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달릴수록 늘어나는 엔진오일…기아, 15만대 수리한다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 걸쳐 무상수리 계획 통보
쏘렌토·K8·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 주력 모델서 문제 발생
현대차 투싼·싼타페 하이브리드 이달 중 무상수리 시행 예정
기아가 하이브리드차(HEV)에서 발생하고 있는 엔진오일 증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세 번째 무상수리를 진행한다. 이미 무상수리를 진행하고 있는 쏘렌토 HEV 외에 K8 및 스포티지 HEV가 새롭게 추가됐다. 기아는 오는 2024년까지 15만대 이상의 차량을 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최근 K8 및 스포티지 HEV 차주들에게 엔진오일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무상수리 통지문을 발송했다.
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K8 HEV는 2021년 4월 23일부터 2022년 11월 25일까지 생산된 차량이다. 스포티지 HEV는 2021년 7월 5일부터 2022년 11월 25일까지 생산된 차량이 수리 대상이다. 기아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총 6만5740대(K8 및 스포티지 HEV 포함)를 수리한다는 계획이다.
기아가 엔진오일 증가 문제로 무상수리 계획을 통보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지난 8월 기아는 차주들에게 8만5939대의 쏘렌토 HEV에 대한 무상수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추가 안내문을 발송해 수리 대상을 6000여대 늘렸다. 기아는 2020년 2월 21일부터 2022년 9월 27일까지 생산된 쏘렌토 HEV 총 9만2898대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아가 엔진오일 증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쏘렌토, K8, 스포티지 등은 모두 1.6 터보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HEV다. 3개 차종을 합산한 무상수리 대상은 15만8638대에 달한다. 여기에 동일한 엔진이 장착된 현대자동차의 투싼과 싼타페 HEV도 엔진오일 증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해당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무상수리 대상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아와 현대차의 HEV 차량에서 발생하는 엔진오일 증가 현상은 지난해부터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주행 후 엔진오일이 기준치를 넘어서고 휘발유 냄새가 진동하면서, 엔진오일에 휘발유가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엔진오일과 휘발유가 섞이면서 화재가 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문제를 인지한 현대차그룹 측은 자체 연구소 테스트 등을 거쳐 화재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고객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무상수리로 해결책을 제시하기로 결정했다.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이유는 전기모터와 엔진의 구동을 복합적으로 선택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HEV 시스템 방식 때문이다. 전기 모드 구동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엔진에 시동이 걸리면 차량은 기존보다 더 많은 연료를 공급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 경우 연료가 과다 분사될 수 있으며, 과다 분사된 연료가 오일 팬으로 유입돼 엔진오일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엔진오일 증가 문제가 차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엔진오일과 연료가 섞이면 회전 저항이 커진다”면서 “엔진오일의 점도 저하로 엔진 부품 마모와 출력 저하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이 가능하지만 한 번에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신규 소프트웨어 적용으로 오일 유입량은 줄어도 주행 등 다양한 조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엔진오일 증가 문제가 엔진성능 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아 관계자는 “엔진오일 유면 상승은 겨울철 단거리 반복 주행 등 일부 차량에서만 발생되는 사항이며, 엔진성능에는 영향이 없다”며 “응축된 물질은 고속/장거리 주행 시 자연적으로 해소돼 오일량이 정상 수준으로 원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 현대차는 이달 중 2개 차종(투싼, 싼타페 HEV)에 대한 무상수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향후에도 고객 불편 해소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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