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대장주’ 컬리, 7월부턴 일반 투자자 거래 막힐 듯”
금융위, 비상장주식 플랫폼 요건 강화 예고
‘사업보고서 공시 의무’ 등 항목 요구할 듯
투자자 보호 때문이라지만…“개미투자 막힐 것”
비상장주식 투자자에게 컬리는 ‘대장주’로 통한다. 가파르게 오르는 주가 때문이다. 지난해에만 243.73% 올랐다(서울거래 비상장 기준).
그러나 오는 7월부터 일반 투자자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컬리 주식을 사고팔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규제당국인 금융위원회에서 플랫폼 운영 허가기간을 연장하면서 거래가능 종목 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 때문이라지만, 일반 투자자가 비상장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창구를 사실상 막는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 적용해온 혁신금융서비스 특례를 2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두나무의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피에스엑스의 ‘서울거래 비상장’이 대상이다. 이들 플랫폼은 상장주식처럼 비상장기업 주식을 손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해 지난 2020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덕분에 금융투자업자(증권사 등) 인가 없이도 주식거래를 중개할 수 있다.
그런데 금융위는 특례기간을 연장하면서 3개월 안에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유일한 제도권 비상장주식 거래소인 ‘K-OTC’ 수준 이상으로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금융위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번 주까지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두 사업자에게 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벌써 “사실상 일반 투자자 거래를 막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K-OTC의 거래종목 지정 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대부분의 비상장기업이 종목 지정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 문을 열었지만, 현재도 거래 가능한 종목은 145개에 그친다. 2019년 출시된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거래 가능 종목은 496개다.
대표적인 요건으로 업계에선 사업보고서 공시를 꼽는다. 외부감사 대상 법인 가운데 주주가 500명 이상인 기업이 사업보고서 공시 의무를 진다. 비상장기업 중 해당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드물다.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유니콘 중에서도 그렇다. 대표적인 곳이 컬리다. 서울거래 비상장 관계자는 “현재 거래되는 종목 200여 곳 중 이를 만족하는 종목은 50곳 미만”이라고 말했다.
사업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는 종목이라도 명목상 거래할 방법은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해당 종목 기업으로부터 매출 공시 서류를 받으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상장기업이 사업전략 노출을 우려해 공시를 꺼린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K-OTC에 등록하면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받을 때 혜택이 있다”며 “민간 플랫폼엔 이런 유인책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계 때문에 두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는 전문 투자자 전용 플랫폼을 따로 열려고 하고 있다. 전문 투자자에 대해선 보호 조치를 마련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부부 합산 기준으로 ▶거주 부동산을 뺀 재산이 5억원 이상이거나 ▶직전 연도 소득이 1억원 이상이거나 ▶회계사 등 전문가 자격증을 지닌 사람이 전문 투자자 자격을 얻는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지난달 31일 “하반기 종목 제한 없이 비상장주식 거래가 가능한 별도의 전문 투자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바뀌는) 거래가능 종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7월부터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반 투자자는 기존에 갖고 있던 비상장주식만 매도할 수 있다. 서울거래 비상장 측도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사업보고서는 단순 재무제표만 있는 감사보고서보다 광범위한 사업내용을 담기 때문에 사실상 상장기업에 버금가는 요건”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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