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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도입 찬반 ‘팽팽’[정유사 초호황 시대①]

“초과 이익 환수” vs “조세 형평성 훼손”

 
 
 
28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경유 가격. [연합뉴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국제유가 상승 등의 호재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정유 사업 실적을 기반으로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안팎에선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국제유가로 수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당시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이익을 정부에 환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국제유가로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실제 소비자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오히려 정유사들이 일부 석유 제품에 높은 마진율을 유지해온 것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29일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유사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얻은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말했고,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 등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달 23일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며 공개적으로 정유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 정유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국내에서도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을 세금으로 환수하는 이른바 ‘횡재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해외 일부 국가에선 정유사들의 초과 이윤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에 정유‧가스업체들에 25%의 초과 이윤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초과 이윤세를 걷고, 에너지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안정되면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경우 민주당이 이윤율 10% 이상의 정유업체들에 대해 추가로 21%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정유업체인 엑손모빌을 겨냥해 “엑손이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유업체의 막대한 이익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장님 막대질하듯’…횡재세 실효성 물음표  

국내 정유사들에 대한 횡재세 도입을 두고 찬성과 반대 의견이 뒤섞이고 있다. 한편에선 “국제유가 상승으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유사들이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이익을 내고 있는 만큼, 초과 이익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국내 정유사들이 과거 마이너스 국제유가로 수조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당시에도 정부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는데,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이익을 환수하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변동성 큰 국제유가로 얻은 이익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인지 감이 오질 않는다”며 “향후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기업에 걷은 세금을 돌려주기가 쉽지 않은 데다, 걷은 세금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불명확해 세금이 실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정유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수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때 손실 보전을 이유로 경유 제품 등에 대한 마진율을 대폭 높였는데, 현재까지도 이 같은 마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유사들의 과도한 마진율을 관리‧감독하고 필요할 경우 시정 조치를 내리는 것이 실제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훈 기자 hun8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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