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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줄 폭탄 도화선 되나’ 둔촌주공 계약에 촉각 곤두서 [PF 공포①]

계약 결과 따라 PF 차환 실패 시, 위기감 고조
PF 시장 급랭 파장, 건설사·증권사 악화로 확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올해 서울 분양시장의 최대어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의 계약 전망에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당첨자 계약 때 미계약분 발생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림픽파크포레온은 2023년 1월 3~17일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정당계약을 진행한다. 당첨자 계약 때 계약률이 저조하면 ‘무순위 청약’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4786가구의 일반분양 물량이 나와 관심을 받았지만,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7대 1 경쟁률에 그치고, 일부 타입은 2순위 청약까지 이어졌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약 1만200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이고 서울지하철 5·9호선 더블역세권, 준수한 학군 등의 장점으로 10만 청약설까지 제기됐지만 2만153명이 접수하면서 평균 경쟁률은 5.45대 1에 그쳤다.  
 
고금리 기조와 집값 하락 우려에 흥행불패 신화를 갖고 있는 서울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둔촌주공도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일반분양 규모가 미니신도시급에 준하는 대단지인데다, 금리인상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일례로 분양가 13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전용 84㎡형 등에 자금력을 갖춘 실수요자들이 일명 ‘묻지마 청약’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미계약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집값이 하락하면서 분양을 받아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예상되면 청약통장을 버리더라도 계약을 하지 않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과거 집값 상승기에는 청약에 당첨만 되면 인근 단지의 시세보다 더 낮은 가격에 분양을 받을 수 있어 소위 '로또청약'으로 여겨진 상황이 아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돼서다. 게다가 대출 등 자금 공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 완납 부담이 커진 점도 발목을 붙잡는다. 특히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2년 실거주 기간을 충족해야 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8년으로 길다는 점도 당첨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초기 계약률’ 주시…PF 상환, 조합원 부담금 등에 후폭풍

이제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초기 계약률’이다. 계약률이 PF 상환과 조합원당 부담금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합 계획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초기 계약률 80%를 넘어야 한다는 관측이다. 초기 계약률 80%는 달성해야 PF 상환은 물론 조합원 분담금 책정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분담금은 조합원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억2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초기 계약률이 저조해 PF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 조합원 분담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여파로 단기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약 7000억원 규모의 PF 차환 발행이 무산될 뻔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지난 10월 28일 만기를 하루 앞두고 둔촌주공 PF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을 마무리했다. 부동산 PF발(發) 자금 경색이 우량 사업장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됐다.  
 
시공단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이자를 포함한 기존 사업비 7231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는 내년 1월 19일이다. 당초 조합은 내년 2월 분양을 예정했으나, 연 12%에 달하는 고금리 이자부담에 분양일정을 앞당겼다. 정당계약 일정을 17일에 마감하는 것도 만기가 19일인 PF 때문이다. 분양 계약금으로 7231억원의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서다.
 
만약 올림픽파크포레온의 흥행 실패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를 급격히 얼어붙게 만들면 부동산 PF 시장 전반에 연쇄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중소형 건설사나 사업장도 어려워질 수 있으며, 부동산 PF에 대한 위험 노출(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가 구조적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계약률이 저조할 경우 부동산 PF에 대한 위험을 고려하면서도 섣부른 우려의 시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둔촌주공이 사실 상당히 입지 여건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무순위 청약까지 간다면 다른 개발 사업의 PF사업은 더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PF사업들이 상당히 이제 부실화되는 데 상당히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그래도 실수요자들이 청약을 했기 때문에 계약률은 상당히 양호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 방향은 민간 정비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건데, 만약 둔춘주공 계약률이 저조 여파 등으로 6000가구가 재산을 날리는 상황이 되는 것을 그냥 둘 수는 없다”며 “또 다른 지원책을 내든 채권단에 유예를 하든 방법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만약 미계약이 꽤 발생한다고 해도 시간을 갖고 무순위 청약도 진행 될 것”이라며 “제도 개편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 사는 무주택자에게 ‘줍줍’ 기회가 주어지면 지방에서 사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기자 wave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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