 누구일까. SNS를 통해 바이럴을 주도하고, 구매력도 높은 디지털 네이티브인 MZ세대일까? 대답은 ‘노’다. 정답은 놀랍게도 액티브 시니어로 대변되는 5060 소비자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8월 내놓은 ‘세대별 온라인 소비행태변화’라는 보고서를 보면 2019년과 20년 사이 온라인 결제 건수 증가율과 결제액 증가율에서 1위는 단연 50대와 60대였다. 그뿐만 아니다. 쿠팡, 배달 앱, OTT 결재액을 토대로 본 앱 서비스 결재액 증가율 최상위 역시 이들이다. 심지어 얼마 전 시작된 새벽 배송의 원조인 ‘마켓컬리’에서도 2021년 이들이 차지한 비중이 무려 25%에 이른다.
이들 중 일부는 디지털 기기에 능숙해 ‘실버 서퍼(Silver Surfer)’ ‘웹버족(Webver, 인터넷을 뜻하는 Web과 노인 세대를 지칭하는 Silver의 합성어)’과 같은 신조어로 불린다. 빅데이터 컨설팅회사 롯데멤버스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이 발간한 ‘2020 트렌드 픽(Trend Pick)’에 의하면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3,925명 중 30.6%가 인터넷 쇼핑을 이용한다.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대생)의 인터넷 쇼핑 비중(35.0%)과 격차가 크지 않은 결과다.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소비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른 MZ세대에 주목하며 이들에게 어떻게 구애를 할 것인지를 고민하던 마케터들이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에 주목하기 시작하는 이유다.
시간적 여유 많고 경제력까지 갖춘 세대
우리나라의 액티브 시니어는 과거 ‘실버세대’라고 불렀던 이들과는 다르다. 이들은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5060세대들로 그들의 20대에 그랬듯, 발 빠르게 유행을 받아들이고, 한국이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던 그들의 30대에 그랬듯, 높은 구매력으로 요즘 가장 뜨는 시장의 중심에서 흐름을 주도해 나가는 그룹이다.
이들이 50~60대가 되자, 시간적 여유가 더해져 이들의 안정된 경제력 기반 위에 어느 시대의 50~60대보다 활발하게 자신들을 위해 주체적으로 삶을 즐기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인류로 탄생한 것이다. 고교평준화를 경험하고, 졸업정원제로 더 넓어진 대학 문을 통해 교육 수준도 높아진 이들은 산업화와 민주화로 일군 자산이 더해져 소비의 질적 수준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양적으로도 가장 의미 있는 집단이 되었는데, 2020년 행안부의 인구통계가 그 증거다. 우리나라 50대와 60대의 인구 비중은 각각 16.6%와 13.5%로 전체인구의 30.1%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액티브 시니어 소비자 시장의 폭발력은 마케팅 현장 곳곳에서 보인다. 연예 프로에서는 마이너 종편채널이었던 TV조선을 메이저로 만든 프로그램 ‘미스트롯’ 과 ‘미스터 트롯’의 대박 행진의 이면에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문화 파워가 있다. 미스터 트롯 결승전의 문자 투표에 방송 사상 유례가 없었던 770만건 참여가 이를 뒷받침한다. 트롯 열풍과 더불어 탄생한 스타들을 이용한 마케팅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세정그룹 라이프스타일 패션 전문점 '웰메이드(WELLMADE)'는 전속 모델 임영웅과 함께한 트롯웰송 3탄 '젊.그.송'을 유튜브와 공식 SNS를 통해 공개했다. 지난해 트롯웰송 시리즈 1, 2탄에 이은 3탄은 공개된 지 불과 일주일여 만에 51만 조회 수를 돌파했고, '우리 영웅님과 찰떡', '웰메이드송 대박' 등 2,200여개 댓글이 달리며 액티브시니어 팬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온라인 주요 소비자로 서는 5060세대
지그재그는 네 편의 시리즈로 공개된 광고로 각각 162만회, 424만회, 117만회, 6만4000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녀는 광고에서 보통의 패션광고에서처럼 ‘나 따라해봐’가 아닌 ‘너네 맘대로 사’ 라는 메시지로 2030의 가치소비 심리를 저격했다. 물론 윤여정이란 특별한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한예슬과 같이 반짝이는 2030세대의 별 대신, 70대에 접어든 그녀를 선택하며 브랜드는 그들 삶의 새로운 롤 모델로 패션에 대한 인사이트를 준 것은 물론 젊은 감각을 추구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패션 플랫폼 참여를 이끌어 냄으로써 경쟁브랜드인 ‘에이블리’와 ‘브랜디’를 저만치 앞서가기 시작했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개념과 비슷한 우리식의 이름으로 ‘오팔(OPAL)세대’라는 신조어가 있다. Old People with Active Lives(활기찬 삶을 사는 신노년)의 약자로 매년 트랜드 리포트를 내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가 2020년의 새로운 키워드로 처음 제시한 ‘오팔세대’는 오팔 보석처럼 세대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색깔의 소비를 한다는 의미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대변하는 ‘58년 개띠’ 세대를 중의적으로 의미한다.
김 교수가 말한 ‘오팔세대’의 개념도 결국 새로운 소비의 중심으로 등장한, 전에 없었던 새로운 인류로서의 5060세대인 것으로 느껴 진다. 그런데 이들의 삶의 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변종 바이러스와 같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90년대 맥북과 2천년대 초반 아이폰의 첫 구매자였으며, ‘라이코스’ ‘야후’ ‘다음’과 같은 포털 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했던 웹시대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웹에서 앱으로의 이동하는 것이 귀찮거나 조금 미뤄도 되는 일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가족부양의 굴레에서 벗어나면서 만들어진 시간적, 경제적 자유를 자신에게 투자 하며 이전의 세대가 꿈꾸지 못했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소비그룹으로 재등장 한 것이다. 우리 삶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긴 코로나 팬데믹은 이들을 본격적으로 디지털 소비의 새로운 주역으로 끌어냈을 뿐이다.
신인류 WAVY 세대의 등장
광고회사 대홍기획이 올 초 발표한 WAVY세대라는 신조어도 주목할 만하다. Wealthy. Active, Value, Youth의 약어로 사회 경제적 부와 능동적 성향을 토대로 추구해온 가지를 단단히 다지고, 젊음을 놓치지 않으며 새로운 물결을 주도해 나가는 지금까지 없었던 신인류, 새로운 5060 세대를 일컫는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부산의 5060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통해 과거의 ‘OPAL세대’와 ‘액티브 시니어’로 상징되던 이들 그룹을 새롭게 정의했다. 우선 이들은 삶의 가치로 실속과 합리를 선호하며, 타인의 시선과 잣대보다는 본인이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소신껏 프리미엄을 향유 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분야는 큐어(cure) 즉, 치료가 아닌, 케어(care)를 목적으로 하는 건강관리(71%)라는 것을 파악했다.
아프지 않기 위해서 하는 건강 관리가 아니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라테스와 같은 케어 혹은 시술을 받는데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케어족’이다. 또한, 이들은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쇼핑이나, 배달 앱에 거부감이 적으며, OTT와 유튜브의 능숙한 디지털 프런티어다. 한편으로 지인 모임을 취미처럼 즐기며 얻고 싶은 정보는 주로 지인 모임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경험하며 전파한다. 마지막으로 WAVY 세대는 나이키, 애플, 테슬라, 파타고니아와 같은 감정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줄 아는 브랜드를 사랑한다. WAVY 세대가 과거의 새로운 5060에 대한 인사이트와 다른 점은 젊음에서 밀려 나와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젊음의 연장 선상에서 앞으로의 삶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신인류로 그들을 바라본 것이다.
015B라는 그룹의 ‘신인류의 사랑’이란 노래가 나온 것이 90년대 초다. 따져보면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던 신인류들이 지금의 ‘액티브 시니어’ 이자 ‘OPAL세대’이며 ‘WAVY’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이들이다. 한국 베이비붐 세대이자,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의 주역으로 부를 축적했고, 문화적으로는 10대엔 팝음악과 20대엔 마이클 조던을 동경했으며 30대에는 한국 대중문화의 전성시대 속에서 커리어 하이라이프를 구가 했던 이들, 또한 40대에는 아이폰을 가장 먼저 접한 이 세대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오늘날 MZ세대를 넘어 소비 시장의 중심이 된 신인류로 다시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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