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물로 가등기된 부동산, 청산절차 없이 소유권 넘어갔다면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선의의 제3자’가 취득하면 되찾기 어려워, 채무자가 청산금 지급 청구해야
부동산을 매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바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매수인이 자신의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설정하는 사례가 간혹 있습니다. 때로는 부동산 소유자가 돈을 빌리면서 그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한다”는 약정을 하고 채권자 앞으로 가등기를 설정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것만으로 그 가등기가 소유권이전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인지 아니면 담보가등기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법원도 “가등기가 담보가등기인지는 해당 가등기가 실제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한 것인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지 그 가등기의 등기부상 등기원인이 매매예약으로 기재되어 있는가 아니면 대물변제예약(기한 내 변제를 하지 않으면 담보물의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이전한다는 예약)으로 기재되어 있는가 하는 형식적 기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1998. 10. 7.자 98마1333 결정). 따라서 등기부에 등기원인이 매매예약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 그 가등기가 채권 담보를 위한 가등기라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담보가등기가 설정됐을 때는 돈을 빌린 부동산 소유자가 그 채무를 갚지 못함에 따라 채권자가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하려면 가등기 담보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등기담보법’) 제3조와 제4조에서 정하고 있는 청산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청산절차란 담보가등기가 설정된 부동산의 시가에서 채무 원금과 이자를 공제한 나머지 돈을 채무자에게 고지하고 차액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절차 없이 채권자가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면 부동산 소유자로서는 실제로 부담하는 채무보다 더 큰 금액을 채권자에게 변제하게 되는 셈이어서 불공평한 결과가 되겠죠. 따라서 가등기담보법 제3조와 제4조에서 정하고 있는 적법한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담보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이루어진 경우 그 본등기는 무효입니다(대법원 1994. 1. 25. 선고 92다20132 판결). 그리고 채무자인 부동산 소유자는 청산금을 변제받을 때까지는 이자 등을 포함한 채무액 전부를 채권자에게 지급하고 채권담보 목적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가등기담보법 제11조 본문).
그런데 만약 청산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권자가 본등기를 마친 후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매도해 제3자에게 이전하였거나, 그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가 매수한 경우에도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가등기담보법 제11조 단서는 선의의 제3자가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선의의 제3자'라 함은 채권자가 적법한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담보목적부동산에 관하여 본등기를 마쳤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본등기에 터 잡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자를 뜻합니다. 따라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하기 위해서는 제3자가 ‘선의’가 아닌 ‘악의’라는 점(채권자가 적법한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본등기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은 채무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선의의 제3자가 그 본등기에 터 잡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는 등으로 담보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 채무자는 더 이상 가등기담보법 제11조 본문에 따라 채권자를 상대로 그 본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이 경우 그 반사적 효과로서 본래 청산절차를 위반해 이루어져 무효가 돼야 할 채권자 명의의 본등기는 그 등기를 마친 시점으로 소급하여 확정적으로 유효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담보목적부동산에 관한 채권자의 가등기담보권은 소멸하며,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였던 채권자의 위 본등기에 터 잡아 이루어진 제3자의 등기 역시 소급하여 유효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경매의 법적 성질이 사법상 매매인 점에 비추어 보면 무효인 본등기가 마쳐진 담보목적부동산에 관하여 진행된 경매절차에서 경락인이 본등기가 무효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담보목적부동산을 매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합니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16다248325 판결).
이렇게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유효해지는 경우 채무자로서는 본등기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지만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의 청산금 지급을 둘러싼 채권·채무 관계까지 모두 소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청산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담보가등기가 설정되었다는 것만으로 채권자가 단독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만약 담보를 위해 채무자가 본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모두 채권자에게 교부하였다면 채권자는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마칠 수 있습니다. 채권자가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임의로 담보목적부동산에 관해 본등기를 한 상황이라면 채무자는 선의의 제3자가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전에 지체 없이 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고 적법한 청산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채권자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청산금도 받지 못하고 부동산 소유권도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법무법인 테오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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