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IRA 우려에 ‘휘청’…증권가는 “지나친 저평가” [이코노 株인공]
나란히 52주 신저가 경신…전기차 판매 차질 우려↑
현지 점유율 3위권…IRA 충족 전까지 버틸 체력 확보
[이코노미스트 박경보 기자] 지난주(12월 19~23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2360.02) 대비 46.33포인트 하락한 2313.69에 마감했다. 한 주 동안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832억원, 7312억원씩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1조451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번 주(12월 26~30일) 코스피 지수는 2310~241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 기아와 함께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일 현대차는 장중 15만4500원까지 떨어지면서 이틀 연속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기아도 6만9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기아가 6만원대로 떨어진 건 2020년 12월 23일 이후 약 2년 만이다.
현대차‧기아의 주가를 끌어내린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에 따른 실적 우려다. 지난 8월 발효된 IRA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한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국내에서 생산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아이오닉5, EV6 등 미국에 수출하는 전기차 전량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지을 예정이지만, 가동 시점(2024년 이후)을 감안하면 수년간 보조금 공백은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미국 측에 IRA 시행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미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과 광물 조건에 대한 지침을 담은 세부 사항을 내년 3월에 발표할 계획이다.
미국 완성차업체인 GM에 따르면 IRA 충족 여부는 전기차 수익성의 5~7%p를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IRA가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유예기간 부여‧미국산 범위 확대)되지 않는다면 현대차그룹의 내년 전기차 실적은 큰 폭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만 증권가는 현대차‧기아의 주가에 전기차 관련 우려가 과도하게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수익성이 급격히 위축된다고 해도 주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여지는 제한적이란 판단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지난 8월 이후 테슬라, 포드에 이어 전기차 판매 3위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는 단기적으로 올해 말 전기차 판매 실적, 러시아 전쟁 고조, IRA 개정 여부를 두고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내년 상반기 기저효과에 따른 증익 구간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주가는 저평가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IRA 발의에 따른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 둔화 우려는 8월 이후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며 “IRA로 인해 불리하지만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충분한 공급이 이루어진다면 시장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IRA 관련 우려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의견도 있다. IRA의 두 가지 요건(현지생산 또는 배터리부품‧광물 최소비중)을 함께 충족하는 완성차업체가 많지 않고, 전기차 시장은 수요 우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IRA 관련 다양한 불확실성이 주가의 변수가 되고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보조금은 축소단계에 진입했다”며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대부분 광물 크레딧 요건 미충족으로 3750달러 수준의 보조금에 그치고 있고, 현대차‧기아의 내년 미국 전기차 시장 침투율은 여전히 8% 수준으로 예상돼 실제 경쟁강도는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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