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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조 VS 선방‘ 둔촌주공 청약 엇갈린 시선...분양시장 향방은

고금리 여파, 대규모 분양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입지보다 ‘가격민감도’ 커져…금리 등 경제변수 갈릴 듯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올해 분양 시장에서 대어로 꼽혔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과 장위자이 레디언트의 청약 성적이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분양시장 향방이 안갯속에 빠졌다. 금리인상 시기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가운데, 내년 분양에 나서는 단지들의 셈법도 복잡해 질 것으로 보인다.
 
9일 한국부동산원청약홈에 따르면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1·2순위(해당 지역·기타 지역) 청약 결과 총 16개 타입 중 12개 타입이 순위 내 마감했다. 39㎡A·49㎡A·84㎡D·84㎡E 등 4개 타입은 순위 내 청약 마감에 실패했다. 84㎡E는 맞은편 집과 주방 창문간 거리가 좁아 ‘주방 뷰’로 논란이 일었던 타입이다.  
 
이로써 수도권 거주자와 2순위 청약까지 했지만, 공급 가구 수의 5배에 달하는 예비 입주자를 채우지 못하게 됐다. 서울은 투기과열지구에 속해있어 입주자 모집가구 수의 500%까지 청약통장이 들어와야 순위내 청약을 마감한다. 
 
당첨자발표는 오는 15일로 정당계약은 다음 달 3일부터 17일까지다. 주방 뷰 논란과 전용면적 84㎡ 중도금 대출 불가 등의 요인으로 미계약 물량이 늘어날 수 있어 미분양 우려도 나온다.
 

대어급 분양성적 ‘저조’ VS ‘선방’ 시선 엇갈려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마련된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계약률이 저조할 경우 남은 물량은 일명 '줍줍'(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무순위 청약 조건은 공급하는 주택의 지역에 거주하고 만 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무주택이어야 하며 청약통장이 없어도 된다.  
 
성북구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 4구역 재개발)도 일부 미달이 발생했다. 장위자이레디언트는 1순위 당해지역청약에서 956가구 모집에 2999명이 몰려 평균 3.1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16개타입중 4개타입만 접수를 마감했다.  
 
둔촌주공 같은 대어급 단지들의 분양성적이 ‘기대 이하’라는 시선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 여파 등에 따른 부동산 침체 분위기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도 나온다. 특히 둔촌주공의 일반분양이 4700가구에 달한 분양 규모를 생각했을 때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게 나왔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시각이다. 
 
임병철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실수요자는 그래도 움직인다는 것들을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본다”며 “둔촌주공과 장위자이가 입지적으로 나쁜 곳이 아니다. 아마 이제 건설사들이 당연히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분양을 먼저 할 거고 분양가격도 적정하게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미계약 우려를 제기하며 ‘집값이 더 떨어져 손해 볼지 모른다’는 손실회피 심리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둔촌주공은 저층이 많고 분양가 메리트가 줄어 일부 비로얄층 미계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둔촌주공에서 보듯 지금은 아무리 입지가 좋고 대단지 랜드마크라도 분양가가 싸지 않으면 실수요자들이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은 시기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시장의 새 흐름은 입지보다 가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분양시장은 청약경쟁률이 낮아지는 가운데 극단적인 양극화가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미분양 공포 커져…내년 금리·거시경제 향방에 촉각  

이 같은 결과는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증가했고 시장침체로 인해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분양 공포도 커지고 있다. 앞서 '10만 청약설'이 나돌았던 둔춘주공과 강북에서 '대어급'로 꼽힌 장위 자이의 청약 성적이 기대에 크게 밑돌면서 분양을 앞둔 건설업계는 자칫 미분양이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이미 미분양 물량이 쌓인 지방에서 분양을 앞둔 건설사들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대구와 경북의 경우엔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대구의 경우 올해 하반기 분양한 단지 16곳 중 15곳이 미달될 정도로 분양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미분양 주택은 1만830가구로 1만 가구를 넘어섰다. 1년 전인 작년 10월 1933가구에 비해 5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대구 지역 역대 최대치인 2008년 12월 2만1379가구와 비교하면 50% 수준을 넘어섰다. 경북의 경우에도 미분양 주택이 6369가구까지 늘어나며 대구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최대치 1만6106가구에 비해선 40% 수준이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10월 말 기준 4만7217가구이다. 지난 9월 말 4만1604가구 대비 13.5% 증가했다. 분양업계에서는 통상 5~6만 가구를 넘어서면 시장 침체기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효선 NH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 시기가 위기인 건 맞다. 올해 미분양이 전년도 대비해서 한 두 배 정도 늘었다”며 “특히 대구나 인천, 경기 같은 지역들은 올해도 준공후 미분양까지도 늘어난 상태라서 지역별로 좀 심각도는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서울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지만 내년도에 지금처럼 금리 인상기나 거시 경제가 계속 안 좋아서 장기간으로 이어진다면 좀 심각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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