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韓 산업기술 유출 범죄, 35%가 무죄”
첨단기술 보호 위해, 배상‧양형 합리화 해야
반도체 등 첨단기술 우위 선점을 위한 국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첨단기술 보호를 위한 대응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로열티 확보 등 기술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첨단기술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7일 밝혔다.
전경련이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의뢰해 받은 ‘기술 유출·침해행위에 대한 처벌법규 및 양형기준의 검토와 정책과제’ 연구를 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관련 재판의 경우 전년 대비 2배(14건→33건)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산업기술 유출범죄 74%는 무죄(34.6%)와 집행유예(39.5%)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 규정 수위는 주요국과 비슷하지만,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은 법정형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기술 보호 관련 법률인 산업기술보호법은 2019년 8월 개정을 통해 벌칙 규정의 법정형을 상향했다.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15억 원 이하의 벌금 병과가 신설했다. 국가 핵심기술 외의 산업기술을 해외에 유출할 목적으로 침해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업기술의 국내 유출은 기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법원이 실제 판결을 내릴 때는 ‘지식재산권범죄 양형기준’의 ‘영업비밀침해행위’를 적용해 판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로 기술 유출을 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제2 유형으로 기본 1년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제시하며, 가중 사유를 반영해도 최대 형량이 6년에 그친다. 이는 산업기술보호법상의 해외 유출 처벌 규정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기술유출과 침해에 따른 피해액 산정을 위해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을 설치해 법원의 양형기준과 배상액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유출 사건은 개발 중이거나 시장에 출시 직전인 제품과 관련된 기술들이 많아 피해액을 산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기술유출은 개인의 윤리적 책임과 위법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산업 발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강조하며 “기술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은 물론, 국민적 공감대와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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