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버리고 가나…가덕도신공항, 13조7000억 들여 2035년 문 연다
추진계획 26일 국무회의서 의결…정부, 예타 면제 추진
2030 부산엑스포 개최 이후 개항…경제성 평가도 낮아
부산 지역의 숙원이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밑그림이 나왔다. 국내 최초의 ‘해상공항’ 형태로 총사업비 13조7000억원을 들여 2035년 개항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추진할 계획이지만, 사업비 규모와 개항 시기가 당초 예상과 달라졌다. 이에 정계 일각에서는 경제성이 낮은 이번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추진계획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으로 지난해 5월 착수한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사타) 검토 연구용역’의 결과다.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항공대 컨소시엄은 가덕도신공항의 예상 수요를 2065년 기준 여객 2336만명, 화물 28만6000t으로 분석했다. 이는 김해공항의 국제선만 이전한다는 전제로 산출한 예상 수요다. 활주로 길이는 국적사 화물기(B747-400F)의 최대이륙중량을 기준으로 계산한 이륙 필요거리(3480m)를 고려해 3500m로 검토했다.
국토부는 이날 국무회의 의결에 이어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예타 면제를 추진한다. 당장 오는 29일 열릴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타 면제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부산시 “2030 엑스포 전까지 개항하도록 최선 다할 것”
그러나 정부의 가덕도신공항 계획안은 애초 사업 검토 단계에서 나온 구상과 비교해 공시 바용이 늘고, 개항 시기도 늦어졌다.
이날 국토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의 공사 비용은 13조7000억원이며 공사 기간은 9년8개월이다. 비용은 당초 예상(7조5000억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예상 수요 또한 부산시가 예측한 4600만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시가 제안했던 육해상 매립 방식이 채택하지 않아 공사기간도 길어졌다. 이에 개항 시기가 당초 계획했던 2029년 12월보다 늦어졌다. 정치권과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며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제공항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정작 개항이 미뤄지며 추진 계획의 명분이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이에 박형준 부산시장은 26일 가덕도신공항 추진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340만 부산시민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면서도 “우리 시는 대한민국 건설 분야 최고 전문가들과 다각도의 기술 검토를 하고 있으며 2030부산세계박람회 개최 전까지 가덕도 신공항을 개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낮은 경제성 평가에 사업 재검토 목소리도
이 밖에도 가덕도신공항은 경제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 23조원으로 추산됐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의 생산 유발효과 16조2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6조8000억원 수준이다. 고용 유발효과는 10만3000명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경제성 평가로 불리는 비용편익분석(B/C)은 0.51~0.58로 낮게 나왔다. 이 수치가 1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가덕도신공항은 현 정부 들어 낮은 경제성에도 사업 추진의 명분에 따라 예타를 면제하는 사업 가운데 단일 기준 최대 규모로 전해졌다.
이에 정계 일각에서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을 통해 “당초 예상과 달리 비용은 더 들고, 기간은 늘어나며, 여객과 화물은 줄 것이라 게 사전타당성 결과”라며 “이는 가덕도 신공항이 ‘승객과 물류가 아닌 표만 오가는 정치공항’이라는 점을 정부 기관이 검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업 타당성이 현저히 낮다는 정부기관의 결과를 정부가 뒤집으려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자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측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후속 절차인 기본계획, 설계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보다 상세한 지반조사, 최신 공법 적용, 최적 입찰방식 검토·도입 등을 통해 사업비, 사업기간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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