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는 한국, 휠라는 네덜란드…국대 유니폼에 무슨일
[2022 베이징올림픽 이모저모②] 노스페이스 ‘웃고’, 휠라 ‘울고’
노스페이스 국내 판권 가진 영원아웃도어, 4번째 유니폼 제작
올림픽 효과 톡톡…로고 노출 빈도 높이고 소비자 반응도 ‘핫핫’
휠라는 승기 잡기 역부족 평가…귀화 살려 해외로 무게 실어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가는 가운데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단의 유니폼이 주목받으면서 ‘두 패션 브랜드’가 화두에 올랐다. 한국 선수단 유니폼에 새겨진 미국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이 입고 등장한 유니폼에 붙은 국내 브랜드 ‘휠라’다.
올림픽 후광효과를 노리려는 패션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두 브랜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다.
국가대표 가슴에 ‘노스페이스’…역대 최장수
국내 유니폼 역사상 최장수 파트너사로 활동 중인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대한체육회와 4년 계약을 더 연장하면서 2024년 프랑스 파리올림픽의 공식 단복 제작까지 이미 확보한 상황이다.
노스페이스는 올림픽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선 꽃다발을 주는 간이 시상식과 메달을 주는 공식 시상식이 두 번씩 열리고 황대헌, 최민정, 곽윤기 등 빙상 종목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노스페이스 로고 노출 빈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성공했다. 페트병 등 리사이클링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기술로 선수단복을 재활용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에 맞는 행보로 특별함을 더했다. 공식단복 한 벌 제작에는 페트병(500㎖ 환산기준) 약 200여개가 재활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소비자들 반응도 좋다. 올림픽에 맞춰 노스페이스는 선수단복 4종을 모티브로 한 ‘팀코리아 레플리카’를 내놨는데 인기가 높다. 시상용 단복을 모티브로 한 ‘베이징 팀코리아 V 재킷’은 공식몰에서 초기 물량이 짧은 시간 안에 품절됐고 선수들의 개·폐회식 단복을 모티브로 한 베이징 ‘팀코리아 다운 파카’는 벌써 리셀(재판매) 시장에 등장할 정도다.
노스페이스의 선전을 ‘올림픽’ 수혜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년간 국가대표 단복을 제작하는 대표성을 띄면서 기업 존재감이 부각되고 전 세계로 중계되는 스포츠 경기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런던 후원으로 3000억대 홍보효과…이제는 해외로
휠라는 ‘한국 귀화’ 브랜드라는 장점을 살려 올림픽 해외 마케팅에 더 무게를 실을 전망이다. 이번에 제작한 네덜란드 선수단 단복 역시 그 일환이다. 카메라에 비춰진 네덜란드 선수들은 한눈에 들어오는 오렌지색 유니폼과 가방, 신발에 새겨진 휠라 로고로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 필라 형제가 만든 브랜드지만, 2007년 한국지사가 글로벌 브랜드 사업권을 완전 인수하면서 ‘토종 기업’ 브랜드가 됐다.
휠라 관계자는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국제적 행사인 만큼 인지도 재고 차원에서 글로벌 후원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컬링, 봅슬레이 등 국내 후원 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노르웨이 빙상팀도 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토종’ 휠라가 버려지고 ‘미국’ 노스페이스가 선택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2017년 초 평창동계올림픽을 10개월 남짓 앞두고 대한빙상경기연맹과 벌인 싸움이 단초가 됐다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빙상 대표팀의 선수복 공급업체를 ‘휠라’에서 돌연 ‘헌터’로 바꾼 것이 화근이 됐다. 평창을 앞두고 5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해 새로운 경기복을 공개할 예정이었던 휠라는 뒤통수를 맞고 대한빙상연맹과 법적 다툼까지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업체간 다툼이 있고, 연맹이 껴 있는 데다 선수들 의견까지 불일치하는 등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면서 “반박자료에 보도자료를 쏟아내고 법적인 다툼까지 가는 휠라를 결정권자들이 좋게 봤을 리 없다. 소위 말해 제대로 찍힌 것 아니겠냐”라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주먹구구식 방식을 계속 고집하고 공정성과 공공성에서 더 멀어진다면 체육계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해관계와 득실을 따지기 보단 선수들과 나라를 위한다는 생각이 선행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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