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서 서비스 철수한 페북…간편송금, ‘간편’이 우선돼야 [이코노 EYE]
간편송금 중단 보도에 카카오페이·토스 등 관련 주가 ↓
금융위 “서비스 중단 아니다…개정안은 ‘기명 송금’은 허용”
지난 8월 중순 ‘카카오톡 송금하기’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간편송금 이용자들의 분노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간편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였죠. 급기야 8월 18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6.56%, 8월 19일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장외주식은 3.70% 빠지기도 했습니다.
금융위는 즉시 설명자료를 발표하며 개정안을 따르더라도 간편송금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중단되는 서비스는 간편송금이 아닌 ‘무기명 송금’이라는 것입니다. 플랫폼에 금융계좌를 연결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죠.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미성년자, 외국인 등은 송금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워지는 셈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면서까지 간편송금 중단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확인시켰지만, 핀테크 업계와 우리 소비자들이 계속 찝찝함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페북 간편송금 유럽 시장서 ‘우여곡절’, 교훈 삼아야
이처럼 간편결제 시장이 무럭무럭 크고 있다 보니 여러 핀테크가 금융 시장에 뛰어드는 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습니다. 간편송금 사업에는 글로벌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메타)도 일찍이 합류한 바 있습니다.
2015년 페이스북 메신저에는 친구끼리 무료로 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이 서비스는 자신의 직불카드를 연결한 뒤, 채팅창에서 송금 버튼을 누르면 수수료 없이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카카오톡 송금과 매우 비슷하죠.
2019년 페이스북은 송금 기능에 결제·이커머스 등을 포함해 ‘페이스북 페이(현 메타 페이)’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현재 동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지역 등 144개 국가에서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간편송금 서비스가 모든 국가에서 순항 중인 것은 아닙니다. 영국과 프랑스 시장에서의 좌절을 주목할 만합니다. 페이스북은 2017년 11월 영국과 프랑스를 기점으로 페이스북 메신저 간편송금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돌연 2019년 6월부터 새로운 국가를 추가하지 않고 영국과 프랑스의 간편송금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페이스북 측은 서비스 철회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19년 9월에 발효된 ‘강력한 고객 인증(Strong Customer Authentication, SCA)’ 때문으로 봤습니다.
SCA는 유럽 경제 지역 내 지급 서비스 제공 업체가 전자지급을 진행할 때 다단계로 인증하는 일종의 요구 사항입니다. 기존 간편송금 프로세스에 ▶비밀번호·PIN 번호 ▶휴대폰 등 하드웨어 인증 ▶지문·안면인식 인증 중 두 가지를 골라서 거쳐야 송금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간편’해야 할 간편송금이 ‘불편’해진 꼴이 된 겁니다.
업계와 소비자가 여전히 불안해하는 이유를 이제 알 듯합니다. 물론 해외 사례기에 법과 제도적 환경이 다르지만, 과도한 규제가 이용자의 편익을 갉아먹는다는 점은 어디서나 변치 않죠. 이번 ‘카톡 송금 논란’도 우리 핀테크 기업 및 금융 소비자의 수요와 금융당국의 방향성이 엇박자를 내고 있어 생긴 문제입니다.
설령 금융위의 해명대로 기명 송금은 가능하다고 해도 새로운 불편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처럼 간편송금 업자와 금융사가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신규 계좌 발급이 강제되는 셈입니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제한되고 불편의 정도는 더 올라가는 것이죠.
지난 4월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평균 간편송금 이용 건수는 433만건이라고 합니다. 지난해보다 무려 33%나 증가했죠. 일평균 액수는 4732억원으로 전년보다 43.4% 늘었습니다. 이제는 카카오톡으로 회비를 걷고, 경조사를 챙기는 등 간편결제는 일상이 됐습니다.
금융위는 이에 맞춰 현재 계류 중인 전금법 개정안의 보완 필요성을 느껴 자금이체업 관련 내용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영되도록 업계와 협의도 거친다고 합니다. 정보 보호와 보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의 ‘일상’이 피해 보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당국과 업계가 건설적인 합의에 도달해 공회전이 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윤형준 기자 yoonb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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