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株 중 '주가 부양' 3박자 맞은 우리금융 날다…신한은 절반
[개미들을 위한 주총 시즌 체크 포인트]
우리금융,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중 최고 주가 상승률
신한금융은 사모펀드 충당금 등 비은행 악재로 기대 못미쳐
지난해 은행주 투자자들의 선택은 ‘우리금융지주’였다. 우리금융는 ‘완전 민영화’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정책’ 3박자가 맞아떨어지며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주주환원정책과 호실적을 바탕으로 2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신한금융지주의 주가 상승률은 가장 아쉬웠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12월 30일 종가 대비 2021년 12월 30일 우리금융 주가는 9730원에서 1만2700원으로 한 해 동안 30.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종가 기준으로 KB금융 주가는 26.73%, 하나금융은 21.88%, 신한금융은 14.82% 상승률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2873.47에서 2977.65로 3.62% 오른 것과 비교하면 금융지주 모두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우리금융, 민영화·CEO 자사주 매입에 주가 상승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23년의 숙원이던 완전민영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9일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 지분 9.33%(6794만1483주)를 매각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내려놨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 약 12조8000억원을 수혈한 지 23년 만의 일이다. 올해 2월 11일엔 지분 2.2%(1586만주)를 매각하며 잔여지분 5.8% 중 일부를 추가 매각했다.
우리금융 주가는 예보의 매각 소식과 함께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고, 손 회장이 자사주 매입을 통한 ‘책임 경영’을 보여주며 상승 동력을 얻었다. 손 회장은 3월 4일에도 5000주를 장내 매입했다. 지금까지 손 회장이 사들인 우리금융 주식은 약 10만8127주로 3월 14일 종가 기준으로 약 15억4080만원 가치에 달한다.
손 회장은 지난달 9일 우리금융의 2021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참석해 투자자들에게 직접 메세지를 전달하는 한편, 최근 외국인 대상 투자설명회(IR)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IR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지주사 설립 이후 첫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중간배당에도 손 회장의 주주환원정책 강화에 대한 의지 표명이 담겼다.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올해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B·하나금융, 주주환원정책 적극 시행
우리금융 외에도 KB금융과 하나금융, 신한금융 모두 주가가 10~20%대로 상승했다. 이처럼 금융지주들의 높은 주가 상승률은 배당성향 확대 등과 같은 주주환원정책과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중간배당 실시를 약속했다. 하나금융은 2015년부터 중간배당을 실시해왔다. 특히 지난해 지주 회장들은 주주들 앞에서 배당성향을 향후 30%까지 높이겠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만큼 주주환원정책 시행이 무난하다는 설명이었다.
2020년에는 배당성향을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20% 선으로 낮춰 주주들의 불만이 커졌지만, 앞으로 적극적인 배당 확대와 중간배당을 약속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으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주총에서 “배당성향이 30%는 돼야 한다는 게 일관된 생각”이라며 “코로나19라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배당을 낮춰 죄송하다.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배당성향 30%에) 접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약속대로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중간배당을 포함한 결산 배당액을 확대했다. 4대 금융지주가 올해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3조750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개 금융지주의 지난해 종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평균 6.3%에 달했다. 하나금융이 7.4%, 우리금융이 7.1%로 7%대 배당수익률을 보였고,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5.3%를 기록했다.
신한금융, 높은 비은행 비중이 ‘양날의 검’
신한금융은 4대 지주 중에서는 가장 낮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으로 인해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했던 것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분기에만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으로 3047억원을 적립했다. 지난해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은행의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은 약 4600억원 정도로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복적으로 발생한 펀드 관련 비용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라며 “이로 인해 주가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다른 금융지주보다 부진한 모습을 이어왔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금융환경이 악화되면서 카드, 증권사, 캐피탈 등 비은행 부분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비은행 비중이 가장 높은 금융지주사로 꼽히는데, 이것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그동안 비은행 분야의 양호한 실적이 신한금융 실적 개선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듯이, 향후 금융환경 악화로 비은행 실적이 부진하게 되면 주가 역시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각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 발표에 따르면 ▶국민은행 2조5908억원(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 ▶하나은행 2조5704억원(27.9% 증가) ▶신한은행 2조4944억원(20.1% 증가) ▶우리은행 2조3760억원(74.3% 증가)으로 하나은행이 처음으로 신한은행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한 것도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해 8월 6일 상장해 금융주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이후 지난해 12월 말일까지 15.47% 하락했다. 이후로도 하락세는 계속돼 올해 3월 15일 기준 5만25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순이익은 2041억원으로 양호했지만, 4분기 대출성장률이 3.3%에 그쳐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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