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SK·LG, 4대그룹 계열사 54곳 중 32곳 지난해 주가 올랐다
[개미들을 위한 주총 시즌 체크 포인트]
삼성, 계열사 16곳 중 8곳 올라…삼성엔지니어링 72%↑ 삼성생명 18%↓
현대차, 12개 계열사 중 8개사 상승…현대비앤지스틸 66%↑ 현대글로비스 8%↓
SK, 계열사 16곳 중 9곳 올라…SKC 85%↑ SK케미칼 43%↓
LG, 10개 계열사 중 7개사 상승…LG이노텍 99%↑ LG생활건강 32%↓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은 기록적인 호황을 누렸다. 코스피는 3000선을 넘나들었다. 코스닥지수도 1000 안팎에서 오르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상반기 소비 감소와 기업의 위축‧투자 심리 냉각으로 주식시장은 내리막을 걸었지만, 같은 해 하반기부터 상승 반전했다. 이듬해까지 이어진 투자 열기는 식지 않았다.
‘돈 풀기’라는 국제 흐름 속에 우리 정부도 동참하면서 시중에 자금이 넘쳤다. 주식시장이 가장 큰 수혜를 봤다. 제로(0) 수준의 금리 상황도 저축보다는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요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2020년 12월 30일 2820.51을 기록했던 코스피는 1년 뒤인 2021년 12월 30일 2977.65로 장을 마감했다. 상승률은 5.57%였다.
이 기간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 상장 계열사의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2021년 4월 공정위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공정자산 기준)를 살펴보면 1위는 삼성(457조원)으로 나타났다. 2위는 현대자동차(246조원), 3위는 SK(239조원), 4위는 LG(151조원)였다.
[이코노미스트]가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이들 그룹 상장 계열사의 1년간 주가 변동 현황을 조사했다. 4대 그룹 54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32개 기업은 주가가 올랐지만, 22개 기업 주가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의 삼성, 계열사 중 절반 주가 올라…삼성엔지니어링 72%↑ 삼성생명 18%↓
삼성그룹에서는 상장 계열사 16곳 가운데 8곳의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1년간 삼성엔지니어링이 1만3250원에서 2만2900원(72.83%)으로 가장 많이 올랐고, 삼성증권(11%)·삼성전기(10.96%)·제일기획(10.92%)이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주가가 떨어진 곳은 삼성생명이었다. 7만9100원에서 6만4100원으로 18.96% 하락했다. 삼성중공업(-14.67%)·삼성물산(-13.77%)·에스원(-13.06%)도 주가 흐름이 부진했다.
국내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한 주당 8만1000원에서 7만8300원으로 3.33% 내렸다. 지난해 1월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관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같은 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 국내외를 오가며 분주히 움직였지만,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5년 만에 미국을 찾아 열흘 동안 구글·MS·버라이즌·모더나 등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잇따라 만났다.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사업 전략 등을 논의하며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12월에는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출장길에 올라 중동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직접 나섰다. 그는 귀국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도 속속 진행됐다. 2021년 8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이 가동에 들어갔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 공장도 세울 계획이다. 삼성은 역대 미국 투자액 중 최대 수준인 170억 달러(약 20조4000억원)를 투자해,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시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한층 강화돼, 기존 고객에 신속히 대응함은 물론 신규 고객 확보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의 현대차, 12개 계열사 중 8개사 상승…현대비앤지스틸 66%↑ 현대글로비스 8%↓
현대자동차그룹은 상장 계열사 12곳 가운데 8곳의 주가가 올랐다. 현대비앤지스틸이 9870원에서 1만6450원으로 66.67% 상승했고 현대위아가 49.35%, 기아가 31.73% 올랐다. 현대차는 19만2000원에서 20만9000원으로 8.85% 올랐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18만4000원에서 16만8000원으로 8.7% 하락했고, 이노션은 5만9600원에서 5만5400원으로 7.05% 떨어졌다.
현대차와 기아는 반도체 수급난에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과거보다 자동차 판매량 자체는 줄었지만, 고급‧친환경 차량 판매가 늘면서 수익이 증가한 것이다. 2021년 연결기준 현대차의 잠정 매출액은 117조61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2조3947억원)보다 178.9% 늘어난 6조6789억원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취임 1주년을 맞아 숨 가쁘게 움직였다. 유럽과 미국·인도네시아를 차례로 방문하며 전기차 확대를 위해 공을 들였다. 정 회장은 “앞으로도 (유럽 점유율을) 많이 상승시켜야 한다. 가야 할 길이 멀다”며 “유럽에서 전기차를 더 많이 팔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JIExpo)에서 열린 ‘미래 전기자동차 생태계’ 행사에서 정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허브’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파트너 기업이 현대차그룹임을 강조했다.
최태원의 SK, 계열사 16곳 중 9곳 올라…SKC 85%↑ SK케미칼 43%↓
SK그룹은 상장 계열사 16곳 가운데 9곳의 주가가 상승했다. SKC가 9만4000원에서 17만4500원(85.64%)으로 가장 많이 올랐다. SK텔레콤은 41%, SK이노베이션과 SK가스가 각각 25.53%, 22.01% 상승했다. 반면 SK케미칼과 SK바이오팜은 43.10%, 42.49% 내렸고 SK디앤디와 SK디스커버리는 26.42%, 29.38% 떨어졌다.
최태원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와 연임 여부 결정 권한을 이사회에 부여해 총수로의 권한을 덜면서도 사업 확장을 위해 발로 뛰었다.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DC 교외 샐러맨더에서 현지 시각으로 6~8일 열리는 국제 포럼인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고, 10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일정에 합류한 바 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서는 “반도체 제조 시설(fab)을 짓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며 “미국에 반도체 제조 시설 건설을 위한 계획은 아직 없지만, 이를 위한 전제조건(precondition)을 살피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자회사 SK온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북미 배터리 사업도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의 LG, 10개 계열사 중 7개사 상승…LG이노텍 99%↑ LG생활건강 32%↓
LG그룹은 상장 계열사 10곳 중 7곳의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LG이노텍은 18만2500원에서 36만4000원으로 99.45% 올랐다. LG헬로비전은 3880원에서 5560원으로 44.30%, 로보스타는 1만9250원에서 2만6550원으로 37.92% 상승했다. 반면 LG화학과 LG생활건강은 각각 25.36%, 32.28% 하락했다. 지주사인 LG의 주가도 소폭(2.13%)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LG그룹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LX그룹의 분리 독립이었다. 2021년 5월 LX홀딩스·LX인터내셔널·LX하우시스·LX세미콘 등 LX그룹이 떨어져 나가면서 LG그룹의 상장 계열사 수도 14개에서 10개로 줄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구본준 LX그룹 회장과 상대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며 서로의 경영권 보장에 힘을 실었다. 구광모 회장은 보유했던 LX홀딩스 지분을 모두 정리했고, 구본준 회장을 이를 사들이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LG그룹의 장자 승계 전통과 잡음 없는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그룹의 덩치가 작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2021년 12월 30일 기준 LX그룹 상장 계열사의 시가총액은 약 5조원으로 집계됐다. LX홀딩스 시가총액은 7628억원, LX인터내셔널은 1조252억원, LX세미콘은 2조7210억원, LX하우시스는 5515억원이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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