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흔들리는 은행권…관 출신 CEO 교체설 우려가 현실로
차기 농협금융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단독후보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펀드 사태’ 책임 언급, 용퇴 결정
우리금융·BNK금융·기업은행서도 ‘낙하산 경보’…관치 우려↑
금융권에 부는 ‘외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임기 만료를 앞둔 최고 경영자(CEO)들이 연임에서 낙마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그 자리를 관 출신 인사가 꾀차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세대교체’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대체로 은행권에선 ‘관치’로 보고 비판의 날을 세우는 모습이다.
농협금융 차기 회장에 친정부 인사 단독 추천돼
임추위는 이 후보자가 예산, 금융,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해온 만큼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고, 특히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손해보험에서 경력을 쌓고 금융 전문성과 통찰력을 보유했다며 CEO로서 역량을 갖췄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금융권 수장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손병환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과 함께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활약한 관료들이 후보로 거론돼 왔는데 실제 정치권과 연이 닿은 외부 인사가 오면서 이런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이 전 국무조정실장은 윤석열 대통령 후보 시절 캠프에 합류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도 맡은 만큼 농협금융 내부에선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에 다른 금융지주와 국책은행에서도 CEO 교체 가능성이 전해진다. 최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자리에 물러나며 그동안 발생한 라임펀드 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총괄적 책임을 지고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용퇴 배경을 전했기 때문이다.
앞서 11월 9일 금융위원회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라임 사태와 관련한 문책경고 징계를 의결했고, 당국은 최고 경영자인 지주 회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10일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과거 소송(DLF 제재 관련 취소 소송) 시절과 달라졌다”며 “당사자(손 회장)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신한금융 이사회와 조 회장 입장에서 펀드 사태의 책임과 관련해 당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3연임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노조도 날 선 비판 “당국 수장이 직접 개입하는 행태”
특히 기업은행장 선임은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금융사보다 외부 인사가 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노조에서도 우려를 내놓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철학과 다르게 금융권 낙하산이 연이어 거론된다”며 “BNK금융의 경우 이사회 규정까지 바꿔 외부출신 CEO 임명을 준비하고 있고, 기업은행은 직전 금융감독원장의 행장 임명이 유력하다는 설이 나온다”고 전했다.
우리금융 노조도 13일 성명서를 내놓고 “금융당국의 최고 수장이 최근 “현명한 판단" 등을 운운하며, 우리금융 CEO 선임에 직접 개입하는 행태를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노조는 “최근 언론에 따르면 YTN 전 사장 출신으로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맡았던 친정권 인사가 우리금융 (차기 회장) 하마평에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며 ”완전 민영화를 이룬 우리금융의 1대 주주는 임직원이 참여한 우리사주조합인 만큼 관치가 작용한다면 금융시장을 퇴보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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