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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최종금리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부채도사]

대출 이자 부담 늘며 한은의 ‘최종금리’에 관심 높아져
한은, ‘연 3.50%’ 내놓은 후 변동 여지 다시 밝혀
美 연준의 ‘자국만 위한 정책’ 영향에…韓 최종금리 변동 불가피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부채가 자산이라는 말은 회계상 표현일 뿐,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금리 연 2%와 연 6%는 분명 다릅니다. 대출로 집을 샀어도 그 대출로 집을 잃을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1870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서울 시중은행에 붙어 있는 대출 광고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통을 감수하겠다.”

2022년을 회상하면 떠오르는 표현이다. 지난해 초부터 한국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했음에도, 막상 금융통화위원회 현장에서 듣는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생각보다 파급력이 강하게 다가왔다. 

여기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고통을 감수할 것”을 말하면서 경제 주체들의 긴장감을 더 높였다. 파월의 해당 발언이 나온 후 일부 한은 관계자들은 “미국 국민이 아니라 한국 국민을 향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변동금리로 이뤄진 국내 가계부채 부실 확대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훨씬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시장의 눈길은 한은의 ‘최종금리’에 집중돼 있다. 이자 부담 증가에 금리 상승이 멈추길 바라는 심리가 커진 것이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상단이 연 8%를 넘어 고통을 감내할 수준을 넘어설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서도 최종금리에 대한 기대는 아직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다. 

물가와 수출 상황을 보면 이유가 설명된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인 472억 달러(약 60조원)를 기록했다. 수출이 사상 최대를 달성했음에도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수입액이 커진 영향이다. 에너지 가격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치솟아 적자폭을 키웠다. 환율은 언제든 수입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태세고 한미 금리차는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무역적자 장기화가 우려된다.  

결국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를 더 높여 환율 방어와 수입물가 안정을 유도해야 할 명분이 쌓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은의 고민도 크다. 가계·기업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기 때문이다. 물가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자니 경제 주체들의 이자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통위 직후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많은 금통위원들이 연 3.50% 수준을 지목했다고 전했다. 현재는 연 3.25%다. 이 말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한 번만 더 올릴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전해졌다. 한 경제학자는 본 기자에게 “경악했다”고 말했다. 미국 연준은 금리 인상을 멈출 기미가 없는데, 한은이 이와 별개의 통화정책을 펼칠 듯 이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최종금리를 내놓게 되면 정책적 한계를 시장에 전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예고된 최종금리 수준보다 금리가 높아지면 한은 예측이 틀렸다는 이미지만 강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결국 미국 금리 인상 속도와 국내 물가 및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동적 금리 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현재로서는 답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런 점 등 때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다시 지난해 12월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며 최종금리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앞으로도 미국은 자국의 경제 살리기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고통을 인내할 정교한 정부 정책이 요구된다. 시장의 유연화를 위한 규제 완화도 그 중 하나가 된다. 가계와 기업은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꾸거나 부채 자체를 줄이는 것도 현명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물가는 여전히 한은 목표치의 두 배가 넘는다. 미국은 더 심하다. 그래서 미 연준이 올해도 계속 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을 따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최종금리를 바라는 것은 희망 수준에 그칠 수 있다. 희망과 현실이 언제나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고통을 감수할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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