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아도 남아” VS “말도 안돼”…‘6990원 치킨’ 마진 구조는
[‘당당치킨’의 역설] ② ‘마트 치킨’은 어떻게 저렴할까
대량 구매, 매장 조리, 폐기율 없어…가격 낮춰 판매 가능
고물가에 저가치킨 인기는 당연, 소비자 선택권 넓혀줘야
홈플러스가 6990원에 판매하고 있는 ‘당당치킨’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당당치킨의 마진 구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대량 구매’와 ‘자체 조리’ 등의 이유로 저렴한 가격에 팔아도 이윤이 남는다고 설명했지만, 치킨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의 자본 인프라와 일반 치킨집이 가진 인프라는 다르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손해 보는 장사 아냐” VS “일반 치킨집은 이미 적자”
유통업계는 최근 당당치킨 등 대형마트 초저가 치킨의 마진을 놓고 반론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한상인 홈플러스 메뉴 개발총괄은 한 유튜브 영상에서 “(치킨을 팔아도) 안 남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며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는 발언을 했다. 재료를 대량 구매하고, 매장에서 직접 튀기고 포장해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어 박리다매지만 손해를 보면서 장사하는 것은 아니란 설명이다.
해당 유튜브 영상은 17일 기준 조회수 27만을 기록하며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영상 공개 이후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치킨집 점주들의 의견이 쏟아졌는데, 그중에서도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고요?’라는 제목의 글이 큰 주목을 받았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1원이라도 남으면 남긴 하는 것”이라며 “대형마트가 가지고 있는 자본 인프라와 일반 치킨집이 가진 인프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킨 원가에 대해 “닭 1마리 5000원에 파우더, 치킨 무, 콜라, 포장 용기 등을 대량으로 구입해도 1000~1500원이 추가되고, 기름 2통 부어서 100마리를 튀긴다고 해도 1마리 당 1000원 이상 들어간다”며 “여기에 배달 대행비, 수수료, 카드수수료, 부가세, 월세, 인건비 등을 합치면 일반 치킨집은 이미 적자”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다른 점주는 “6990원에 팔아서 마진이 남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토요일에 받은 생닭이 마리당 4500원이고 지난주 받은 식용유 한 통이 6만7000원인데 거래명세서를 한 번 공개해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대형마트는 가게 임대료도 안 내고 전기세, 가스비, 세금, 투자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인 것 아니냐”며 “누구한텐 목숨이 걸린 생업인데 정의로운 척 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당당치킨이 프랜차이즈 업계 치킨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될 수 있는 이유는 먼저 대량 구매를 통해 매입가격이 낮아졌고,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며, 마진을 줄여서라도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또 당당치킨이 ‘당일제조·당일판매’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인 만큼 당일에 만든 것은 당일에만 판매한다는 원칙으로 판매하고 있어 폐기율이 ‘0’에 가깝다는 점도 이유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장에서 직접 조리를 하기 때문에 다른 매장에서 조리해 판매처로 이동하는 운반 비용도 들지 않고, 매장 입점 형태도 아니다 보니 임대료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며 “무엇보다 물가 안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시된 제품이기 때문에 사측에서 자체적으로 마진을 투자한 부분이 있어 정가가 저렴하게 책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 유통사는 물가 방어 최전선에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줄여주며 물가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소명을 갖고 있다”며 “올해 초부터 시작한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연말까지 지속할 예정이며 주차별로 다양한 PB(자체 브랜드) 제품 할인 폭도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정가가 6990원인 당당치킨은 초복에 4990원, 말복에는 5990원에 판매됐던 바 있다.
소비자 “대기업 횡포 아니라 프랜차이즈 본사, 배달업체가 문제”
일부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배달업체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한 소비자는 “대형마트의 저가 치킨 판매를 대기업의 횡포로 볼 게 아니라 끝없이 가격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본사와 배달업체가 취하는 과도한 수수료 체제가 문제이므로 이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대형마트에서 초밥을 판다고 일식집이나 오마카세 가게가 항의하는 것은 본 적이 없는데 왜 치킨에만 유독 예민하게 구는지 모르겠다”며 “프랜차이즈 치킨이 3만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저렴하고 맛 좋은 저가 치킨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은 일정 수준의 품질이 충족되면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해관계자 입장보단 고객에게 중점을 두고 어떤 상품을 어떻게 저렴하게 판매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최대한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홈플러스 당당치킨은 6월 30일 출시 이후 40일 만에 판매량 32만개를 돌파했다. 당당치킨의 흥행에 힘입어 이마트와 롯데마트도 각각 9980원짜리 ‘5분 치킨’, 8800원에 할인 판매하는 ‘한통치킨’ 등을 출시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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