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등골 휘다 못해 부러질라…“백약이 무효” [슬로플레이션 공포①]
한·미 5월 소비자물가지수 역대급 수치
OECD·한은,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고물가·저성장 ‘슬로플레이션’ 급습
올라도 너무 올랐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 경제가 휘청인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짜장면 가격은 서울지역 기준, 한그릇당 6000원을 넘어섰다. 치킨은 한마리당 가격이 2만원을 넘었고 칼국수 가격도 한그릇에 8000원을 돌파했다. 전국 기름값은 평균 2000원대를 넘어서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지만 좀처럼 효과가 없다. 대출금리는 연일 오르며 서민들의 이자 부담까지 가중시킨다.
하지만 경기는 바닥을 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잦아들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값 상승 등이 발생하며 경기사이클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침체되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좋지 않다. 고물가에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며 저성장 체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론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다. 미국 등 유럽 선진국 등도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세계에 ‘인플레 펜데믹’이 찾아온 모양새다.
자장면 한그릇 6000원 시대…치솟은 물가 어쩌나
소비자물가지수란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말한다. 물가지수가 107이라면 2020년 대비 물가가 7% 올랐다는 뜻이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과 대비해서 5%, 2년 전 대비해서는 7%나 오른 셈이다.
외식 물가도 치솟는다.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대비 4.2%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4%)을 웃돈 수치다. 전체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지난해 말보다 오른 가운데 대표적인 외식메뉴인 치킨(6.6%)과 자장면(6.3%), 떡볶이(6.0%), 칼국수(5.8%), 짬뽕(5.6%)의 가격이 모두 5~6%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밀가루값이 크게 오른 여파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5월 서울지역 자장면 평균 가격은 6200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500원 올랐다. 불과 2년 전 5000원 수준이었던 자장면 평균 가격이 20% 이상 급등했다. 칼국수 평균 가격은 올 3월 8000원대를 넘어섰고 5월에는 8300원까지 올랐다.
‘체감물가 지표’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5월 109.54(2020=100)를 기록했다. 전국 주유소 평균 기름값은 6월 12일 기준 2038원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외식, 장바구니, 주유 가격은 서민 삶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소비품목들”이라며 “이 가격들이 오르면 서민들이 느끼는 고물가 체감도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1.75%까지 올리며 대출 이자부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한은이 연말까지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릴 것임을 시사한 상태라 이자 부담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30년 만에 최악의 물가대란…잠잠해질 기미도 안 보여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도 인플레이션 비상이 걸렸다. 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9.2%로 집계됐다. 이는 1988년 9월 9.3%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8.6% 급등했다. 이는 지난 3월(8.5%)을 넘어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미국은 전월(8.3%)보다 5월 물가상승률 폭이 더 커진 것을 두고 혼란에 빠진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긴축에 나서며 고물가 잡기 정책에 돌입했지만 물가상승률이 오히려 더 상승추세를 탔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7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 물가상승률을 두고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며 당혹스런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았다”며 “계속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스태그 올까…윤석열 정부 정책에 쏠리는 관심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개월 연속 하락했고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행변동치도 2개월 연속 감소한 상태다.
OECD는 관련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2022년 2.7%, 2023년 2.5%로 각각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비교해 올해는 0.3%포인트, 내년은 0.2%포인트 낮췄다. 한은도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연간 성장률을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계속되는 고물가,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 등으로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뉴욕증시가 연일 폭락 중이다. S&P500지수는 지난 1월 기록한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고 나스닥지수도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33%가량 추락했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뉴욕증시 부진은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못하면 투자가 막히고 결국 성장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결국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2%에서 2.9%로 내리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까지 경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 상황을 두고 ‘슬로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 또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한은은 국내 경제성장률이 일정 수치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물가를 잡기 위한 강력한 통화 긴축정책이 진행 중이지만 이에 따른 경기 둔화는 인플레이션과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며 “4%대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만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긴축에 따른 경기 둔화가 시차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에 내년까지 경기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이처럼 고물가 저성장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6월 16일 윤석열 정부는 ‘민간중심 역동경제’ 중심의 물가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과도한 규제들을 철폐하고 기업 세금 부담을 줄여줘 민간중심으로 내수를 일으켜 경제활성화를 노려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9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민간·시장·기업 중심으로 경제운용의 축을 전환해 민간의 역동성을 제고하겠다”라며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와 세제를 과감히 개편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를 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화정책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행정부가 관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낡은 규제 철폐와 함께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 등의 비용을 줄이는 것이 저성장 기조를 타개할 방법”이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 슬로플레이션- 고물가와 경기 회복이 천천히 진행
☞ 스태그플레이션-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진행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2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3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4“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5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6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7“‘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
8'40세' 솔비, 결정사서 들은 말 충격 "2세 생각은…"
9"나 말고 딴 남자를"…前 여친 갈비뼈 부러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