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표에 뒤집힌 판"… 부산 촉진3구역 시공권 해지 놓고 소송전 돌입할까
조합 "시공사 해지 안건은 가결로 법적인 문제없어"
HDC현산 "시공사 해지 안건은 의결권 못 갖춰 효력 없어"
부산시민공원 재정비 촉진3구역의 재개발 사업 조합과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시공 계약 해지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3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촉진3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HDC현산에 시공 계약에 대한 해지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 22일 정기총회에서 실시한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에 대한 가결을 통보한 것이다.
당초 판독기로 진행한 1차 개표에서는 출석 조합원의 시공 계약 해지안에 대한 찬성표가 과반수에 못 미쳐 부결됐지만, 조합이 무효표에 대한 2차 수개표를 진행한 결과 일부 유효표가 나오면서 가결로 뒤집혔다.
이에 HDC현산은 '2차 수개표 진행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조합은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2일 총회에서 무슨 일이?
앞서 진행된 부산시민공원 재정비 촉진3구역 정기총회에서 시공사 해지 안건에 대한 투표 판독 결과 시공사 해지 찬성 749표, 반대 699표, 기권·무효 64표가 나왔다. 조합 정관이 정한 출석조합원의 과반수에 못 미치는 찬성 49.5%로 안건은 부결됐다.
하지만 조합은 무효표에 대해 2차 수개표를 진행했고, 12표를 유효표(시공사 해지 찬성 10표, 반대 2표)로 인정했다. 이로써 최종 투표결과 찬성 759표, 반대 701표, 기권·무효 52표로 정정됐다. 출석조합원 찬성표 비율 역시 약 50.2%로 과반수를 충족해 조합은 부결을 가결로 바꿨다.
조합은 무효표 중에서도 찬반에 대한 의사표현이 명확히 기재돼 있다면 유효표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례를 근거로 진행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변호사 입회하에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검증을 통해 진행됐고, 총회에 대한 모든 기록도 증거로 남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촉진3구역 조합 관계자는 “총회 결과가 법적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에 총회 전반을 기록으로 남겨둔 상태”라며 “절차상 법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사회를 거친 후 9월~10월 쯤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전 번질 가능성은 얼마나
이를 두고 HDC현산은 찬성 749표는 조합 정관이 정한 출석조합원의 과반수에 못 미치는 찬성 49.5%로 안건 부결이 맞다는 입장이다. 특히 1차 개표 이후 수개표 진행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정비업계에서는 결국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같은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과 시공사 간 대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서로 간 원만한 해결이 나지 않으면 결국 소송전까지 번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HDC현산이 촉진3구역 시공권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DC현산에게 촉진3구역은 핵심 사업지 중 하나로 시공사 해지를 당할 경우 타격이 크다. 촉진3구역은 공사비만 1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지로 부산 도시정비사업지 중 핵심 지역이다.
현재 HDC현산은 '증거보전'만 신청한 상태로 그 이상의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증거보전은 재판에서 정상적인 증거조사를 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현재의 증거방법을 이용하기 곤란한 경우를 대비해 미리 증거를 수집 보전하는 절차다.
HDC현산 관계자는 “각자의 주장이 있으니 객관적인 판단을 받자는 것을 조합에 요구하는 입장일 뿐 소송전과 같은 극한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조합과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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