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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대못은 뽑혔는데 금리가 발목…주택시장 ‘바닥론’ 맞나[부동산시장 긴급진단]①

고금리 기조에 매매·청약·분양 시장 ‘휘청’
‘대마불사’ 둔촌주공 살리기…1·3대책과 HUG 보증에 정당계약률 70%
부동산 전문가들 “금리 안정 여부와 추가 대책이 시장 향방 가를 것”

2022년 12월 25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막기 위해 부동산 규제 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거래가 줄고 매매 가격 하락세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 빗장을 대폭 풀어 급격한 부동산 경기 하락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서울 분양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 아파트는 청약 시장에서 예상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아파트값은 7%대로 떨어져 2003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지난해 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4.68% 하락했고, 이 중 아파트 가격은 7.56% 내려갔다. 이는 부동산원이 해당 통계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 값도 7.70% 떨어지면서 역대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1년 전인 2021년만해도 8.02%의 오름폭을 보였지만, 2022년에는 그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이처럼 온기를 띄던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가장 큰 이유는 가파른 금리 인상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2년 한 해 동안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4.50%까지 무려 4.25%포인트 끌어올렸다. 한국은행도 지난 2022년 4월부터 11월까지 일곱 차례 올린 뒤 올해 1월 13일에도 한 차례 추가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는 연 3.50%로 상승했다.


2022년 7차례 금리 인상에 아파트값 7% 떨어져

빠르게 치솟는 금리에 끌어오르던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정부는 고심에 빠졌다. 부동산 경기가 급락할 경우 미분양이 늘어 건설업계 자금경색이 커지고 부동산에서 촉발된 위기가 금융권과 가계에까지도 순식간에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최근 정당계약을 완료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써 분양 투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며 부동산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둔촌주공은 지난달 진행된 1순위 청약에서 일반 분양 3695가구 모집에 1만3647명이 신청하며 평균 3.7대 1의 경쟁률로 마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는 1만2000여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단지로,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또 강남4구에 들어가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이라는 입지를 갖추고 있어 서울 분양 시장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가 청약 시장에서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하방 흐름이 본격화한 것이라는 부동산업계의 분석이 쏟아졌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022년 12월 실시한 청약 결과를 보면 1·2순위 청약에서 3695가구 모집에 2만153명이 지원해 약 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3구·용산 빼고 규제지역 해제…둔촌주공 수혜

정부는 2023년 연초부터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만 제외하고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1월 3일 내놓은 1·3대책을 통해 둔촌주공이 자리한 강동지역도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특히 분양가 12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둔촌주공 전용면적 84㎡형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도금 대출 허용 분양가를 기존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 1월에는 12억원 이하라는 중도금 대출 분양가 상한선을 없앴다. 또 2주택 이상 보유한 가구도 취득세 완화와 주택담보대출도 받을 수 있게 됐고, 전매제한이 8년에서 1년으로 줄고 2년의 실거주 의무도 폐지해 입주하면서 전·월세 임차인을 구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연 4%대 고정금리로 최대 5억원(만기 최장 50년) 대출이 가능한 특례자리보금론도 오는 1월 30일 출시할 예정이다. 2023년 1월 30일부터 2024년 1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하지 않아 대환 또는 내집마련을 고민하고 있던 실수요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정부가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에 7500억원 규모의 사업비 대출을 보증하면서 계약률과 상관없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이 가능해졌다. 정당계약 마감일인 1월 17일로부터 이틀 뒤인 19일 만기가 돌아오는 7231억원의 PF 대출을 갚는 데는 급한 불을 끈 상황이다.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1월 3~17일 이뤄진 정당계약 현장에서도 정부의 1‧3 대책 효과 언급이 끊이지 않았다. 고금리 기조에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자금 마련에 고민이 많았던 청약 당첨자들은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에 힘입어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부가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미분양 축소를 목표로 정책을 쏟아낸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마불사 둔촌주공',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 등 갖가지 수식어들도 함께 쏟아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15일 동안 이뤄진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 일반분양 정당계약에서 전체 계약률은 70%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일반분양 물량 가운데 가장 면적이 넓고 분양가격도 12억~13억원대인 전용 84㎡형은 계약률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1월 17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현장 모습. [연합뉴스]

위기 혹은 기회?…변곡점에 선 부동산 시장

둔촌주공은 입지나 규모 면에서 높은 관심을 모았고, 정부의 규제 완화의 수혜까지 한몸에 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아파트 분양 시장의 가늠자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번 둔촌주공 일반분양 정당계약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 정도 입지를 고려했을 때 실패한 분양’이라는 시각과 ‘침체된 시장 상황에서는 선방한 것’이라는 시각이 갈리고 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대표 겸 경인여대 교수는 “둔촌주공 일반분양 계약률이 70%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며 “중도금 대출 규제 완화 등 여러 규제를 다 풀어줬는데도 70%의 계약률이 나온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보통 청약 경쟁률과 계약률은 대체로 비례하는데 70% 정도면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라며 “예비당첨자 계약까지 고려하면 계약률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초기 분양률 70%는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규제를 풀지 않았을 경우 이 수치보다 더 낮게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 랩장은 “예비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는 점과 조합원 기성분까지 들어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사업 진행에 있어서 큰 리스크는 낮아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 주택 시장에서 양극화는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집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고, 대출금리까지 높다 보니 실수요자들이 선뜻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분양 시장 수요자들이 더 치밀하게 조건을 살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입지가 떨어지거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아파트는 분양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입지와 가격에 따라 극심한 청약 양극화가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입지가 좋은 단지는 ‘로또 청약’ 현상이 나오는 반면, 분양가가 비싸고 입지적 장점이 별로 없는 아파트는 미분양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 강화 또는 회복세 전환의 변곡점에 서있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금리 조정 여부, 정부 추가 규제 완화 정책 등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더욱 가라앉을지 회복세로 접어들지 방향성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현재 6만2000가구를 넘어선 전국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책을 통해 소득이 뒷받침되는 맞벌이 중산층들의 주택 구매를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도 전용 59㎡의 경우 9억~10억원 선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도 전용 59㎡ 기준 12억~14억원에 거래되는 등 서울 대단지 하락세가 조금씩 멈추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일단 서울은 하방 경직성이 지지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쉬어가는 상황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가장 많이 떨어졌던 경기도 위주로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추가 정책으로는 분양권 주택 수 면제, 미분양 주택 취득세 면제, 일시적 양도세 감면, 민간 임대주택사업자 혜택 강화 등이 거론된다. 다만 국회를 거쳐 법을 개정해야 하고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행 여부가 불분명하고 시장 상황을 상승세로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다양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실효성을 거두려면 아직 관문이 남아있다”며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 거래를 활성화하기에는 아직까지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HUG 기금을 통해 공공을 중심으로 한 임대사업을 지원할뿐 아니라 민간 임대사업자들에게도 세제 등 다양한 혜택을 늘려 미분양을 해소하는 데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과감한 민간 임대 활성화 정책은 다주택자들에게 투기적 주택 구입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부작용도 상존한다.

이 산업본부장은 “공공에서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를 위한 여러가지 민간임대 등록제도 완화를 통해 정부가 지원책을 펼쳐 민간 참여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민간 주택 매입임대사업자들에게 얼마나 농도가 짙은 혜택을 줄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이 같은 정책은 시장 급락을 막을 수 있는 카드로 쓸 수 있겠지만 사실상 다주택자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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