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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시름하는 미국, 경기 침체 불식하고 연착륙할까?

[2023 경제 대예측] NO 70%

 
 
미국 국기 [AFP=연합뉴스]
세계 경제의 중심 미국이 흔들린다. 2022년 4월부터 고(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질주가 이어지자 시장에선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시장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예상 외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지금은 해를 넘어 2023년까지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결국 당분간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정책이 이어진다는 얘기다. 전세계 경제의 열쇠를 잡고 있는 미국의 휘청거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이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의 대책이 무엇인지 전세계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경제 2023년에도 쉽지 않아” 어두운 전망

세계적인 경제기관들은 2023년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여전히 쉽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와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건설 투자 감소 등이 일어나 2023년 미국 경제성장률(실질 GDP 성장률)이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22년 6월 1.5%에서 10월 0.5%로 낮췄다. 피치는 “미국 경제가 2023년 봄부터 1990년대와 비슷한 완만한 경기 침체로 끌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2022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2.2~2.4%)보다 상회했다. 일각에서는 GDP 성장률의 상승을 두고 연준의 긴축정책 속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징조라는 낙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세부적인 수치를 뜯어보면 실망스럽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2022년 11월 펴낸 미국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개인소비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하락했다. 민간투자 항목은 전 분기 -14.1% 대비 3분기 -8.5%로 신장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다. 특히 주택구입 항목 성장률은 3분기 -26.4%를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수출은 14.4%로 전 분기 13.8% 대비 0.6%포인트 성장했다. 반면 수입이 전 분기 2.2%에서 3분기 -6.9%로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며 순수출(GDP 성장 기여도 비율)이 전 분기 1.16%포인트에서 2.77%포인트로 상승했다. 내수시장 소비가 여전히 부진했고 변동성이 큰 순수출이 GDP 성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아직도 성장 동력이 약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미국의 2022년 10월 중 소비자신뢰지수는 102.5를 기록, 전월 대비 5.3%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미국 가계의 소비심리가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 참가자들의 향후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편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향후 통화긴축 효과가 누적되면 성장세를 잠재 수준 이하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2022년 3분기가 성장률 정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네덜란드 금융회사 ING은행은 “변동성이 큰 순수출 증가로 3분기 GDP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였는데, 이는 다소 바람직하지 않은 최근의 성장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며 “연준의 긴축 기조가 지속돼 2023년 경기 침체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히 강민주 ING은행 서울지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3년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0.4%로 제시했다. 강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연준이 금리를 너무 급하게 올리고 있어 지금까지 보였던 견조한 소비세나 주택시장, 투자시장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 체제는 철저히 자본주의 시장 경제다. 풍부한 인적·물적 자원을 바탕으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또 자유무역과 기술혁신이 뒷받침된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활동이 미국을 부국으로 만들었다. 특히 낮은 인플레이션과 견실한 금융시장 등은 미국이 현재까지 초강대국 위치를 유지하게 된 강력한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여러 부문에서 변동성이 커졌고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이 미국 내 여러 시장들의 기능에 바이러스를 퍼트린 상황이다.
 
금융시장 관계자는 “이렇게 높은 물가 상황에서는 파월이 아니더라도 긴축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2023년 미국, 그리고 세계 경제의 관건은 연준이 시장 안정 시점을 언제로 보고,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올리느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긴축 정책이 끝나야 시장 유동성이 커지고 시중에 돈이 돌며 경제 성장의 터닝 포인트가 마련될 것이란 분석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AFP=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잡겠다는 미국 금리 인상 언제까지

그렇다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언제까지, 얼마나 올릴까. 연준은 2022년 11월 1~2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종전 3.0~3.25%에서 3.75~4.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2022년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2%에 달하자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4%대에 진입한 것은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후 14년 10개월여 만이다.
 
2022년 11월 FOMC에서는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나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직후 “금리 인상과 관련해 여전히 갈 길이 남아있다”며 “최종 금리 수준은 이전에 예상한 것보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적절하며 이와 관련해 다음 회의 때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마도 느린 속도의 금리 인상으로 가는 것이 곧 적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발언과 관련해 향후 연준이 긴축 정책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4월부터 너무 숨가쁘게 달려온 금리 인상으로 전세계 경기가 시름하고 있는 것과 연관 있어 보인다.
 
특히 2022년 10월 미국의 CPI가 전년 대비 7.7%, 근원 CPI는 6.3%를 기록, 모두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긴축 효과가 시작됐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시장에 퍼졌다. 분명히 CPI는 6월 9% 정점을 찍은 이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2022년 12월 FOMC에서는 기준금리가 기존 0.7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크리스토퍼 연준 월러 이사는 “다음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보고서와 다음 일자리 보고서를 포함한 더 많은 데이터를 보기 전까진 속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당장의 일부 시장 지표만으로 통화 정책을 가져가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급격한 금리 인상인 ‘자이언트 스텝’을 더이상 진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마감 시점은 2023년 1~2월이 아니라 더 연기될 수 있다. 현재 연준과 시장이 예상하는 최종 기준금리 인상치는 4.75~5.25%지만 현재 이보다 높은 전망치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2022년 11월 4일 블룸버그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요 국제기관들이 전망하는 연준 최종 기준금리 수위는 5.00~5.25%가 4곳으로 가장 많았고, 4.75~5.00%가 3곳, 4.50~4.75%와 5.25~5.50%가 2곳으로 뒤를 이었다. 5.50~5.75%로 예측한 곳도 1곳 나왔다.
 
금리 3.75~4.0%에서 2022년 12월 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된 뒤 2023년 초에도 0.25%포인트씩 2차례 정도 오르면 연준 예상치에 도달한다. 하지만 연준의 속도 조절로 최종 금리 상단이 높아지고 인상 기간도 더 길어질 가능성이 생긴 상황이다.
  
미국 월스트리트가 [AFP=연합뉴스]

대외 불확실성 지속 “美에 악영향 줄 수도”

국제기관들이 미국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근거 중 하나는 최소 2023년 상반기에나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이 2023년 상반기까지 진행된다고 봤을 때 금리 고점의 부담은 당해 하반기에 본격화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시장에서는 계속된 긴축으로 CPI가 꾸준히 하락해 2023년 하반기에는 3.0%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컨센서스(2022년 11월)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3년 1분기에 5.9%로 낮아지고, 4분기에는 3.0%로 떨어진다고 예상됐다. 그렇지만 2023년 상반기까지 여러 경제지표에 따라 최종 금리 향방도 달라질 수 있어 그 사이 안심은 이르다는 분석이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미국의 물가 오름세가 정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으로 자산가격 회복과 달러화 강세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노동시장이 견고하고 서비스 물가가 오를 위험성이 있어 금융시장 변동성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2023년 초, 혹은 상반기까지는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당장 반전을 보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 시기, 연준의 긴축으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의 대외 불확실성도 고조될 수 밖에 없다. 이 불확실성이 결국 미국 경제와 기업 실적에 역으로 다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이외 경제권에서는 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을 따라가다가 탈이 날 수 있다”며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편입 기업들의 해외 매출 비중이 약 40%라는 사실은 대외 불확실성이 미국에 영향을 미치는 통로”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부터 실적이 부진해지면 점차 고용도 위축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2023년 상반기는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익 전망 하향 조정세도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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