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비트코인에 호재 vs 악재?…러시아 제재 영향은 [위클리 코인리뷰]
1일 루블화 표시 비트코인 거래량, 전일比 259% ↑
파월 美 연준 의장 “러시아 암호화폐 제재 필요”
SEC “NFT, 증권성 있는지 판단하겠다”…NFT 거래 ‘시들’
부테린, 러시아 옹호 발언에 “엿 먹어라” 분노 트윗
국내 5대 거래소, 러시아 IP 차단…국제 제재 동참
위클리 코인리뷰는 한 주간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을 돌아보는 코너입니다. 너무나도 복잡하게 흩어져있는 시장의 정보를 ‘코인러’ 여러분께 정리해 전달해 드립니다. 지난 일주일에 대한 리뷰이므로 현재 시세와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투자 결과는 투자자 본인의 책임입니다. [편집자]
이번주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세는 불안했다. 지난달 28일 벨라루스에서 양국간 회담 대표단은 5시간에 걸쳐 이번 사태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되려 회담 직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처럼 전쟁이 심화함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주처럼, 아니 지난주보다 우울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달 1일 들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들의 가격이 큰 폭 상승했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 조치 강화로 루블화 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러시아인들이 비트코인을 대거 매수한 것이다.
드디어 비트코인이 ‘위기에 강한 자산’, ‘디지털 금’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인가. 아니면 그저 변동성이 심한 불안정한 코드 한 줄에 불과한 것일까.
주간 코인 시세: “전쟁인데도 오르네”…비트코인, 러시아 수요 폭증
비트코인이 급등한 것은 러시아가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축출되자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러시아인들이 자산 폭락을 피하고자 대거 비트코인 매집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암호화폐 거래 분석사이트 크립토컴페어에 따르면 침공 당일 러시아 루블화로 표시된 비트코인 거래량은 달러화 기준으로 전날보다 259% 증가한 약 1310만 달러(약 157억원)를 기록했다. 러시아발 수요 증가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셈이다.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3일 들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전통적인 금융뿐 아니라 암호화폐 영역에서도 국제 사회의 제재가 가시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오후 4시 52분 비트코인 가격은 5065만5000원으로 24시간 전보다 4.30%(227만6000원) 하락했다.
시가총액 탑5 코인인 이더리움·리플·솔라나·에이다도 비트코인과 비슷한 흐름세를 보였다. 4일 오후 4시 30분 이더리움은 334만2000원, 리플은 905원, 솔라나는 11만2650원, 에이다는 1100원에 거래됐다.
주간 이슈①: 코인도 러시아 제재 목록…파월 “의회, 암호화폐 규제 나서야”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대(對)러시아 제재 방안 실효성을 묻는 의원의 질문에 “암호화폐가 러시아 경제 제재의 우회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암호화폐를 통한 탈세, 자금 추적 회피, 테러 자금 조달 등 다양한 금융 범죄 가능성이 부각되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는 별도로 암호화폐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규제안 마련에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옹호론자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워런 등 다수 의원도 파월 의장의 발언에 동의를 표했다. 이들은 국경 간 거래를 숨길 수 있는 암호화폐 거래에 우려를 표하는 내용의 서한을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보내기도 했다. 의원들은 “암호화폐가 활용되는 그림자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와 함께 다양한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이날 옐런 장관 역시 암호화폐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시카고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는 데 암호화폐네트워크가 도움되는 경우에는 자금세탁방지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제재의 대상이 된다”고 언급했다.
미국 외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도 러시아 개인이나 기업이 암호화폐 사용하는 것을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G7 순회 의장국인 독일과 프랑스 재무장관이 연이어 암호화폐 규제 조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날 브뤼노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한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금융제재를 우회하는 데 사용되지 못하게 암호화폐에 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등 강도 높은 금융 제재 조치를 취했다. 스위프트는 200여개국 1만1000개 은행을 연결하는 국제 통신망으로, 여기서 배제된 은행은 국제 금융시장 접근이 극도로 제한된다.
주간 이슈②: SEC, NFT 규제 나서…판매가격·거래액도 줄었다
SEC가 시행 중인 새로운 규제 조치는 NFT의 증권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단계인 것으로 밝혀졌다. 블룸버그는 “SEC가 NFT 관련 상품이 전통적인 증권처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모이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달간 SEC 집행부의 담당자들이 특정 NFT와 관련 토큰업체에 정보를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SEC의 NFT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최초로 포착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를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SEC의 NFT 증권성 여부 조사가 국내 NFT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부터 증권성검토위원회를 통해 NFT, 증권형 토큰, 조각 투자 등에 대해 증권성이 있는지 판단하고 자본시장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최근 NFT 판매 가격과 거래액도 눈에 띄게 줄었다. NFT데이터 조사업체논펀저블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 사상 최고치인 6900달러(약 838만원)에 달했던 NFT 하루 평균 판매가격이 최근 2000달러(약 24만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또 3일(현지시각) 기준 NFT 하루 평균 총 판매액은 약 2620만 달러(약 318억3300만원). 지난 1월 31일 하루 평균 총 판매액 1억6020만 달러(약 1946억4300만원)에 비하면 약 8분의 1 수준이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 보면 30%가량 감소했다.
글로벌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의 거래량은 지난 일주일 동안 30%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적으로 불었던 부양 기조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지정학적 긴장감이 커지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하락 압력을 받았다”며 “NFT 가격 후퇴에도 영향을 미쳤으며, SEC 조사 등 규제 강화 가능성도 시장이 주춤한 요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주간 인물: 이더리움 창시자 부테린 “이더리움은 중립적이지만 난 아니야”
부테린은 이전부터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4일 부테린은 트위터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에 대한 평화적 해결을 포기하고 전쟁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이 매우 화가 난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인과 러시아인에 대한 범죄이며, 모두의 안전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더리움은 중립적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며 본인의 생각을 강조하는 트윗을 올렸다.
지난달 27일 부테린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도울 기회가 여기에 있다”며 “수익금은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돕고 있는 민간 활동에 쓰인다”는 내용과 함께 우크라이나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페이지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3일(현지시각) 코인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DAO는 2188ETH의 기금을 마련했다. 실물화폐로 환산하면 610만 달러(약 74억원) 수준이다.
주간 거래소: 국내 5대 거래소 일제히 러시아 IP 차단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러시아 IP를 통한 모든 접속 시도를 차단하고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로의 암호화폐 출금 제한 조치를 적용했다.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소에 제재 조치에 대한 지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국제적인 동향과 정부 방침 등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기존에도 북한·이란 등에 대한 접속 제한을 수시로 진행해왔으며, 위험 국가라고 판단되면 막는 것이 정책”이라고 말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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