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채택한 OKR, 실리콘밸리가 주목하는 이유
인텔 CEO 앤디 그로브 1970년대 처음으로 고안
구글·MS·아마존·넷플릭스 등 글로벌 기업 채택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은 인텔(Intel)의 세 번째 CEO인 앤디 그로브(Andrew Grove)가 1970년대 처음 고안한 지속가능 목표설정 프레임워크다. 기존 성과관리 시스템인 MBO(Management by Objectives)의 ‘목표에 대한 정기적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만든 것이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넷플릭스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사용하는 성과 관리 프로토콜로 자리잡고 있다.
OKR은 목표(Objective)와 핵심결과(Key Result)를 의미하는 이니셜의 조합이다. OKR의 아버지 앤디 그로브는 이 둘의 관계를 “음과 양, 이론과 행동, 전망과 실천"으로 규명했다. OKR을 구글에 이식한 벤처투자가 죤 도어(John Doerr)는 “핵심결과는 목표를 조준하는 가늠자"라고 했다. 즉, OKR이란 조직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업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행결과를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발전상황을 추적하여 목표를 지속적으로 튜닝해가는 애자일한 비즈니스 운영방식이다.
조직 공동 목표 주기적 측정, 지속적 튜닝 장점
영업팀장 A의 핵심결과들은 3명의 직속 팀원들의 목표로 하나씩 이어진다. 영업대표(AE) B에게는 “100명 이상 규모 신규고객 5개 계약"이, 고객성공매니저(CSM) C에게는 “4분기 계약종료 고객 중 95% 리뉴얼"이, 내부영업개발(ISR) D에게는 “기존 무료고객 20% 이상 유료 플랜으로 업그레이드”가 4분기 목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세부실무를 담당하는 B, C, D의 의견을 받아 A는 자신의 핵심결과를 수정 보완할 수 있다.
이처럼 내 상관의 핵심결과는 곧바로 나의 목표가 되고, 내 핵심결과는 내 팀원들의 목표가 된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수직 연결된 OKR은 기업의 큰 비전에 모두를 일사불란하게 정렬한다는 장점이 있다. 회사의 주요 목표에 연결되는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빠르게 구분하여 우선순위에 집중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때 각 핵심결과는 성공률에 대한 정량적, 객관적 측정이 가능하도록 반드시 숫자로 설정하여 성과를 점수로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A가 “500명 이상 규모 신규고객 5개 계약”을 하기로 했는데 분기내 3개만 계약했다면 60%를 달성한 것이다. 1점을 100% 달성으로 보았을 때 해당 핵심결과 점수는 0.6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낮은 점수는 저성과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공격적 목표설정이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지난 분기의 점수를 통해, 다음 분기의 목표 레벨을 조정할 수 있다.
역으로 높은 점수는 고성과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달성하기 쉬운 보수적인 목표 설정이 원인일 수 있다. 따라서 OKR에서는 점수가 성과평가와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 목표와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핵심결과 간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만들어진 OKR 평가 시스템을 문자적으로 인사고과에 반영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분기말 분석과 평가가 끝나면 그 결과를 반영하여 내년도 및 1분기에 대한 ‘기업, 팀, 개인’에 대한 OKR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한다. 인사고과를 주된 목적으로 연 1회 평가하던 기존 시스템들과 다르게, OKR은 월/분기 등으로 성과관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기대 목표를 단계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직원들의 실제 업무와 평가 사이의 갭을 줄이고, 업무능력을 점진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참여적인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촉매 역할을 한다.
기업문화 혁신 관심 갖는 기업들, OKR 속속 도입
50년이나 넘은 이 성과관리 프레임워크가 요즘 다시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 세계 유행처럼 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성과 포용을 중시하는 문화, 새로운 MZ세대의 유입, 팬데믹을 통한 원격 근무 등의 변화로 일하는 방식과 장소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가 일의 정의와 일을 대하는 태도를 완전하게 바꾸면서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던 ‘일의 미래’를 앞당겼기 때문이다.
투명한 업무 환경과 기업문화를 만든다면 ‘우리 회사는 성장하고 있는지’, ‘내가 하는 일이 회사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회사 구성원 모두가 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성공적인 목표관리와 지속적 성과개발의 필요 조건이다. 이는 디지털전환, MZ세대, 하이브리드 업무를 특징으로 하는 시대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일하는 방식 및 기업문화의 혁신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OKR을 도입하는 이유다.
경영 컨설턴트 더브 사이드먼(Dov Seidman)은 “직원이 지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기만 하면 되던 시절에 기업 문화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직원들에게 ‘알아서 올바르게 업무를 처리하라’고 말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기업 문화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라며 일하는 방식과 기업문화의 불가분 관계를 설명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또한 직원생산성을 두고 “측정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We can’t improve what we don’t measure.)”고 했다. OKR이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지’에 답을 제시한다면, 리더의 목표와 아이디어를 조직 전반으로 ‘어떻게 확장하고 개선할지’에 대해서 죤 도어는 그의 저서 〈Measure What Matters〉에서 소개한 CFR을 수많은 성공 케이스의 좋은 실행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C는 대화(Conversation), F는 피드백(Feedback), R은 인정(Recognition)을 의미한다. 공동의 목표로 진행하는 협업 프로젝트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CFR이 OKR을 위한 불가분 요소로 페어링되는 것이 합당하다.
OKR이 정량적 목표설정과 측정가능한 ‘태스크 아웃풋’을 위한 프레임워크라면 CFR은 OKR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호 지원, 존중, 격려, 심리적 안정감 등을 포함한 ‘커뮤니케이션 인풋’을 위한 기업문화 프로토콜이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며, 일하는 장소와 방법을 초월해서 모든 조직 구성원을 부서간 경계를 넘어 공동의 목표로 묶어주기 위해서는 강력한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그 기업문화는 대화, 피드백, 인정과 같은 소프트 스킬의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빈도를 OKR 주기에 적절히 반영할 때 효과적으로 발현된다.
※필자는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한 후 지니어스팩토리를 창업한 뒤 현재 글로벌 협업툴 ‘스윗(Swit)’을 개발한 스윗테크놀로지스를 임상석(CTO)와 박진호 한국지사장(EVP)과 공동창업했다.
조쉬 리 스윗테크놀로지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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