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접고 ‘라면’에 충실…삼양식품, 외식사업 완전 철수
삼양식품, 마지막 점포 ‘호면당 광화문점’ 폐점
전인장 회장 지휘 아래 프랜차이즈 사업 뛰어들었으나
외식·라면사업 모두 휘청이자 본업에 충실하기로
삼양식품이 ‘호면당’ 광화문점 문을 닫으며 외식사업에서 조용히 손을 뗀 것으로 확인됐다. 호면당은 면 요리 전문 외식 브랜드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지난 2010년 취임 직후 인수한 곳이다. 라면 회사의 ‘외식사업 첫 발’이었으나 적자를 지속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삼양식품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외식사업을 접고 본업인 라면에 집중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해 말 마지막 영업장이던 ‘호면당’(광화문점)을 폐점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현재까지도 외부 간판은 그대로 있지만 영업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홈페이지도 서비스 종료 상태다.
호면당은 국내에서 라면기업으로만 알려져 있던 삼양식품이 처음으로 운영하게 된 외식업체로 전 회장이 애정을 쏟았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영업부진이 계속되면서 매장 감소 등의 위기를 맞고 결국 폐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면 요리 브랜드 호면당이 운영하던 ‘라멘:에스’(롯데월드타워점), ‘호면&반’(현대백화점 미아·부산점) 등도 사라진 상태로 업계는 삼양식품이 외식사업을 조용히 접고 본업인 ‘라면 사업’에 충실하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욕심냈다가…라면 2위 자리 내주고 애물단지로
삼양식품은 전인장 회장 지휘 아래 지난 2010년 호면당을 시작으로 제주우유, 크라제버거, 냉동 만두업체 ‘새아침’ 등을 인수하며 외식사업에 뛰어들었다. 2014년에는 호면당이 운영하는 라면 전문 브랜드 ‘라멘:에스’를 선보여 백화점 등에 입점했고, 프리미엄 매장인 호면당의 세컨드 브랜드인 ‘호면당팝’, ‘호면&팝’을 연이어 론칭하는 등 프랜차이즈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영업부진으로 적자폭은 매년 커졌다. 내수 부진에 외식사업 전망도 어두운 탓에 가맹점 확보도 힘에 부쳤다. 2012년엔 호면당 대표 메뉴를 라면으로 제품화 시켜 판매까지 했지만 이마저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제조업 중심의 삼양식품이 외식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발 빠른 트렌드를 읽어내지 못한 것이 패착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양식품이 외식사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동안 라면시장에서의 점유율도 급격하게 하락했다. 삼양식품은 2011년까지 라면시장에서 16%의 점유율로 농심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지만 2012년 점유율이 12%로 떨어지며 오뚜기에게 2위 자리를 빼앗겼다. 2018년에는 팔도에게 3위 자리까지 내주며 시장 점유율이 점점 추락했다.
‘불닭’·‘나가사키짬뽕’으로 반전 성과…해외 라면사업 확대
신사업뿐 아니라 본업에서도 고전하던 삼양식품의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바로 ‘불닭볶음면’이었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출시 직후엔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2016년 유튜브 열풍을 타고 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가 공유되며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 회장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다양한 파생상품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양식품 관계자에 따르면 불닭 브랜드 제품은 현재 기준으로 15종에 이른다.
2011년에 출시된 나가사끼짬뽕도 외식사업 적자를 상쇄한 주역 중 하나다. 나가사끼짬뽕은 호면당의 도움을 받아 출시된 제품이기도 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나가사키짬뽕은 호면당에서 테스트베드를 거쳐 탄생할 수 있었던 제품”이라며 “호면당을 통해 신제품 흥행 가능성을 예상해 볼 수 있어 매장은 현재 완전히 철수됐지만 나름대로 역할을 해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불닭 브랜드와 나가사키짬뽕 등의 인기를 등에 업고 2019년을 기점으로 수출 비중이 국내 판매 규모를 넘어섰으며 외형은 2배가량 커졌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2020년 7월~2021년 6월 식품업계 최초로 3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지난 2020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1.9% 증가해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020년보다 31% 감소했지만 농심·오뚜기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여 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라면 매출이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는 삼양식품의 외식사업 철수가 잘 되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의사결정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양식품의 미래는 ‘수출 라면과 조미소재·소스 부문’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양식품은 해외 라면사업을 본격 확대하면서 추가 성장을 이끌어 내겠다는 전략이다. 4월 준공을 앞둔 밀양 신공장은 해외 수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불닭 브랜드를 활용한 포트폴리오 확장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삼양식품은 불닭 ‘불닭소스오리지널’, ‘핵불닭소스’, ‘까르보불닭소스’ 등의 라인업 확장으로 판매량이 늘면서 지난해 조미소재·소스 부문 매출이 크게 뛰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과거에는 순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끌고 나가보자는 주의였지만 지금은 선택과 집중을 하는 방식을 취해야 할 시대라고 회사 측에서 인지하고 있다”며 “삼양식품이 내수보다 수출이 많은 기업이므로 이에 맞춰 해외 사업에 더 공을 들이고, 앞으로는 본업인 라면 사업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로또 1146회 1등 당첨번호 ‘6·11·17·19·40·43’,…보너스 ‘28’
2“결혼·출산율 하락 막자”…지자체·종교계도 청춘남녀 주선 자처
3“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설 것”
450조 회사 몰락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 징역 21년 구형
5노르웨이 어선 그물에 낚인 '대어'가…‘7800t 美 핵잠수함’
6'트럼프의 입' 백악관 입성하는 20대 女 대변인
7주유소 기름값 5주 연속 상승…“다음주까지 오른다“
8트럼프에 뿔난 美 전기차·배터리업계…“전기차 보조금 폐지 반대”
9"백신 맞고 자폐증" 美 보건장관의 돌팔이 발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