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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정기예금 해지한다”…역머니무브 끝났나

매달 수십조원 불어나던 정기예금…지난해 12월 8.8조 급감
고물가에 대출 이자 부담 늘자 고객 자금 관리 어려워져
은행권 “일부 지점서 정기예금 해지 고객 늘었다고 전해와”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 옆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직장인(29) A씨는 지난해 12월 한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빌린 전세대출 1억2000만원의 금리가 이달부터 5.26%로 오른다는 문자를 받았다. 6개월 단위로 변환하는 변동금리인데 전달까지만 해도 2.90%였던 금리가 크게 오른 것이다. A시는 “기존 월세를 내는 것과 비슷해졌다”며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으로 시중의 돈이 몰리는 이른 바 ‘역머니무브’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은행마다 정기예금 금리를 내린 영향도 있지만 고물가와 이자 부담 증가로 서민들이 자금을 예치해둘 여력 자체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 8.8조 감소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이 지난해 말 들어 전달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8조4366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8조8620억원 감소했다. 월말 기준으로 정기예금 잔액 감소는 지난해 3월 말 6조4454억원 감소 이후 9개월 만이다.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해 들어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의 정기예금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늘었는데 월별 증가액을 보면 ▶9월 32조5000억원 ▶10월 56조2000억원 ▶11월 27조7000억원 등을 기록했다. 이에 1월부터 11월까지 총 215조3000억원 확대되면서 이미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 증가액을 기록했다. 이에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11월에 95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은은 이런 현상과 관련해 은행의 자금유치 노력과 수신(예·적금) 금리 상승에 따라 가계·기업의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식 시장이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하락장이 지속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높은 금리를 제공하게 되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이 은행으로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은 11월에 전월 대비 27조7000억원 증가했다. [자료 한국은행]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11월 말까지 각 은행이 연 5%가 넘는 금리를 정기예금을 제공하며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선 바 있다. 11월 30일 기준으로 NH농협은행의 ‘NH올원이(e)예금’ 금리는 최고 연 5.10%,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는 5.00%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까지 보여준 정기예금 증가가 이어질 경우 2022년 정기예금 잔액은 사상 첫 100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금융당국의 금리 경쟁 자제 요구가 나오면서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일제히 떨어졌고, 이에 12월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전달보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각 은행에 따르면 3일 현재 은행별 정기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는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4.52%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4.45%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4.40% ▶KB국민은행 ‘KB스타(Star) 정기예금 4.19%’ ▶NH농협은행 ‘NH올원이(e)예금’ 4.15% 등이다. 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달여 만에 0.95%포인트나 떨어졌다.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 연 7.22%.…대출 이자 부담↑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2020년=100)로 작년보다 5.1%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5%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정기예금 감소가 올해부터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진 것에 더해 고물가, 고금리 현상이 지속하고 있어 서민들의 지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에 묶어둔 자금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리 상승이 은행 고객들의 자금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발표한 ‘1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11월 중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5.64%로 전월 대비 0.3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2년 5월에 기록한 5.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계대출 금리는 연 5.34%로 전월 대비 0.23%포인트 올랐고, 특히 변동금리로 이뤄져 있는 일반신용대출의 경우엔 연 7.22%를 기록해 전월보다 0.63%포인트나 크게 올랐다.  
 
이로 인해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 잔액 기준은 2.46%포인트로 각각 전월 대비 0.10%포인트, 0.05%포인트 확대됐다.  
 
여기에다 높은 물가 상승률도 서민들의 자금 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7.71(2020년=100)로 작년보다 5.1%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5% 이후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과 있다”고 평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도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난해와 같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특히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진 점이 가장 큰 영향으로 분석되는데, 고객들이 정기예금을 해지한다는 이야기가 영업점에서 들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우 기자 yw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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