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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3만종 인데”…‘비상약’ 파는 편의점, 5년째 왜 ‘13종’일까

2012년부터 편의점 타이레놀·판콜13개 품목 판매
2018년부터 품목 확대 검토, 약사회와 의견 충돌
"긴급 약 편의점 활용" vs "부작용, 복약지도 문제"

 
 
 
사진은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타이레놀. [사진 연합뉴스]
 
편의점들이 안전상비약을 판매한 지 10여년이 흘렀다. 편의점업계는 지난 2012년 약사법 개정으로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에서 13종의 약 품목을 판매한 데 이어 2018년부터 품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벌써 품목 확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도 5년여가 흘렀지만,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업계는 복약 지도가 필요 없는 안전상비약 품목으로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약사회는 관리 문제를 이유로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24시간 불켜진 편의점…코로나19에 타이레놀 17%↑

 
20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약 10년 전인 2012년 약사법 개정으로 24시간 연중무휴이면서 일정한 교육을 수료한 편의점에서는 타이레놀 등의 해열제, 판콜 등 감기약, 훼스탈 등 소화제, 파스 등 총 13개 품목의 판매를 허가했다. 24시간 영업으로 심야 긴급하게 의약품이 필요할 때도 구매가 간편할 뿐만 아니라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 때문이다.  
 
실제 편의점 CU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장 약국이 많은 수원시(530여곳)에서도 편의점이 약국보다 63%가량 더 많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의 취급 규모도 2019년 기준 435억원으로 도입 초기인 2013년 154억원보다 1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기준으로 편의점 안전 상비의약품 공급금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 기준 443억4600만원으로 2020년 456억6700만원 대비 13억2100만원(3.0%) 소폭 줄었다. 단일 제품으로는 일반의약품은 해열진통제로 흔히 쓰이는 알약 형태의 타이레놀이 편의점에만 212억400만원어치가 공급돼 2020년 181억7000만원 대비 약 17%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전인 2019년의 148억3500만원과 비교하면 43% 급증했다.
 
소비자들도 편의점 등 24시간 무휴 점포에서 상비약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경실련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편의점 등에서 상비약 구매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97.4%에 달했다. 향후 품목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90.2%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편의점산협회에 따르면 약국이 문을 닫는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편의점 안전 상비의약품 구매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명절 연휴 또는 휴일 편의점 안전 상비의약품의 매출은 평일보다 절반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약국에 붙은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안내문. [사진 연합뉴스]
 

“공익적 역할 활용돼야” vs “부작용, 복약지도 문제”

 
편의점 안전 상비의약품 판매의 사회적인 편익과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품목 확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실정이다. 세계적인 흐름으로 봐도 미국은 슈퍼마켓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약이 약 3만개에 이른다. 가까운 나라 일본도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약이 2000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가 여전히 13종에 그치는 이유는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와의 의견 충돌 때문이다.  
 
약사회는 오남용과 부작용, 의약품 관리문제, 복약지도의 문제점으로 지난 2018년부터 편의점의 안전 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지속적으로 반대해오고 있다. 약사회는 심야 약국 운영이나 병의원과 약국을 연계한 당번 운영을 제도화로 국민 불편을 해결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다만 업계에서 다시 편의점 안전 상비의약품 취급 품목 확대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자가 검사키트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식약처는 자가진단키트 공급을 위해 전국 5만여개 모든 편의점을 대상으로 자가 검사키트의 판매를 일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위급한 상황에서 편의점의 공적 인프라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소비자들의 긴급상황에서 약국이 아닌 편의점에서 약을 구매하는 경험을 하면서 공익적 역할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타이레놀. [사진 연합뉴스]
 
경실련이 지난 2018년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안정 상비의약품 확대 품목은 제산제, 지사제 등을 포함한 20여개 품목이다. 일반의약품처럼 특별한 복약 지도가 필요 없고 이들의 용법을 가시성 높게 디자인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올해 초 국회에서도 국내공항과 항만시설에서도 기초적인 안전 상비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상비약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비상약을 판매할 수 있는 약국 또는 24시간 편의점이 입점하지 않았더라도 여객이 상주하는 공항과 항만시설에서 비상약 판매가 가능하게 하는 '약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발의된 것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안전 상비의약품이 편의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 수준으로 품목확대는 편의점과 약국의 경제적 이권이 아닌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전국 최대 오프라인 거점인 편의점 인프라를 활용해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는 동네 약국을 대신해 해열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등 안전 상비의약품도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며 “지역주민의 이용 편리성, 위해 의약품의 회수 용이성 등을 고려해 심야 및 공휴일에도 국민이 안전 상비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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