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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주택 250만가구 공급 '산넘어 산'

원자재값 급등 고비 넘었더니 화물연대 파업 이어 레미콘 파업 예고
올 8월 250만가구+α 공급안 마련 부담 커질 듯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에서 운송을 재개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의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놓은 5년간 주택 250만 가구+α 공급 계획에 겹악재가 드리워지고 있다.
 
올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멘트, 레미콘, 철근 등 건설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건설업계가 위축하고 있는 데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자재 운송이 막혀 건설현장들은 셧다운 위기까지 겪었다. 화물연대가 국토교통부와 협상을 거쳐 파업 8일 만에 철회를 결정하면서 건설 자재 공급에 숨통이 트였지만, 이번에는 레미콘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주택 250만 가구 공급 안…공공 60%, 민간 40%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월 16일 취임하면서 윤 정부 출범 후 100일 안에 250만 가구+α 주택공급 계획을 내놓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주택 정책을 펼치고 부동산 관련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를 위해 국토부 안에 주택공급 태스크포스(TF)를 결성했다. 이 주택공급 TF에는 공공택지, 도심공급, 민간사업과 정비사업 등 3개 분과에 국토부 간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윤 대통령이 공약한 250만 가구 공급 계획을 보면 ▶공공택지 142만 가구(56.8%) ▶재건축·재개발 47만 가구(18.8%)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 가구(8.0%) ▶국공유지와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 가구(7.2%) ▶기타 13만 가구(5.2%) ▶소규모 정비사업 10만 가구(4.0%)로 나뉜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커지는 민간공사 갈등 

하지만 정부가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기 위한 계획을 가로막는 암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먼저 올해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 원자잿값이 급격히 상승했다. 건설사업의 원재료가 되는 철근, 콘크리트, 시멘트, 레미콘 등이 단기간 높게 치솟으면서 건설업계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지난해 초 톤(t)당 71만5000원에서 올해 6월 유통사 공급가 기준 117만7000원으로 65%나 상승했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t당 7만원대에서 올해 초 9만2000원대로 최대 17% 올랐고 레미콘 가격도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3.1% 뛰었다.
 
자잿값이 훌쩍 치솟은 탓에 공사비 인상 여부를 두고 주택 발주자와 시공사 간 갈등이 생기면서 주택건설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시공사인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조합이 공사비 5600억여원 증액하는 계약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도 공사비 갈등으로 착공 지연을 겪었고 경기 성남 신흥1구역은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과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신반포15차, 서울 서대문구 홍은13구역 등은 일반분양을 연기했다.
 
이에 정부는 주택 공급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자재비 상승분의 공사비를 적기에 반영하고 관급자재를 원활히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공공공사는 조달청이 자재별 가격 인상 요인을 납품 단가에 신속히 반영해 관급자재가 적시에 납품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분양가 상한제 기본형 건축비를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 기준으로 조정하고 있는데 특정 자재 가격변동률이 15%를 넘는 경우 3개월 단위로 재조정할 예정이다. 정비사업 착공 후 물가 변동에 따라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서울시와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 개정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는 서울에서 정비사업 공사를 시작하면 자잿값이 크게 올라도 공사비를 거의 증액할 수 없었다.
 

화물연대 파업에 건설자재 운송난까지

정부는 '원자잿값 상승' 암초를 피해 다시 250만 가구+α 공급이라는 목표를 향해 순항하는 듯했지만 이번엔 '화물연대 총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지난 6월 7일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경유값 상승에 따른 운송료 추가 인상 등을 요구하며 운송을 거부했다. 화물연대 파업 기간 시멘트 출하량이 하루 평균 2만t을 밑돌면서 건설현장 공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건축물을 짓는데 필수 자재인 시멘트 운송이 막히면서 수도권 시멘트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12일까지 6일 동안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시멘트업계의 피해액은 752억원에 달한다.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는 화물연대와 5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한 뒤 타결에 성공했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는 방안 등을 6월 14일 합의를 마치면서 화물연대는 하루 뒤인 15일부터 물류 수송을 재개했다.
 
하지만 아직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레미콘, 철근 등 건설자재와 건설자재운송업계에서도 비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는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료 협상에 실패하면 오는 7월 1일부터 운송거부에 나설 계획이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도 하도급 대금 증액요청에 비협조적인 건설사 공사현장에 오는 7월 11일부터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전문가들, 250만 가구 공급 현실화두고 의견 분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 [연합뉴스]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원자잿값 상승과 화물연대 파업 등 다양한 변수 등의 영향으로 정부의 250만 가구+α 주택 공급 계획 차질을 예상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 공급에 소극적이었던 이전 정부와 달리 새 정부에서는 공급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재 가격 인상에 운송난, 인력난까지 더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을 통해 아무리 다양한 방안을 내놓더라도 5년 동안 250만 가구를 차질없이 짓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250만 가구+α 주택 공급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현실적으로 250만 가구를 지을 땅이 없고 짓는 데만 4~5년이 걸리기 때문에 250만 가구를 입주시키려면 최소 1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이어 "일산, 산본, 평촌, 분당 등 1기 신도시도 다 합쳐봐야 29만5000가구에 불과하고 분당이 9만8000가구 정도 되는데 분당의 25배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라며 "용적률 상향으로 공급을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그것도 입주민들이 반대하면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계획은 큰 무리가 없지만, 거시적 관점에서의 부동산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매해 주택공급을 최소 40만 가구에서 70만 가구를 평균적으로 공급해왔다"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면 5년간 250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수준이고 +α를 얼마큼 늘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지역 아파트는 수분양자가 주변 단지 매매가 대비 70%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했는데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하면 8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아니라 거시경제가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으로 고용이 불안해지면 정부에서 대출 규제 등 부동산 시장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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