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해진 완성차 '夏鬪'…위기 속 상생이 답
현대차 4년 연속 파업 없이 교섭 마무리
반도체 수급난으로 공급 능력 중요해져
尹 정부, 노사 균형 원칙도 노조에 부담
"첫 단추 잘 꿰 완성차 업계 영향 있을 것"
국내 자동차산업의 맏형인 현대자동차가 4년 연속 무분규 협상 타결을 이뤄내면서 첫 단추를 잘 뀄다. 학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나머지 완성차 업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이어져 온 여름철 연쇄 파업(하투, 夏鬪)의 사슬을 끊고 원만한 노사관계 정립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안정적 노사관계 정석 보여준 현대·쌍용차
현대차 노조는 전날(19일)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 조합원 찬반투표(총원 4만6413명, 투표자 3만9125명) 결과, 2만422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현대차는 처음으로 4년 연속 무분규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사가 함께 미래 비전을 공유함으로써 국내 공장이 미래차 산업의 선도기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무분규 타결을 이뤄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임금성 부분과 국내 전기차공장 신설 등이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경영성과급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 달성 격려금 100% ▶미래차 산업 변화 대응 특별 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이다. 더불어 현대차 노사는 국내공장 신설도 합의했다. 해당 공장은 전기차를 생산하며, 울산에 자리를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올해 교섭을 진행하지 않는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다년 합의를 이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합의에 따라 쌍용차는 노사는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3년 단위로 진행한다.
'강성' 완성차 노조가 달라진다
지난 19일 임단협 8차 교섭을 진행한 한국지엠(GM) 노사는 이번 주 추가 교섭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노조는 이래 납품거부 사태에 대한 항의와 라인 가동에 대한 대책 등을 요구하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교섭을 잘 마무리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임했으나, 라인 가동이 중단되는 등 불상사가 생겨 안타깝다"며 차기 교섭보다 회사의 정상화에 더욱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측과 교섭을 진행 중인 기아는 올해 현대차와의 공동 투쟁을 선언했다. 공동 대응을 통해 교섭으로 소모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무분규 타결을 이뤄낸 만큼 기아도 원만한 합의가 가능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의 경우 사측의 다년 합의를 거부하며 파업권 확보에 나섰지만, 실제 파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지난해에도 파업을 진행했지만 참여율이 30% 수준에 머물 정도로 저조했다. 위기 상황에 무차별적인 파업은 지향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학계에서는 올해 완성차 업계의 임단협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시장의 변화와 새정부 출범이 노조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국내 자동차 시장은 침체기를 겪고 있다. 전 세계적인 반도체 칩 부족 사태 등으로 공급 능력이 저하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산업의 총 생산량은 177만9044대로 전년 동기(181만4626대) 대비 2% 감소했다. 내수 시장의 위축은 더욱 심각했다. 이 기간 내수 판매량은 67만2504대로 전년 동기(75만6346대) 대비 11.1% 감소했다.
새정부 출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윤석열 정부는 노사간 균형을 중시하고 있다. '친노동자' 정책을 펼친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에 대해 "산업현장의 노사관계에 있어 노와 사 모두 불법은 방치 및 용인될 수 없다"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가장 맏형인 현대차가 합의를 봤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첫 단추(현대차 노사 합의)를 잘 끼운 만큼 긍정적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GM과 르노코리아는 상황이 다르다고 해도 파업을 자행할 경우 해외 본사에 잘못된 신호를 줘 회사 존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윤 정부의 노사 균형 원칙, 최근 키워드가 된 공급 등 주변 환경도 노조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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