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만료’ 블록버스터 의약품 대체제 경쟁 본격 시작 [바이오시밀러에 쏠린 눈①]
의약품 매출 1위 ‘휴미라’…내년 미국 특허 만료
암젠·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시밀러 출시 예정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걸고 있다. 내년부터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의 특허가 잇따라 만료되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통상 특허가 만료되면 오랜 기간 누린 독점 판매의 수혜를 반납한 뒤 제네릭 등에 시장 점유율을 넘긴다. 미국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바이오시밀러가 내년에만 10개 이상 출시될 예정이다.
내년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10종 이상 출시
휴미라는 최근 10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의약품을 제외하고 매년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은 207억 달러(약 26조원)이며, 미국 시장에서 올린 매출만 173억 달러(약 22조원)에 달한다. 내년 미국에서 휴미라의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수많은 바이오시밀러가 본격적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휴미라가 매출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지난 7일을 기준으로 출시 허가를 받은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는 7개다.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2016년 9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암제비타’의 출시 허가를 가장 먼저 얻었다. 이듬해 8월 베링거인겔하임이 ‘실테조’를, 2018년 10월 산도스가 ‘하이리모즈’를, 2019년 11월 화이자가 ‘아브릴라다’를 연달아 승인받았다.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9년 7월 ‘하드리마’의 미국 출시를 허가받았고, 내년 7월을 목표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물론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와 맥킨지 등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지난해 187억 달러(약 24조원)에서 2030년에는 3배 이상 증가한 740억 달러(약 9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도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약품 가격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를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이는 정책도 이런 움직임의 일부다. 미국 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려는 기업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바이오시밀러 가격 경쟁력 높아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이 계속 낮아지면서 미국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있다. 암젠의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된 후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은 제품에 따라 4%부터 21%까지 하락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가격도 제품에 따라 적게는 9%부터, 많게는 24%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여러 시장조사기관의 자료를 종합하면 최근 3년 내 출시된 바이오시밀러는 출시 후 평균적으로 75%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이전에 출시된 바이오시밀러는 출시 후 3년 뒤 3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제약사 중 가장 먼저 미국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은 암젠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암젠이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암제비타를 출시하고 5개월 뒤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같은 시기 베링거인겔하임과 코헤루스 등도 미국 시장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달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라,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긴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시장에 가장 먼저 출시된 바이오시밀러가 후발주자보다 더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해왔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각축전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들이 내놓을 바이오시밀러 차별화 전략에도 이목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낮은 가격만이 바이오시밀러의 유일한 경쟁력은 아니”라며 “바이오시밀러 제조 경험이나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한 경험, 바이오시밀러를 제공할 여러 병·의원을 탐색하고 운영한 경험 등도 (의료진과 환자의 선택을 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un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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