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늘어나는 빚투 개미…‘하락 베팅’ 곱버스 담았다
신용잔고, 한달새 1조4000억원 늘어날 때
하락장에 베팅하는 곱버스 ETF 1750억원 매수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개인 투자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신용융자 잔고가 1조원 이상 불어나는 동안 개인들은 지수 하락 폭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했다. 하지만 증시 상승세가 길어지면서 대부분은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7월 8일~8월 8일) ‘곱버스’ 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75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곱버스는 코스피200 선물지수 하락률의 2배를 추종한다. 코스피200지수가 1% 떨어지면 두 배인 2%의 수익을 낸다. 반대로 지수가 1% 오르면 손실은 2%가 된다.
곱버스는 최근 한 달간 개인 순매수 1위에 올랐다. 2위 SK하이닉스(1129억원), 3위 삼성전자우(1112억원)와의 격차도 600억원 이상 난다. 코스닥 150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역시 875억원 규모로 순매수되면서 8위에 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은 7월 한 달간 반등에 성공한 증시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곱버스’ 상품을 대량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버스 상품은 투자 기간 내내 지수가 한 방향으로만 꾸준히 움직여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지금 같이 변동성이 크거나, 방향 예측에 실패한다면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지수의 방향을 예측하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에 투자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특히 상승·하락의 2배를 추종하는 곱버스 상품의 경우 방향성 예측에 실패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주춤하던 빚투 규모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 잔액은 18조8364억원으로 지난 7월 7일(17조4946억원) 이후 한 달여 만에 1조원 이상 불어났다.
7월 이후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에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반등장세)가 지속되면서 빚을 끌어와 더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주요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의무를 면제해주면서 반대매매 우려가 낮아졌다는 점도 신용융자잔고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하면서 8월 코스피는 ‘전약후강’의 패턴으로 반등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면서도 “아직은 변동성이 있는 만큼 다시 늘고 있는 신용융자잔고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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