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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만에 일사천리'…오아시스가 IPO 가속페달 밟는 이유

골프존카운티·케이뱅크는 4개월째 무소식인데
예비심사 통과한지 2주 만에 증권신고서 제출
“몇 달 기다려도 시장 상황 바뀌지 않는다”
이커머스 1호 상장사 타이틀도 속도전 배경
컬리 상장 연기 직후라 ‘흑자기업’ 경쟁력 더 부각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권소현 기자] 오아시스가 공모청약 절차에 착수하면서 이커머스 1호 상장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지 2주 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상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오아시스가 ‘쇠뿔도 단김에 빼자’에 나선 데에는 1호 타이틀의 갖는 상징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상장 기한인 6개월 내에 증시 상황이 드라마틱하게 좋아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한몫했다. 

◇ 단기간 내 증시 분위기 반전 어렵다…GO 선택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12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위한 공모절차에 들어갔다. 7~8일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를 확정 짓고, 14~15일 공모청약을 실시하면 2월 말께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8일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5개월 만에 데뷔에 성공하는 셈이다. 

공모시장 대어로 꼽히는 기업들이 대부분 예비심사를 통과하고도 눈치보기를 하며 증권신고서 제출 시기를 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 9월에 예비심사를 통과한 골프존카운티와 케이뱅크는 4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 공모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고, 오아시스보다 일주일 먼저 예비심사를 통과한 LB인베스트먼트도 아직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았다. 


증시 분위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회사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곳들은 철회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만 바이오인프라, 라이온하트스튜디오, 골프존커머스, 자람테크놀로지 등이 증권신고서까지 제출했다가 다시 철회신고서를 내면서 뒤로 빠졌고, 이커머스 상장 1호의 강력한 후보였던 컬리는 작년 8월 상장심사 문턱을 넘어선 후 4개월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일정을 잡지 못하다 이달 초 상장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아예 심사 단계에서 철회한 곳도 있다. 잉카엔트웍스, 에스엠랩, 팍트라인터내셔널, 테토스, 프리닉스, 모노리스 등이 심사청구 후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자진 철회했다. 눈높이를 낮춘다 해도 워낙 유동성이 위축된 상황이라 공모청약 흥행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에는 공모청약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0~11일 공모청약을 진행한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 티이엠씨는 예정된 모집주수를 채우지 못했다. 앞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이 높지 않아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보다 12.5% 낮은 수준으로 결정했고 공모물량도 줄였지만 참패한 것이다. 공모주 청약에서 미달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이런 분위기에도 오아시스가 상장에 속도를 내는 것은 오래 기다린다고 시장 상황이 나아지진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물가나 금리와 같은 외부 여건이 단기간 내에 바뀔 것 같지 않아 몇 달 더 지체한다고 해서 유리해지는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며 “금리가 올라가면서 밸류에이션 환경이 달라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작년 자금경색이 발생했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채권시장(유동성 상황)이 많이 회복된 상태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 탐나는 1호 타이틀…컬리 대비 경쟁력 부각 효과도

이커머스 1호 상장이라는 타이틀도 오아시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오아시스에 투자해 지분 5.23%를 보유하고 있는 사모펀드 유니슨캐피탈이 1호 타이틀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작년 8월 컬리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을 때만 해도 오아시스는 느긋한 모습이었다. IPO를 추진하되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작년 6월 최대주주인 지어소프트가 오아시스 지분 3%를 이랜드리테일에 매각하면서 자금을 확보한 상태였던 데다 온에어 딜리버리나 퀵 커머스 등 신사업 진출에 방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사인 컬리가 상장을 연기하면서 오아시스에게 1호 타이틀을 차지할 기회가 돌아왔고,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컬리의 상장 연기가 오히려 오아시스의 경쟁력을 부각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성장성만으로 후한 평가를 받던 시기가 끝나면서 한때 4조원대로 평가받았던 컬리의 몸값은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실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어야 밸류에이션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새벽배송 주요 경쟁사 중에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해온 오아시스의 강점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컬리의 상장 연기 직후인 만큼 ‘오아시스는 다르다’는 포인트를 전달하기에 적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비교대상 기업 중에 오아시스는 외부 자금 수혈 없이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차이점”이라며 “작년 말부터 의왕 물류센터가 서서히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기존 성남 물류센터의 다섯 배 규모로 추가 설비투자 지출 없이도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장에서는 외형보다는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가를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컬리 대비 오아시스는 마케팅 강도 등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단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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