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고객DB 영업’에 권유 전화만 수십통…대안 없나
고객 개인정보 거래해 보험 영업 활용하는 행태 여전
‘제3자 동의’ 고객DB 거래해도 합법…안심번호·두낫콜 확대 등 대안 필요
보험업계에서 공공연히 행해지는 고객DB(데이터베이스) 매매와 관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객 동의 절차가 부실한 것은 물론, 금융소비자들이 무분별한 보험 스팸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어서다. 고객DB 영업과 관련해, 개선점을 찾아 소비자 피해를 줄이려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DB에 목마른 설계사...‘고객 피해’ 부작용 우려
토스는 토스 앱 내 보험상담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제3자 정보 제공’에 동의한 고객들에 한해 DB를 판매했으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추가적인 위법성 여지는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처럼 설계사들이 고객DB를 사서 영업을 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처럼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고객이 존재해야 보험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DB는 이들에게 ‘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늘 영업에 목말라 있는 설계사 입장에서는 더 많은 고객DB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보통 업력이 길고 상담 등의 이력이 많은 보험사들은 직접 고객DB를 수집해 만들어 소속 설계사들에게 제공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도 직접 고객DB 수집에 나서거나 전문 브로커나 업체에서 DB를 구매해 설계사들에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며 설계사들의 온라인 영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설계사들은 개인적으로 건당 수만원에서 수십만원대 돈을 줘가며 개인정보를 구매해 영업에 나서고 있다. 알짜 고객DB는 이보다도 높은 시세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개인정보를 건당 7만원 가까운 가격에 팔았음에도 설계사들이 별 반발 없이 이를 구매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이 자리잡혀 있고 수요도 존재한다는 의미”라며 “특히 토스의 고객DB는 ‘보험상담을 직접적으로 원하는 고객의 정보’라는 점에서 설계사 입장에서 다른 DB보다 가치가 더 높다”고 밝혔다.
한 설계사는 “보통 홈쇼핑 보험 고객DB는 수십만원에 거래되는데 이는 먼저 전화를 걸어왔던 고객의 전화번호기 때문”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보면 토스의 건당 가격이 설계사 입장에서 비싼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험 권유 전화에 ‘피로감’
최근 고객DB 가격은 점점 상승하는 추세로 알려졌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미팅이 어려워지고 금소법 시행으로 영업 활로가 상당 부분 막혔기 때문이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구매한 DB를 통해 반드시 영업을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가 생긴다. 이때 굳이 권유하지 않아도 될 상품을 권할 수 있기 때문에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고객DB를 비싼 값에 살수록 설계사들의 무리한 영업이 심화될 수 있다.
고객 정보가 불법 재유통될 우려도 존재한다. 현재 고객이 특정 사이트의 회원가입 및 이벤트에 참여할 때 ‘개인정보 제3자 제공’에 동의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DB는 유료로 판매돼도 불법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객DB가 유출돼 재판매됐을 때다. 설계사들이 구매한 DB정보가 유출돼 다른 곳에 재판매되거나 불법 유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명백한 처벌 행위다.
안심번호 도입한 토스…‘DB영업 행태 달라져야’ 지적
다만 ‘제3자 정보 제공 동의’ 과정에서의 위법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만큼 고객DB 판매 관련 관리 감독은 더 강화될 여지가 있다. 고객들이 ‘제3자 정보 제공 동의’에 체크할 때 개인정보가 유료 판매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되는 식이다.
보험업계의 고객DB 영업 방식이 변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고객의 휴대폰 번호가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체로 거래되는 고객DB에는 보험보장분석이 가능한 정보가 기입돼 있다. ▶이름 ▶생년월일 ▶성별 ▶보험가입 정보 등이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고객과 접촉하는 것이 1차 목표기 때문에 휴대폰 번호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해 토스는 보험업계에서 이례적으로 안심번호를 도입하며 DB영업에서 나름의 변화를 꾀한 케이스다.
토스를 통해 전화 상담을 할 경우 설계사에게 고객의 휴대폰 번호가 공개되는 것이 아닌 안심번호(가상번호)가 제공된다. 안심번호는 1시간 동안만 유효해 만에 하나 번호가 노출된다고 해도 고객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토스 관계자는 “고객DB가 유통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고객의 개인정보, 특히 전화번호 등이 원치 않게 노출되면서 보험 상담과 가입 전화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라며 “보험이 고객의 신뢰를 찾기 위해서 보험 고객과 설계사 간 매칭시장이 개선돼야 한다고 판단했고 안심번호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통 유통되는 고객DB에는 휴대폰 번호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업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마케팅 동의 과정에서 영업 관련 전화를 받지 않는 ‘두낫콜(Do Not Call)’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일부 항목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사이트에 진입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두낫콜이나 두낫이메일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체크란을 만들어 소비자 스스로 마케팅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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