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 부담...대출자 곡소리↑빚투족 한탄 [기준금리 3% 시대 그림자①]
치솟는 주담대·신용대출 금리…영끌족 고통 호소
월 상환액만 수백만원…증시 폭락에 빚투족 망연자실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3%대까지 치솟으면서 대출자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2년 전 저금리 때 영끌(영혼 끌어모아 투자 및 매매)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섰던 대출자들은 불어난 빚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빚까지 내가며 주식, 부동산 투자에 나섰던 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은 추락한 증시와 집값을 바라보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년 전 대비 금리 2배 ‘껑충’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후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이틀 만에 0.143%포인트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난달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3.40%를 기록, 전월 대비 0.44%포인트 상승하며 10년 만에 3%를 돌파했다. 이에 사실상 향후 주담대 금리 상단은 8% 돌파가 유력한 상태다. 변동형 금리를 선택한 주택 대출자들의 곡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액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0.50%였던 기준금리는 올 10월까지 2.50%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액은 평균 16만4000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2.50%포인트가 올랐으므로 지난 1년간 대출자 한명이 내야 할 이자만 164만원 늘어났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대출자들의 ‘이자 곡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2년 전 저금리 시절 대출을 받은 영끌족들의 탄식도 이어진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 8월, 5대 은행 주담대 평균 금리(분할식)는 4.43%다. 기준금리가 0.50%던 2020년 8월(2.51%) 대비 평균 금리가 1.91%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반신용대출 평균 금리도 2.51%에서 5.44%로 2.92%포인트 늘었다. 8월보다 10월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더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시점으로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합친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2년 전 8월보다 2.5~3%포인트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2년 전 저금리 시절 주택 대출을 받은 직장인 정모씨(41)는 이자 부담에 고민이 크다. 정씨는 2020년 8월 A은행에서 주담대(30년 원리금 균등, 변동형)로 4억3200만원을 대출받았다. 저금리 시기가 기회라고 생각해 모아둔 돈 5억원에 대출 4억3200만원을 받아 경기도 수원에 아파트를 장만했다.
당시 A은행 주담대 금리는 2.46%로 월 상환액은 169만원이고 총 이자액은 1억7926만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A은행 주담대 금리가 5.30%까지 상승해 월 상환액은 249만원으로 약 80만원이나 늘었다. 총 이자액은 4억3160만원이 되며 2억5000만원 불어났다. 앞으로도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을 고려하면 정씨가 부담할 월 상환액은 270만~280만원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 이러면 기존 월 상환액의 절반 이상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정씨는 “전에는 아내와 나의 총 수입 550만원에서 월 상환액 170만원, 생활비 300만원을 빼면 그래도 80만원 정도는 저금도 가능했다”며 “하지만 벌써 월 상환액이 80만원이나 늘면서 사실상 여윳돈이 사라졌고 앞으로 이자가 더 오르면 생활비도 졸라매야 한다”고 토로했다.
2년 전 은행서 주담대와 신용대출로 3억원 대출을 받았던 직장인 조모씨(39)도 “이자로만 한달에 100만원 이상 나가니 내 집은 생겼지만 정작 생활비가 거덜나 어디가서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고 자랑하기도 우습다”며 “변동금리를 선택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라고 푸념했다.
증시·코인 급락…‘존버’해도 이자 부담은?
3000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2200선까지 떨어졌고 지난해 8000만원을 넘었던 비트코인 시세는 현재 2700만원선에서 횡보 중이다. 이달 첫주 서울 지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2% 하락했는데 이는 2012년 8월 마지막주 조사 이후 10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치다. 빚까지 내가며 투자를 했지만 각종 투자지표들은 우울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출자들은 이자 폭탄을 피하기 위해 대출금 갚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한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59조5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1조2000억원 줄었다. 주담대는 9000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이 한 달 새 2조1000억원 급감했다.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차주들이 서둘러 신용대출금 처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빚투족이라는 직장인 서모씨(34)는 “주식 투자야 존버(힘든 상황을 오랜기간 버티다)하면 언젠가는 회복될 수 있다고 보는데, 당장 수십만원의 대출 이자를 감당하는 것이 매우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한은 금통위는 올 11월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한은은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코픽스와 연동되는 대출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긴축이 계속되는 한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이 쉽게 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자 공포 때문에 대출은 줄어들고 예적금 자금은 늘어나는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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