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말기로 향하는 중…“경기침체로 진화”

[시계제로 2023 한국경제 어디로]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신년 경제전망 인터뷰
“스태그플레이션 진행 되며 韓 경기 침체 초입 돌입”
“대내외서 비용 증가한 기업들 위해 경직된 규제는 손질해야”
“독점력 행사하는 금융기관에 당국 역할 필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위기는 ‘알려지지 않은 모름’(unknown unknowns)에서 비롯된다. 네오콘의 핵심이면서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전 국방장관이 남긴 말이다. 예측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예측조차 불가능한 위기가 갑작스럽게 일어날 때, 우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예외도 있다. 최근 불어 닥친 경제 위기가 그것이다. 예측된 위기 앞에서도 대처가 어려웠고 그 결과 올해 경제침체도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많다. 모두가 다가오는 경제 침체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지난해 초부터 당국자들도 인정하지 못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설명하고 경고해온 경제학자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성장률이 침체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가 계속 오르는 상태를 말한다. 금리 인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저성장·고물가라는 ‘불황의 시대’를 의미한다. 

성 교수는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를 거친 우리나라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다. 그를 만나 2022년의 경제를 평가하고, 2023 우리나라가 마주치게 될 위기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은 현실화됐다”

Q 중앙은행에서도 아니라고 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지난해 초부터 주장해왔다. 

우리 경제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 요인은 몇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만드는 가장 핵심에는 공급 충격이 있다. 즉 비용이 올라가는 현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도 있지만, 실제로는 전쟁이 일어나기 이전부터 비용 상승이 시작됐다. 글로벌 환경 규제가 진행되면서 탄소 배출이 높은 형태의 에너지를 사용하기가 어렵게 됐고, 그것은 비싼 에너지로의 이동을 의미했다. 그런 부분들이 겹쳐 있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비용이 높아졌고 물가 상승과 경기 부진이 나타났다. 

Q 2022년부터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됐다는 설명인가?

지난해에 거의 현실화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물가가 올라가면서 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 물가를 잡지 못하게 되면 라틴아메리카 국가처럼 물가가 임금을 올리고, 올린 임금이 다시 물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그럼 경제 회복이 어렵다. 이걸 막기 위해서 미국 등 대부분 국가가 물가를 제어하는 데 나서고 있다. 하지만 물가를 제어하는 과정에서는 추가적인 경기 하락 압력이 생긴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과정이 추가적인 경기 부진 요인을 만들기 때문에 중첩적인 경기 부진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Q 사람의 병으로 비유하면 현재 어느 수준인가.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눈다면?

중기 이상으로 진행돼 말기를 향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상당히 진행 중이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기본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만들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이 경기 하강 국면(리세션, Recession)으로 진행되는 구조를 갖는다. 지금 수출도 어렵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기 하강 압력이 외부에서도 오고 있다. 매우 강한 경기 후퇴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리세션으로 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Q 그럼 한국은행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는 설명인가. 

지금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더해 코로나 펜데믹 이후 풀려나갔던 유동성 이슈가 더해진 상황이다.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코로나 위기에 풀려나간 유동성을 회수하는 작업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을 만들어내는 국제적인 이슈에는 대응하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금리 인상 조정은 필요할 것이다. 다만 금리 조정만으로 현재의 경제 상황을 안정화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공급 충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에 고민이 필요하다. 

Q 그 부분은 중앙은행의 역할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비용 절감은 중앙은행의 역할은 아니지만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공급 충격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행정부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회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의해 비용 부담이 높아졌고, 물가 상승을 제어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높아지면서 비용이 추가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물가 관리의 최종 책임자로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필요하다. 행정부로서는 비용 상승을 상쇄할 방법으로 세금 부담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 

Q 기업의 규제를 풀아줘야 한다는 설명인지. 

일반적으로 풀어준다는 표현보다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편한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세금 이슈 외에도 경제 주체들이 새로운 사업에 신규로 진입할 수 있는 부분에서의 규제 완화도 생각할 수 있다. 과거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을 때 중요한 이슈가 금리만 아니라 어떻게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절하면서 해결하느냐에 있었다. 예를 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는 필요하지만, 그 규제를 경직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업종과 사업, 일하는 사람들의 분야에 따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경기 침체는 불가피, 관점은 ‘어떻게 피해 최소화할 것이냐’

Q 올해 경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체감되는 물가가 굉장히 높지만, 문제는 앞으로 경기 후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물가도 높은 상태고 경제 전망 수치는 낮아지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에서 예측된다. 현재 소비 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데 이는 코로나 펜데믹이 좀 해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출이 잘 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수출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당연히 국민소득이 악화될 수 있고, 기업 투자도 마찬가지다. 설비 투자가 약화되면서 경제 성장률을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건설 투자도 최근 매우 나쁜 상황이다. 부동산 구입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Q 소비까지 꺾이게 되면 기업들이 더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까지 약해지면 문제는 더 커진다. 다만 아직까지는 고용 자체에서 크게 나빠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고용시장의 구조조정이 시작되지 않았다. 다만 악순환이 심해지면서 소득이 감소하고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회사 등에서 구조조정 이슈가 나오고 있는데, 국내 금융권에서도 들리고 있어 실질적인 소비 위축이 시작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남산에서 시민들이 기업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Q 올해 경기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운 것인가. 

그럴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경기 후퇴 강도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해 우리가 받을 피해와 부담을 줄일 것이냐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Q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무엇인가. 

먼저 일자리 위협이 생길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이익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개인 일자리가 기업의 불황과 결합되어 있다. 또 우리나라는 공교롭게도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담보대출을 통해 주거를 마련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부분이 가장 큰 취약 고리가 될 수밖에 없다. 부채를 늘린 기업들이 있는데 흔히 말하는 벌어들인 수익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기업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개인 입장에서는 수입이 불안정한 가운데 부채로 인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부채다. 가계와 기업이 늘린 부채에서 상당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금융기관의 문제도 예상된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같은 상업용 부동산에 물려 있는 금융사들이 상당한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부채가 많다면 조정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은행의 지나친 수익 창출, 부메랑 돼 돌아올 수도”

Q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지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풀어줘도 괜찮다. LTV는 대출자가 파산됐을 때 담보물의 가치를 받아가기 위한 것이고 DSR은 원리금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규제다. 소득에 비해 원리금 상환액이 높게 대출받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금리가 더 상승하게 되면 경제에 엄청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DSR 규제 완화보다 LTV 완화와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아울러 지역의 공공 형태로 주택을 공급하는 게 현재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된다.

Q 최근 은행권에 일고 있는 관치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금융기관은 국민의 예금에서 자금을 조달해 대출을 발생시킨다. 그 사이의 금리 격차가 너무 커지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지나친 독점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관리감독이 중요하다. 지난해와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도 기본적으로 독점력과 관련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대형 은행들이 지나치게 높은 이익을 가져감으로써 금융 시스템이나 다른 경제 주체들이 위험을 높이게 되면 결국 금융사에 부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지나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 대해 감독 당국이 어느 정도 안정화시키는 것 자체는 궁극적으로 대형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바람직하다. 

Q 한은이 올해는 어떤 통화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었다는 신호가 잘 보이질 않는다. 미국에 계속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미국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한미 금리 역전이 진행된 상황이어서 계속 역전시킨 상태로 가는 데는 부담이 있다. 이를 고려해 금리를 어느 정도 올리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다만 불필요하게 올릴 필요는 없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처럼 시장에 추가적인 채무 불이행 위험을 높일 수준으로 할 이유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들 가운데에서도 장기적으로는 경영 상태가 괜찮지만 단기적인 유동성 문제에 있는 기업들까지 어려움에 빠지게 하지 않도록 일부 유동성 공급 등은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정교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필요한 부분에 자금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위기를 넘겨야 한다. 정부와 중앙은행, 경제 주체들이 모든 면에서 정교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

6수능 2개 틀려도 서울대 의대 어려워…만점자 10명 안팎 예상

7중부내륙철도 충주-문경 구간 개통..."문경서 수도권까지 90분 걸려"

8경북 서남권에 초대형 복합레저형 관광단지 들어서

9LIG넥스원, 경북 구미에 최첨단 소나 시험시설 준공

실시간 뉴스

128일 서울 지하철 9호선 일부구간 '경고 파업' 철회

2‘하늘길도 꽁꽁’ 대설에 항공기 150편 결항

3‘이재명 아파트’도 재건축된다…1기 선도지구 발표

4코스피로 이사준비…에코프로비엠, 이전상장 예비심사 신청

5‘3000억원대 횡령’ 경남은행 중징계….“기존 고객 피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