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전략으로 의존도 낮춰라”…북미·더마 시장 키운다
[무너진 K-뷰티 자존심②] 신성장 동력은 북미 시장
더마 화장품 강화도 속도…中 매출 채우기엔 역부족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우리 경제가 지금 직면하는 근본 문제로 돌아가 보면 '성장동력의 확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28일 최상목 경제수석의 마드리드 프레스센터 브리핑 한 대목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탈중국’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봉쇄정책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사업이 줄줄이 바닥을 치면서 나온 대책이다. 중국 매출 비중이 컸던 국내 뷰티사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대표적인 뷰티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역시 중국 매출을 대체할 수 있는 사업 전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첫 번째로 꺼낸 카드는 ‘북미시장 공략’이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시장 판매로 확장에 적극적인 태세다. 아모레퍼시픽은 브랜드 ‘설화수’ 제품을 올해 3월 북미 지역에 위치한 세포라 매장 23곳에 추가 입점하며 총 51개의 점포망을 확보했다. 또 올해부터 덤스토어, 룩판타스틱, 스킨스토어, 아마존 등 이커머스 플랫폼에도 입점해 북미 온라인 매출까지 챙기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설화수 브랜드 확장은 올해부터 본격화했지만, 기존 북미시장 인기 품목은 라네즈의 립 카테고리 제품들”이라며 “립 슬리핑 마스크를 중심으로 북미 매출을 꾸준히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역시 북미시장 확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당시 차 부회장은 “세계 명품 뷰티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 시장이자 트렌드를 창출하는 북미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 LG생활건강은 북미시장 유통 확보를 위한 M&A작업을 펼쳐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폭스를 소유한 보인카 지분 56%를 1억 달러에 사들인 이후, 올해 4월에는 미국 화장품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더크렘샵을 인수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인수에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해 더크렘샵 지분 65%를 차지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지속 성장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하는 동시에 북미 사업을 확장해 해외 시장을 다변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북미시장 매출은 아직 미비하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경우,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가 하락했지만, 북미 매출은 반대로 63%가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 북미시장 매출은 214억원이었지만 올해는 348억원으로 급등했다.
국내 1조시장, 더마 화장품 키우는 K뷰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정관 변경을 통해 ‘의료기기 제조업 및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번 사업 추가는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의료용 화장품 에스트라를인수·합병하면서 기존 사업을 계속해서 영위하기 위해 진행됐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에스트라 합병으로 더마코스메틱 시장 잡기에 더욱 탄력을 얻게 됐다”며 “국내 더마 시장 선점은 물론 해외 더마코스메틱 시장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역시 매해 더마코스메틱 사업 부문을 확장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자사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인 케어존과더마리프트를 출시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차앤박피부과에서 선보인 차앤박화장품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하는 등 더마 제품군을 늘리고 있다. 또 지난 2020년에는 1923억원을 투자해 유럽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아시아 전체와 북미 사업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더마화장품이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가 아니기 때문에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점을 갖는다. 한 국내 뷰티 업계 관계자는 “사실 더마화장품은 수년 전부터 유행한 클린뷰티의 한 흐름으로, 아모레와 LG생활건강의 참여가 시장 트렌드에 맞춰 대응하는 수준으로는 볼 수 있지만, 저조한 중국 매출을 채울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이 되기엔 역부족한 카테고리”라며 “또 제약사와 병·의원에서도 자사만의 의학기술을 내세운 제품을 내놓는 치열한 시장에서 두 기업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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