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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보다 낫네” 상암동 운행 자율주행차 타보니 의외네

서울시 10일부터 자율주행차 유상 서비스
스마트폰 앱으로 탭하면 실시간 호출 가능
차선 변경 때 급 브레이크로 덜컹거리기도

 
 
 
지난 10일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안에서 특정 구역 내 자율주행차 4대가 운영되고 있다. 운전자는 운전하지 않고 차량이 제대로 운행하는지 지켜보며 만일의 사고 위험에 대비해 앉아 있다. 임수빈 기자
 
# 시속 40㎞/h로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자가 손을 떼고 앉아 있다. 이때 오른쪽 깜빡이가 알아서 켜지고, 우측 차선에 여유가 생기자 끼어들기에 성공한다. 차선을 바꾼 후, 도로 중앙을 똑바로 달리기 위해 핸들이 미세하게 돌아간다. 차도 가까이에 사람이나 자전거가 있으면 감지하고 속도가 저절로 느려지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시행되고 있는 자율주행차 운행의 한 장면이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운행지구’인 상암동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유상운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자율차 노선은 총 2개다. 상암A01(포티투닷 운행) 노선은 DMC역~에스플렉스센터~서부면허시험장~상암월드컴파크 7단지·5단지~상암파출소~DMC역 등 5.3㎞를 3대가 순환한다. 
 
상암A02(SWM 운행)는 DMC역~휴먼시아아파트~누림스퀘어~DMC첨단산업센터~MBC~SBS~DMC역 등 지하철역과 오피스단지 등 4.0㎞를 1대가 돈다.  
 
이용 승객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인 탭(TAP!)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율주행차를 호출할 수 있다. 첫 이용 고객은 무료, 그 다음부터는 거리와 상관없이 등록된 카드로 1회 이용마다 2000원이 결제된다. 
 
자율주행차는 실제 도로에서 어떻게 달릴까. 지난 15일 상암동을 직접 찾아 자율주행차를 타고 일대를 돌아봤다.  
 

‘면허 딴 지 한 달 된 초보운전자’라는데 운전 실력은 중상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도로 주행 상황을 파악하며 좌회전하고 있다. 운전자는 평소엔 자율주행차가 제대로 주행하는지 지켜보기만 한다. 그러다 승객이 승하차할 때,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날 때, 위급한 상황일 때 직접 개입해 조작 운전한다. 임수빈 기자
 
자율주행차는 아주 이른 아침이나 저녁, 점심에는 잡을 수 없었다. 운행시간이 오전은 9시 30분부터 12시까지, 오후는 1시 30분부터 4시까지 안으로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이용이 어렵다는 의미다. 또 정해진 지점 외에 원하는 목적지로는 갈 수 없다. 택시보다는 자율주행 셔틀 서비스로 이해하면 된다.  
 
앱에서 차량을 호출하자 바로 잡히진 않았다. 총 4대만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수요가 많으면 탑승이 어렵다. 잠시 후,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가 떴고 ‘1분 후 도착 예정’이라는 안내 문구도 나왔다. 
 
오후 2시 19분경, 운행 중인 자율주행 상암 A01 코스 차량에 탑승했다. 한국철도공사 서울차량사업소에서 출발해 서부YMCA에서 내리고, 한 번 더 결제해 다시 출발지로 도착하는 루트를 경험해 봤다. 
 
‘자율’주행이라고는 하나 운전석에는 운전자(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앉아 있었다. 자율주행 레벨 4(운전자 개입 없이 자율주행 가능)단계지만 현행법상 무인 자율주행이 아직 허용되지 않아서다. 세이프티 드라이버는 승객의 승·하차나 돌발 상황에 대처한다. 또 도로교통법에 따라 어린이 보호구역, 노인 보호구역 등에도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면허 딴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시는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립니다.”  
 
승차 이후 도로로 진입해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안내 스크린에 뜬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니 이런 안내 멘트가 나왔다. 이후 운전자는 손을 뗀다. 핸들은 스스로 돌아갔다. 신호에 맞게 브레이크를 밟아 멈춰 서기도 하고, 운행 최고 속도인 시속 50㎞/h 내에서 속도를 조절한다. 
 
다만 ‘초보운전’다운 티도 냈다. 차선 변경을 할 때 브레이크를 갑자기 밟아 몸이 덜컹거리기도 했다. 뒤차와 충분한 거리가 있다고 느꼈음에도 끼어들기를 주저하듯 속도를 줄여 답답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일반적인 택시 운전자들에 비해 도로 상황을 읽는 데 아직 미숙한 셈이다. 그 탓에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주행을 주도해야 할 때도 생각 외로 많았다. 
 
이에 대해 포티투닷 관계자는 “안전보다는 성능을 기준점으로 잡고 세팅하면 자동차 간 안전거리를 줄일 수도 있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며 “안전거리를 줄이면 끼어드는 차량이 없으니 급정거는 줄겠지만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안전성 측면에서는 사람 운전 못지 않다고 느껴졌다.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처럼 차도 가깝게 서있을 경우 속도가 알아서 늦춰지기도 했다. 
 
한 바퀴 돌아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기까지는 약 17분 정도가 걸렸다. 주행 거리와 상관없이 2000원이라는 기본요금을 낸다고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다. 
 
서울시는 올해 연말까지 상암동에 총 12대까지 자율차 유상운송을 확대해 자율차를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빠르면 3월부터 자율주행버스도 DMC~공원 지역을 오가는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임수빈 기자 im.su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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