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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한 통에 계약 해지…증권가 1만 계약직 ‘불면의 밤’

팀·본부단위 계약직 많은 IB부문…‘재계약 불발’ 늘어
KB·다올·하이證, 정규직 희망퇴직, 구조조정 연쇄 조짐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바라본 증권가의 모습. [노진환 기자]
"귀하의 계약 연장이 해지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증권가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면서 계약직 직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년 단위 연봉 계약직이 많은 증권사 특성상 연말 수익성이 악화한 부서 위주로 ‘재계약 불발’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그간 증권사 실적을 견인해왔던 IB(기업금융) 부문은 물론 법인·채권 등 계약직 비중이 높은 영업직군 위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내 36개 증권사 임직원은 총 3만8254명이다. 이중 계약직원은 1만1377명으로 전체의 29.74%를 차지했다. 전체 증권사 직원 3명 중 1명은 계약직 직원인 셈이다.  
 
국내 증권사 계약직 수는 지난해 상반기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한 뒤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달, 비대면거래 확산 등으로 정규직 비중이 높은 관리직(백오피스)은 감축하는 대신 계약직 위주의 영업직(프런트오피스) 인원을 늘리면서다. 그동안 증권사 호실적을 이끌던 IB 인력도 연 단위 계약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본급은 낮은 대신 높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데다 보수에 따라 이직이 자유로워 계약직을 오히려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증시 한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 자금시장 경색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계약직 채용 형태가 가장 먼저 타깃이 됐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채권구조화팀 6명 전원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대다수 계약직원의 재계약 갱신이 12월에 몰려있는 만큼 이달 중 본격적인 감원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권사 채권영업팀 직원 A 씨는 “올해 12월 31일 자로 계약이 종료되는데, 얼마 전 재직 중이던 증권사로부터 팀 전체가 재계약 연장 불가를 이메일로 통보받았다. 목표 성과 미달이 이유인데, 팀 전체가 날아갈 줄은 몰랐다”며 “이직처를 알아봐야 하는데 다른 증권사들도 채용을 줄이고 있어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증권사 부동산PF팀 직원 B 씨는 “연 단위 계약직이어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계약 연장이 가능했기에 불안함은 없었다. 팀 단위, 본부 단위 이직도 잦은 업계라서 이직에 대한 부담도 적은 편이었다”라며 “입사 후 처음으로 맞는 업황 부진이라 올해는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계약직 비중이 높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금투협 공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리딩투자증권의 계약직 비율이 74.84%로 가장 높았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70.23%), 흥국증권(65.22%), 케이프투자증권(62.83%), 메리츠증권(60.41%), 한양증권(55.49%), 다올투자증권(52.79%), 하나증권(51.05%) 등도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계약직이었다. 대부분 부동산PF 위주의 IB 영업 인력들이다.  
 
정규직 대상 희망퇴직과 본부 폐쇄 등 ‘슬림화’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가운데 KB증권도 지난 9일부터 1982년 12월 31일 이전에 출생한 정규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영업과 리서치사업부 폐쇄를 결정했다.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업계가 군살 빼기에 나서면서 직원들의 동의를 얻은 자발적 희망퇴직도 꾸준히 있었다. 실적이 좋았을 때도 진행된 경우가 많아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자연 감소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올해는 업황 부진으로 인한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인원 감축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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