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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1세대’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92년 인생사 눈길

2000년, 아워홈 LG그룹서 독립 후 20여년 간
글로벌 종합식품기업 반열에 올린 구자학 회장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 [사진 아워홈]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12일 오전 5시 20분에 노환으로 향년 92세에 별세했다.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1930년 7월 15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姑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957년 姑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셋째 딸인 이숙희씨와 결혼하면서 10여년간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서 일했다. 하지만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당시 금성)와 경쟁 구도가 형성되자 구 회장은 LG그룹으로 돌아갔다.
 
1981년 럭키그룹 시무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하는 모습. [사진 아워홈]
1983 한·독 수교 100주년 기념사업 행사 모습. [사진 아워홈]
이후 그는 럭키(現 LG화학), 금성사(現 LG전자), 금성일렉트론(現 SK하이닉스), LG건설(現 GS건설) 등 LG 그룹에서 전문경영인으로 활약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LG유통(現 GS리테일) FS사업부(푸드서비스 사업부)로부터 분리 독립한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해 20여년간 아워홈을 이끌었다. 그동안 아워홈 매출은 2125억원(2000년)에서 2021년 1조 7408억으로 8배 이상 성장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현재 식품사업, 외식사업과 함께 기내식 사업, 호텔운영업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하는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났다.
 
LG에서 화학, 전자, 반도체, 건설,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핵심사업의 기반을 다진 경영자가 LG유통에서 가장 작은 아워홈 사업부를 분사 독립할 때 주변에서 의아해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역량보다 너무 작은 규모의 사업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 사업부를 몸담았던 거대 조직의 어떤 도움도 없이 2조에 가까운 지금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으로 성장시키는 데 일조했다.
 
2017년 지수원 개관식때 모습. [사진 아워홈]
2016년에는 장남인 구본성 당시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후계 구도가 갖춰졌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지난해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결국 회사에서도 해임됐다.
 
현재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6%를, 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합산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아워홈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최근까지 회장 직함은 유지하면서도 고령으로 사실상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와병에 들기 전 아워홈 경영회의에서 구 회장은 “요새 길에서 사람들 보면 정말 커요. 얼핏 보면 서양사람 같아요. 좋은 음식 잘 먹고 건강해서 그래요. 불과 30년 사이에 많이 변했습니다. 나름 아워홈이 공헌했다고 생각하고 뿌듯합니다”라며 “은퇴하면 경기도 양평에 작은 식당 하나 차리는 게 꿈이었는데,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그동안 같이 고생한 우리 직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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