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나라” 내세운 尹, 거대 야당 문턱 넘어야
[윤석열 당선인 경제정책 분석] ‘공정 혁신경제’ 통해 성장
“민간 중심으로 시장에 맡긴다” 文 정부보다 개입 대폭 ↓
출범 즉시 80개 규제 폐지 등 혁신 통한 기업 경영활동 개선
국회 입법 필수적…‘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 끌어낼까
“정부는 시장의 거래비용을 낮춰주는 규제나 안전 관련 규제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시장이 알아서 하게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모델은 민간이 주도하는 ‘공정 혁신경제’로 요약된다. 정부·공공이 아닌 민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전환하고, 민간의 창의력과 시장 효율성을 최대한 활용해 혁신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게 골자다.
윤 당선인은 “시장의 원리를 존중하겠다”며 정부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할 것을 수차례 밝혀왔다. 동시에 시장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대폭 폐지 혹은 완화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전반적으로 친기업적인 제도 개편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제도 손질에 나서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소야대’ 구도의 정국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직후 기업 규제 80여 개 폐지…규제 개혁 시동
이를 위해 첫머리에 올린 공약이 ‘규제개혁 전담기구 신설’이다. 규제개혁 전담기구를 통해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의지다. 당장 새 정부 출범 즉시 사회 변화에 뒤처진 기업 규제 80여 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80여 개 규제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업의 경영활동 개선을 위해 재계가 호소했던 기업 성장과 투자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들을 폐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래차·이차전지·바이오 등 신산업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세제 지원 확대 ▶인공지능(AI)·문화콘텐트 등 분야에서의 유니콘 탄생 위한 규제 혁신 ▶개인 의료데이터 및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 ▶디지털 금융 혁신과 안정 위한 금융 규제 등도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관계인 범위 줄이고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매년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각 그룹으로부터 지정자료를 제출받는데 여기에 ‘특수관계인 현황’ 등이 포함된다. 만약 누락·허위가 있는 경우, 공정위는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고 검찰 기소 시 해당 총수는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재계·학계에서는 가족 형태의 변화에 따라 이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특수관계인 범위가 넓어 누락이 발생하기 쉽고 이에 대기업집단 총수가 공정위로부터 고발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공정위도 연구용역을 거쳐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은 대기업 총수 일가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삼성·현대차·CJ 등 대기업들은 최근 상속세나 승계자금 확보를 위해 주식 매각에 나선 상황이다. 주식 양도소득세가 폐지된다면 총수 일가들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된다.
노동시장 유연화도 윤 당선인의 경제 공약 중 하나다. 윤 당선인은 우선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지하되 노사가 합의하면 업무 종류별 특성에 맞게 근무시간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예외 적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제 개편도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앞서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170만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 200만원을 줄 수 없는 자영업자는 사업 접으라고 해야 하느냐“고 사업장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방안을 주장해왔다.
‘114 vs 172’ 여소야대 넘어 입법해야 공약 관철 가능
반면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이다.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포함하면 177석이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한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의석수를 더하면 179석이 나온다. 진보정당인 정의당 의석수(6석)까지 합치면 범야권 의석수는 185석에 달한다.
2024년 4월 22대 총선이 치러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당선인은 임기 초반 2년을 ‘여소야대’ 국면에서 보내야 한다. 거대 야당의 동의 없이는 어느 법 하나 쉽게 통과시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규제 완화 의지를 온전히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결국은 야당의 설득을 끌어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이 과정에서 규제 완화 수준이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언한 대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규제 개혁에 나서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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