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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대형마트 될까”…‘유통 규제’ 덫에 걸린 퀵커머스

온라인에 치인 오프라인 유통업체, 퀵커머스 新먹거리 낙점
퀵커머스 사업 규제 논의 본격화…골목상권 침해 우려 목소리
“아직 초기단계, 당장 규제 어려워”…롯데쇼핑 등 사업 철수

 
 
 
홈플러스 퀵커머스 이미지 [사진 홈플러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열리는 첫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유통업계가 퀵커머스(즉시배송) 규제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골목상권, 즉 소상공인 단체 중심으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다. 
 
현재 퀵커머스는 배달의민족, 쿠팡 등 플랫폼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 기업형슈퍼마켓(SSM)까지 일제히 진출한 상황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새벽배송에서 줄줄이 발을 빼는 대신 퀵커머스로 새 활로를 찾아나선 업계는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기존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 적용하던 규제가 퀵커머스까지 확대 적용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퀵커머스 규제 논의 본격화…중소상공인 보호 목소리↑

 
정치권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4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플랫폼·대기업의 퀵커머스 사업에 대한 규제 논의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우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번 국감에서 퀵커머스의 MFC나 다크 스토어(배송만 하는 점포) 실태 파악 방안을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할 계획이다.  
 
배달앱 사업자는 최근 도심에 소규모 물류거점(MFC, Micro Fulfillment Center)을 마련해 생필품이나 식료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가 각 사업자의 배달앱을 통해 생필품이나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을 주문하면 1시간 이내에 배송되는 서비스다. 독일 음식 배달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를 2020년 35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5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퀵커머스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들 배달앱 운영업체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유통업체와 중소규모 배달앱 운영업체, 배송전문업체 등도 퀵커머스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퀵커머스 경쟁이 골목상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퀵커머스는 지리적으로 MFC를 중심으로 일정 반경 내에 있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품을 신속하게 배송하는 서비스로, 해당 구역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을 비롯해 퀵커머스가 취급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과 상권을 공유할 수 있다.  
 
퀵커머스 시장이 커짐과 동시에 기존 소매점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제기되자, 이들을 현행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슈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을 비롯한 중소상인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마트협회 한 관계자는 “지금도 사실상 마진을 줄여가면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온라인·디지털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들이 경쟁을 시작하면 더이상 대항이 힘들 것 같다”면서 “오프라인에 있는 작은 마트나 자영업자들은 다 고사 되는 길”이라고 털어놨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달 발간한 ‘2022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유통산업발전법·상생협력법·생계형적합업종법 등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소상공인 보호 제도를 퀵커머스 업체에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퀵커머스 시장 규모
 

퀵커머스 新먹거리 낙점…“당장 규제 어려워”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온라인 플랫폼 진출에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유통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유통업계의 관심사는 새벽배송에서 퀵커머스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앞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들 역시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최근 들어 철수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실제 올해 5월 롯데온, 6월 BGF리테일 헬로네이처, 7월 프레시지와 GS리테일 GS프레시몰은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퀵커머스 역시 업체들이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는 단계인데다 서비스 자체가 흑자를 내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정치권에서도 당장 규제를 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오프라인 점포 활용 시 추가 비용이 없지만 구매단가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몰 물량 감소에 대해 69개점 718대에서 66개점 547대 차량으로 점포 및 배차, 인력 축소하며 퀵커머스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축소해나가고 있다.
 
SSM 역시 퀵커머스 서비스 접목해 매출 개선 도모하고 있으나 편의점과 달리 점포 규모 기준으로 영업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돼 편의점과의 경쟁에서도 밀려나는 실정이다.
 
실제 GS리테일은 GS25-GS수퍼마켓 배달 주문 앱 출시와 요기요 인수, 요마트 출시 등을 통해 퀵커머스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나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GS리테일이 디지털커머스 강화를 위해 요기요에 투자하고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해주는 '요마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GS리테일]
 
이에 일각에선 퀵커머스 서비스의 즉각적인 규제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1인가구 증가와 코로나19로 인한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퀵커머스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며 “다만 퀵커머스 서비를 위한 배송기사 확보의 어려움은 물론 비용 대비 낮은 구매단가로 리오프닝 국면 속 비대면 수요 감소로 새벽배송과 퀵커머스 서비스 축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골목상권 침해에 대한 뚜렷한 원인이 없는 것은 물론 일부 사가 사업축소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당장의 규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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