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해외건설 수주 낭보…올해 300억달러 달성 가능할까
10월 224억 달러 돌파, 전년 대비 30% 증가
사우디 네옴프로젝트, 카타르 LNG 생산시설 등 수주 기대
올해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2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목표액인 300억달러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사우디 네옴프로젝트 등 대규모 사업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올해 목표액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서비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한국기업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224억2841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난 것이다. 수주건수도 349건에서 405건으로 16%, 시공건수도 2057건에서 2251건으로 9%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중동, 아시아, 태평양‧북미, 아프리카 순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동에서는 현재 66억달러를 수주해 전년 동기 대비 16억 달러 이상 많은 수주고를 올렸다. 아시아에서도 92억달러로 3억달러 더 많은 수주 금액을 기록했다. 태평양‧북미에선 29억달러, 유럽에선 26억달러를 수주해 전년보다 각각 14억달러, 4억달러씩 수주액을 확대했다. 아프리카에서도 10억달러를 수주해 2억달러 대비 5배 이상 수주고를 키웠다. 반면 중남미에서는 2억달러를 수주해 전년(8억달러)보다 부진한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건설업체별로는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순으로 올해 가장 많은 수주액을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49억547만달러로 수주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24억8488만달러) ▶삼성엔지니어링(24억3517만달러) ▶롯데건설(14억2330만달러) ▶현대건설(10억9493만달러) ▶대우건설(10억180만달러)이 10억달러 이상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9억8790만달러) ▶SK에코엔지니어링(5억8769만달러) ▶GS건설(5억557만달러) ▶엘티삼보(3억3168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삼성물산은 올해 7월 미국 텍사스에서 19억1434만달러 규모에 달하는 테일러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축 공사를 수주했다. 지난 3월에는 베트남에서 5억8279만달러 규모 연짝 3~4호 복합화력 발전 프로젝트 계약을 따냈고, 카타르에선 6억3787만달러 규모 카타르에너지 태양광 발전소 건설사업을 지난 6월 수주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7월 독일에서 5788만달러 규모 HMETC 신연구동 신축공사를 수주했다. 미국에선 지난 5월 3011만달러 규모 현대자동차 알라바마 신규차종 대응 증설공사를, 지난 3월 950만달러 규모 폐플라스틱 활용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했다. 6월 싱가포르 현대차그룹 이노베이션 센터 싱가포르 스마트 팩토리 차체와 도장 공장 공사(5086만달러)를 수주했고, 인도네시아에선 1월 롯데 인도네시아 뉴 에틸렌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8억6875만달러)와 4월 배터리셀 JV 공장건설 프로젝트(1억7284만달러)를 따냈다. 폴란드와 호주에선 각각 SK넥실리스 동박공장(2억6751만달러), ASM 더보 사업 기본설계(3358만달러)를 수주했다.
국내기업 하반기 해외 수주 낭보…200억달러 돌파
한국 기업의 수주액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120억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치면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8%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연이은 수주 낭보를 알리며 해외 수주액이 200억달러를 돌파하고 올해 목표액인 300억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해외건설업계는 올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정부 목표치인 3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카타르 LNG 생산시설 확대, 쿠웨이트 세계 최대 석유화학 연구센터 건립 사업 등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는 5000억달러를 투입해 사우디에 신도시를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오는 10월 말~11월께 방한해 한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네옴 프로젝트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찰 일정이나 결과에 따라 수주 여부가 달라지겠지만 통상적으로 10월 말에서 11월 초나 내년 1월 중순께 건설사들이 수주 소식이 많이 몰리곤 한다”며 “최근 220억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우리나라 건설업체 수주가 기대되는 사업장이 남아있기 때문에 목표액 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산유국들은 국가 재정의 상당 부분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80~100달러의 국제 유가로 재정 여건이 대폭 개선됐다”며 “향후 정유·석유화학 공장 등 플랜트 시장의 발주 규모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내 해외건설기업은 수익성 위주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구축했다”며 “해외 설계‧조달‧시공(EPC) 기업들이 자기자본이익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최근 중동에서 고전을 겪었던 우리 기업이 다시 중동에서 수주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팔을 걷어부쳤다. 정부는 지난 8월 연 500억달러 수주, 세계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한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전략'을 수립했다.
정부는 최근 고유가에 힘입어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발주가 기다리고 있고 아시아·중남미에서도 개발수요가 증가하는 등 해외 인프라 시장이 활성화하는 분위기에 발맞춰 한국기업의 해외건설 시장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중동 붐을 일으킨 해외건설 강국으로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해외기업 저가 입찰 공세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해외 건설시장이 활력을 찾고 있는 만큼 정부와 공공, 민간이 한 팀을 이뤄 연 500억 달러 수주, 4대 해외건설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함께 뛰겠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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