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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떨어질 건데 지금 왜 사나요”…집주인도 공인중개사도 ‘안절부절’

서울 비롯한 아파트 매매 거래 절벽 심화…관망세 지속
매수 문의 없고, 특이거래 늘자 공인중개사들도 ‘한숨’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아파트 매매에 나선 A씨), “호가 낮춰도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서울지역 B공인중개사)
 
서울을 비롯한 아파트 매매 시장의 거래 절벽이 심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최근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고점 인식 등이 퍼지며 강남과 비강남권 할 것 없이 매수세가 뚝 끊긴 모양새다.  
 
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 일자 기준)는 15만5987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같은 기간 기준으로 가장 적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같은 기간 7917건으로, 작년(2만5159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5월까지 1만건을 하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매도자 vs 매수자 눈치싸움…관망세 ‘지속’

 
“요즘 싸게 내놔야 겨우 팔리고 그래도 잘 안 팔린다던데...”라는 기자의 물음에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네, 정확합니다”라며 즉각 답변했다.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하는 것을 보며 ‘영끌’(대출을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것)해서라도 집을 사던 무주택자 및 갭투자자들도 주저하는 모습이다. 몇 년 전에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던 직장인 김모씨도 최근에는 집값이 더 내려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모씨는 “요즘 부동산 경기도 안 좋은데 지금 집사는 사람들이 있겠어요. 더 떨어질 텐데 기다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고점 인식이 강해진 데다 이자 부담이 큰 것도 매수를 주저하는 요인이다. 갭투자로 이미 집을 마련한 집주인들도 최근 이자 부담에 집값까지 떨어질까 봐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내 딸 회사 선배가 무리해서 갭 투자한 집 이자 부담에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더라”고 말했다.  
 
실제 금리 인상기 이자 부담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418만9000원인데, 이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서울 아파트 매입 시의 월 주담대 상환액의 비율은 전체 면적 아파트에서 금리 4%일 때 45%이나, 금리가 7%까지 상승할 경우 62%로 평균소득의 절반을 넘는다.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거래심리가 위축됐지만, 집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물론 나온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간혹 시세보다 2000만원정도 내린 급매물이 나오지만, 매물 자체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강남의 한 재건축 단지 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는 가치가 다르다”며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도 하락 거래 매물은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노원아이파크’ 전용면적 139.28㎡는 지난 2월 8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같은 평수 매물이 9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8000만원 하락거래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82.61㎡(14층)는 지난달 30억46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 7층 매물이 지난해 32억788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2억원 이상 하락 거래된 셈이다.  
 

거래절벽 상황 속 특이 거래 늘어…중개사들도 ‘진땀’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절벽 현상은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아이들 교육문제나 직장 때문에 이사를 하려는 집주인들도 집이 팔리지 않고,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들도 주택처분이 쉽지 않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977건으로 집계됐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시행 직전인 지난달 9일(5만5509건) 대비 약 17% 증가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 끊기다시피 하고 특이거래는 늘고 있어서다. 최근 중개업소를 통하지 않는 교환, 증여, 직거래, 임대차 재계약 등의 거래가 부쩍 늘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전국적으로 아파트를 교환한 거래 건수는 207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거래 절벽으로 매매가 어려워지자 일시적 2주택자들이 비슷한 매물을 서로 맞바꿔 양도소득세 납부를 피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증여 거래도 늘었다. 지난 5월 서울아파트 증여 건수는 830건으로, 작년 7월(1286건) 이후 가장 많았다. 보유세 과세 기산일인 6월 1일을 앞두고 전달(812건)보다도 건수가 늘었다.
 
서울에서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아파트 직거래 매매 비중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이날 기준으로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직거래 매매 비중은 20.3%로, 관련 통계 공개가 시작된 작년 11월 이래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외부에서 매수자를 찾기 힘드니까 교환이나 직거래가 늘어나는 것”이라며 “거래절벽 상황에서 흔히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값 수준이 더 내려가면 올 연말이나 내년에 특수 관계인 거래가 늘 수 있다”며 “국토부에서도 해당 거래에 대해 상시 감시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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