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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질환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소비자 지갑 안 열렸다

2022 서울 바이오·의료 국제 콘퍼런스
건강은 효과 보기까지 시간 오래 걸려
급여 적용받으려면 가치 증명도 필수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심사역이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 바이오·의료 국제 콘퍼런스’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선모은 기자]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썼을 때 누구나 빠르게 ‘효과가 있다’고 느껴야 한다. 지갑을 열게 하는 적절한 금액 구간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심사역은 9월 2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포스트 코로나, 바이오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2 서울 바이오·의료 국제 콘퍼런스’에서 초기 스타트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준비할 때 알아둬야 할 점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B2C 모델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한 후 빠르게 효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정 선임심사역은 “웹툰은 결제만 하면 바로 볼 수 있고, 새벽배송은 오늘 저녁에 주문하면 내일 바로 물건을 받을 수 있지만, 건강은 그렇지 않다”며 “시중에 나온 금연, 다이어트를 돕는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도 수개월에서 수년 후에 효과가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용자의 불편함을 바로 해결할 수 있거나 소비자가 돈을 내게 하는 제품을 만들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암 환자의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 등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도움될 것”이라고 했다.
 
정 선임심사역은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비싼 제품은 소비자가 찾지 않는다”고도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B2C 모델을 적용하기 쉬운 경험재와 그렇지 않은 신용재의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정 선임심사역에 따르면, B2C 모델을 적용한 디지털 헬스케어는 신용재를 경험재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경험재는 사용자가 직접 물건을 써보며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제품으로, 안마의자 등이 포함된다. 신용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경험해도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의료기기 등을 말한다.
 
관련해 이날 패널 토론의 좌장으로 참여한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는 B2C 헬스케어 산업의 가장 큰 문제가 “소비자가 헬스케어에 비용을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헬스케어는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보험이 껴있는 제3자 지불방식이라서다. 김 상무는 “영양제나 안마의자 등 소비자가 이미 오프라인에서 돈을 써온 사업이라면 디지털화했을 때 (제품이) 팔리겠지만, 병원에서 사용해온 특정 서비스를 간단하고 저렴하게 만들어서 소비자들이 집에서도 편하게 쓸 수 있게 하면 될 것이라는 발상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의료 체계 들어가려면…디지털 헬스케어 가치 입증해야 

디지털 헬스케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웰니스’ 형태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전문 의료인이 사용하는 제품으로도 출시된다. 초기 스타트업이 전문 의료인을 대상으로 기존 의료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제품을 개발했다면 사업 초기부터 제품과 서비스의 효능과 가치, 적용 대상, 질환 등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특히 급여 적용을 받기 위해선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제품이 사업을 추진하기 좋다는 설명이다. 정 선임심사역은 “스크리닝, 진단, 치료, 모니터링 등 진료 단계 중 치료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치료 단계”라며 “제품이 이 단계에서 멀어질수록 치료 결과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입증하기는 어려워진다”고 했다.
 
정 선임심사역은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의 가치를 증명하기 좋은 진료 환경을 선택해야 한다고도 했다. 특히 ‘유병률’에 주목했다. 그는 “단순히 유병률이 높은 질환을 골라야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라며 “새로운 검사 방법을 개발했을 경우 유병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가치를 입증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기 중에서는 처음으로 선진입 의료기술이 된 뷰노의 AI 기반 심정지 예측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가 대표적이다. 이 솔루션은 환자의 심정지 발생 위험을 의료진에게 알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는 의료기기다. 지난 5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 유예대상으로 확정됐고, 앞으로 최대 3년간 의료 현장에서 비급여로 사용된다. 의료 AI 솔루션으로 환자에게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 선임심사역은 “뷰노가 의료 AI 기기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었던 것은 중증 환자가 많고 심정지 확률이 다른 병동보다 높은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라며 “유병률은 외래, 수술장, 응급실 순서로 높아지는데 유병률이 높은 진료 환경일 때 제품의 가치를 입증하기 쉬워진다”고 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제인 피어 테라퓨틱스의 ‘리셋’도 수치를 통해 사업 가치를 증명했다는 설명이다. 정 선임심사역은 “피어 테라퓨틱스는 리셋을 사용했을 때와 사용하지 않았을 때를 비교해 사용자가 병원을 방문한 빈도나 의사를 만난 횟수, 의료비 등을 줄였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고 말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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