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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는 기본값…경제계 핵심 키워드는 ‘변화‧기회‧도전’ [신년사로 본 재계 전망도②]

정의선 “변화 뒤쫒기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
구광모 “도전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김승연 “미래 성장동력 확보 위해 과감한 투자”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인들과 떡을 자르고 있는 모습.[사진 대한상공회의소]

우리나라 주요 기업 총수를 비롯한 경영진들은 올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와 마주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수출도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신년사를 통해 모두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 오히려 이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이런 상황을 기회 삼아 뛰어오를 수 있도록 도전하자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3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에서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를 위해 2023년을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변치 않을 신뢰를 형성하고, 능동적으로 변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회장의 신년사가 주목받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대면 신년회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동 본사가 아닌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남양연구소에서 신년회를 진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 기술력의 핵심을 다루는 곳에서 그룹 총수가 새해를 시작한 만큼 변화와 도전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공동 신년사를 통해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한 부회장은 “위기 때마다 더 높이 도약했던 지난 경험을 거울삼아 다시 한번 한계의 벽을 넘자”고 말했다. 또 “현재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위상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며 “경영 체질과 조직 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미래를 위해 더욱 과감하게 도전하고 투자하자”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번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2일 삼성전자 사장단과 함께 저녁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직을 다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6년여 만에 열린 삼성 사장단 회의를 시작으로 불과 일주일 만에 이재용 회장과 삼성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올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이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다른 기업보다 빨리 2023년 신년사를 발표하며 LG 구성원이 회사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임직원에 “여러분의 실천과 도전들이 인정받고 더 큰 기회와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겠다.”며 도전과 실천을 강조했다. 또 올해는 ‘내가 만드는 고객가치의 해’가 돼야 한다며 “모든 구성원이 LG의 주인공이 돼 고객 감동을 키워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도 미래 성장 동력과 핵심 역량 확보, 이를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눈앞의 현실에만 급급하기 쉬운 어려운 때일수록 우리는 내실을 다지면서도 미래 성장동력과 핵심역량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동시에 그늘이 더욱 깊어지는 시기인 만큼 우리 사회의 온도를 높이기 위한 기업의 책임에도 적극적으로 임하자”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해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사업을 키운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을 이끄는 글로벌 메이저 사업으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함해 지속적인 신사업 확장과 사업 재편 같은 미래 지향적 경영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다양해진 사업, 지역, 인적 구성에 맞는 글로벌 최고의 역량을 갖추기 위하여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춰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LG 임직원들에게 영상 신년 인사가 담긴 이메일을 전달했다. [사진 LG]

“개혁‧개혁‧개혁” 경제단체 한 목소리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달라며 ‘개혁’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은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3년, 한국경제는 성장과 퇴보가 갈리는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며 “‘환부작신(換腐作新)’의 자세로, 전방위적 구조개혁을 추진해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해야 할 때”라고 했다. 환부작신이란 썩은 것을 도려내 새것으로 바꾼다는 뜻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노동개혁, 규제개혁, 교육개혁과 같은 개혁 과제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는 데 적극 나서 달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자유롭고 역동적인 경영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나친 규제는 과감히 없애고, 기업이 혁신을 유도할 수 있도록 규제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위기의 파고를 극복하려면 모든 경제 주체들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기업과 정부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원 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 핵심 축인 수출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교역 구조와 그린·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수출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규제나 제도의 개선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전했다. 구 회장은 “무역입국 60년의 자신감과 열정으로 위기 극복을 넘어 한 단계 높은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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