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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은 어떻게 매출 400억대 CEO가 됐을까

[인터뷰] 최용길 펌프킨 대표
첫 수주 200만원 발판 삼아 수백억 매출 올리는 1위 사업자로
대규모 충전인프라 구축 노하우로 승용 전기차 시장도 공략

 
 
 
펌프킨 최용길 대표가 자사 충전기를 손에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신인섭 기자]
계속되는 실패,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가진 것 하나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 첫 수주도 실체 없이 설계 도면 하나로 따냈다. 남들은 봉이 김선달이라고 불렀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 속에 존재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전기차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 성공 신화를 이뤄낸 한 사업가의 이야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신들만의 영역을 묵묵히 개척해 나가고 있는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기업 ‘펌프킨’의 최용길 대표를 만나봤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였다

 
펌프킨(PUMPKIN)은 전기택시·버스·트럭 등 상용차 관련 대용량 급속 충전인프라 구축에 주력해온 충전솔루션 제공 기업이다. 2011년 설립돼 2016년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한 뒤 연간 충전공급량 251GW, 연매출 약 400억원 등을 기록하며 충전사업 분야 강소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력인 전기버스 충전기 부문에서는 약 70%의 국내 점유율을 확보할 정도로 입지가 탄탄하다.
 
그린에너지, 스마트에너지, 에너지절감 등을 위한 기술도 다수 보유 중이다. 국내 최초로 1:N 순차충전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파워뱅크 분리형 충전기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외에도 신재생 에너지(태양광) 연계형 국내 최대 규모 친환경 충전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최근까지 확보한 특허 기술은 20여건에 달한다.
 
올해는 서울시의 전기택시·버스 충전인프라 보급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두 가지 사업에 모두 선정된 업체는 펌프킨이 유일하다고 한다.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2에서 만난 펌프킨 최용길 대표가 서울시와 전시공간을 함께 쓰고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최용길 대표는 회사가 지금의 수준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최용길 대표는 “계속되는 사업 실패로 참담했다”며 “9급 공무원 시험에도 도전했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연한 계기로 연구소에서 근무를 하게 됐는 데, 거기서 전기차와 충전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며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련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마음이 맞는 2~3명이 시작한 사업은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별다른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고, 적자가 쌓이면서 경영난이 심화된 것이다. 최용길 대표는 “지인을 찾아가 구걸하듯 하청을 받아 사업을 이어갔다”며 “그러면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한 사업 방향을 꾸준히 모색했고, 전기버스 등 대규모 충전인프라 구축이라는 방향성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따낸 전기버스 충전기 관련 수주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최용길 대표는 “당시 설계도 정도 보유한 것이 전부였지만, 한 사업체의 대표께서 나만의 충전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주셨다”며 “사실 200만원짜리 용역 수준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3개월 뒤 15억원의 수주를 따냈다”고 설명했다.
 
실체는 없었지만 기술력만큼은 인정을 받았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 1위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팬터그래프 비대면 무인 자동 충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대기업과의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보통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기업은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이다. 기술이 있어도 자본이 없으면 사업 구체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펌프킨은 지금까지 외부 투자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점은 매우 특이하다.
 
최용길 대표는 “개인적으로 좀 더 배고프고 절실해야 모두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한다”며 “저와 직원들이 배가 부르면 한계가 금세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배고픔이 단기간에 자체 기술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성스런 집밥을 고객들에게

 
최용길 펌프킨 사장(오른쪽)과 직원들. [신인섭 기자]
 
그동안 전기버스 등 상용차 충전 시장에서 기술 노하우를 쌓은 펌프
킨은 이제 전기 승용차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공략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이밥(eBAB)’이라는 전기차 충전기 브랜드도 새롭게 론칭했다. 이밥은 ‘전기차의 밥’에서 모티브를 얻어 기획한 것이다.
 
최용길 대표는 “보통 밥이라고 하면 어머님이 해주신 밥이 가장 정성스럽고 좋다”며 “우리 고객들에게 정성스러운 충전기로 전기차에 밥을 준다는 취지로 이밥 브랜드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용길 대표는 현장에서 이밥 브랜드의 프리미엄 초고속(200~400kWh급) 충전시스템인 ‘문(Moon) 시리즈’를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프리미엄 충전기로 불리지만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차별화를 이뤄낸 것이 특징이다. 펌프킨은 특정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케이블 가격을 기존 대비 30% 이상 낮추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한다.
 
교통약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펌프킨은 충전기 높낮이를 버튼 하나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자사 충전기에 탑재했다. 이날 최용길 대표가 자신 있게 소개한 문 시리즈는 연내 백화점 등 주요 상업 시설에 설치될 예정이다.
 
펌프킨은 여전히 배고프다. 전국에 전기버스·택시 관련 약 2000대의 충전기를 운영 중인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지만, 계속해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건설기계 중장비 전용 충전기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특정 대기업과 함께 에너지 자립형 융복합 충전소도 구상 중이다. 내년부터는 신규 사업 모델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다.
 
생산 능력도 지금보다 개선한다. 내년에는 약 4000평 규모의 충전기 양산 공장이 횡성 산업단지 내 준공 예정이다. 최용길 대표는 “이 공장을 통해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약 10배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펌프킨의 연간 생산 능력은 급속 충전기 1000기 내외, 완속 충전기 2000기 이상이다. 이를 발판으로 이르면 내년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최용길 대표는 “다양한 기술을 확보해 그 분야에 특화된 서비스 모델을 만들면 해외에 나가서도 차별화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해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김연서 기자 yons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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