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지수와 변동성 지수 수치에 숨은 의미 [조원경 글로벌 인사이드]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 9.11 테러 수준 넘어서
시장엔 언제나 과도한 쏠림 있기 마련...변동 원인 흡수해 균형 찾을 것
세계 경제가 어지럽다고 한다. 몇 가지 변수를 보면서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진단해보자. 우선 7월 현재 세계 경제정책 불확실성 지수(Economic Policy Uncertainty Index)다. 이 수치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2020년 4월 437까지 오른 후 2021년 6월 저점을 통과했다. 이후 인플레이션과 미국 통화정책 이슈로 지난 5월 330 수준으로 상승한 후 최근은 230 내외로 등락하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면 미 금리 인상, 미 경기 전망, 미 주가의 높은 변동성, 미중 무역 분쟁, 브렉시트 전망이 세계 경제 정치 불확실성 지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이었다.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9.11 테러 수준을 넘어섰었다. 불확실성 지수는 주요국의 경제, 정책, 불확실성이란 세 용어가 얼마나 빈도 있게 사용되는지로 평가하는데 200이 넘으면 통상 불확실성이 높다.
몇 가지 변동성 지수도 살펴보자. 올해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공포지수(VIX, volatility index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는 작년보다 소폭 높은 수준인 20대 중반으로 변동성이 양호하다. VIX는 S&P 500의 옵션 가격을 변동한 지수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 보험의 일종인 옵션가격과 함께 증시참가자들의 기대 변동지표인 VIX도 오른다. VIX는 미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투자자의 견해를 반영하도록 설계되었다. VIX가 급등하면 S&P500 옵션 시장의 거래자들은 시장 변동성 상승을 예상하게 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포심이 커지는 시점을 매수신호라고 간주한다. 일반적으로 VIX값이 30을 넘으면 변동성이 높아졌다고 보면 되고, 20 미만일 경우에는 안정적인 시장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미국 증시는 강세장의 과잉이 해소되면서 부정적인 심리가 완화되고 있어 혹자는 베어마켓 랠리를 예상한다. S&P 500지수는 6월 약세장에서 벗어난 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시장을 흔들었으나 시장참가자들이 공포에 질린 수준은 아니다. 공포지수는 5월과 6월에 34를 넘는 날이 있었지만, 7월 들어서는 30을 넘은 날이 단 하루도 없고 28 이하에서 등락을 하고 있다. 과거 약세장에서 VIX는 최소 45 수준에서 시장의 바닥을 알렸다. 2020년 코로나19 발발에 따라 2020년 3월 16일 82.7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80 이상을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발발로 공포지수가 높아졌으나 안정되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단기 저점은 통과했다고 보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견해다. 코로나19나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충격적인 돌발변수가 시장을 무너뜨린 게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는 두 사건에 견주어 변동성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크지 않았다. 그저 증시가 너무 달아올라 지속불가능하다는 우려 속에서 주가 수준이 낮아지는 과정이었다. 문제는 당장은 아니나 1년 이내에 경기 침체가 올 경우다. 지금 주가가 그러한 상황을 완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식 시장의 다른 변동성 지수로는 미국 경제매체 CNN 머니(CNN Money)가 7개 지표를 사용해 산출하고 있는 ‘공포-탐욕 지수(Fear & Greed Index)’도 있다.
금리인상 및 경기침체 우려로 시장 흔들...공포에 질린 수준 아냐
채권시장 변동성 지수를 보자. 메릴린치가 미국 국채 옵션 가격을 기초로 국채 가격의 변동성을 산정한 지수가 무브(Move)지수다. 미국 국채 옵션 가격을 기초로 일정 기간 예상되는 국채 가격의 변동성을 산정한다. 이 지수가 상승한다는 것은 미국채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무브지수가 상승할수록 미국채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진다. 지수가 낮아지면 투자자들이 채권시장 변동이 더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VIX처럼 무브지수는 미국 채권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2020년 3월 20일 팬데믹 때 무브지수는 잠시 133.37을 기록했으나 이내 안정되었다. 무브지수는 41년 만의 9.1%라는 미국 물가인상률과 1%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어 52주 최고인 149.71을 기록하기도 하였으나 120대로 주저앉았다. 경기 하방 위험, 높은 물가와 금리인상 같은 재료 상충으로 가격 흐름을 어느 한 방향으로 주도할 모멘텀이 부재해 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침체가 오더라도 전 고점을 넘어 무브지수가 크게 오를지는 불투명하다. 시장이 많이 올랐으며, 많은 부정적 뉴스가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지 않을까. 통상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해석하여 무브지수가 하락했다.
외환시장 변동성 지수로는 CVIX(Currency Volatility Index)가 있다. 이는 도이체방크가 산출하는 외환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다. 6개 주요 통화옵션의 내재 변동성을 지수화한 것으로 CVIX가 떨어진다는 건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달러인덱스가 108.54를 기록한 후 소폭 내렸다. 달러인데스는 세계 주요 6개 통화인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털링,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의 가치에 경제규모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여 산출한 값을 미국 달러와 비교한 지표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자산매각과 금리인상 가속화로 달러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20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환율의 변동성 지수는 통화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때 큰 폭으로 오른다. 환율이 그간 큰 폭의 변화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화한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올해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일으켰다. 7월 12일 1달러=1유로가 된 후 유로화는 달러에 대해 소폭 강세로 돌아섰다. 시장에는 언제나 과도한 쏠림이 있으나 시장은 변동의 원인을 흡수하며 균형을 찾아간다. 너무 오른 것은 내리기 마련이며 너무 내린 것은 오르기 마련이다. 금융위기 상황도 아닌데 환율의 지나친 변동성으로 세계가 고통 받고 있다. 시장참가자들은 각자 위치에서 가격과 가치를 전망한다. 그 속에서 빨리 균형을 찾아 변동성이 줄기를 바란다.
*필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다. 국제경제 전문가로 대한민국 OECD정책센터 조세본부장,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국제금융심의관, 울산 경제부시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 [앞으로 10년 빅테크 수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한 권으로 읽는 디지털 혁명 4.0] [식탁 위의 경제학자들] [명작의 경제]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 등이 있다.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학협력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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