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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아이디어 훔쳤다”…도용 논란 ‘일파만파’ [롯데헬스vs알고케어 진실공방]①

롯데헬스케어 “시중 제품 참고해…탈취 아냐”
알고케어 “투자한다며 접근…법적 대응할 것”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사업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롯데지주]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롯데헬스케어가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사업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알고케어가 법적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스타트업 죽이기”라는 의견을 내놨다.

알고케어 “롯데헬스케어, 투자하겠다며 접근”

19일 업계에 따르면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자사의 영양관리 솔루션 일부를 베껴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영양제 디스펜서를 선보였는데, 이 제품이 자사의 기기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의 주장을 종합하면 롯데헬스케어는 롯데벤처스와 2021년 9월 알고케어에 사업 협력을 제안했다. 이들 기업은 알고케어와 여러 차례 만나 기기의 구조와 제품 특허, 복제품(카피캣) 방어 전략 등 사업 정보를 요구했다. 알고케어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 ‘뉴트리션 엔진’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관심이 알고케어와의 협력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의 디스펜서를 플랫폼에 도입하지 않고, 자사의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디스펜서로 사용자에게 맞는 영양제를 추천하고 공급하는 제품이다. 알고케어는 이런 과정에서 롯데헬스케어가 디스펜서의 카트리지 형태에 관한 아이디어를 베꼈다고 봤다.

롯데헬스케어(왼쪽)와 알고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 [사진 각사]
알고케어가 개발한 디스펜서는 영양제 카트리지가 장착된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맞는 영양제 조합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알고케어의 디스펜서는 사용자가 영양제를 직접 넣어야 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카트리지 형태의 영양제를 제공한다. 영양제를 밀폐 상태로 보관할 수 있어 CES에서 3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법적 대응” vs “아이디어 탈취 아냐”

롯데헬스케어는 건강관리 분야의 신사업을 검토할 당시 영양제를 소분해 판매하는 아이디어를 이미 구상했다는 입장이다. 해외에는 사용자에게 맞는 영양제를 추천하는 디스펜서 형태의 기기가 출시돼 있다고도 했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알고케어의 주장대로 한번 보고 설명을 듣는 정도로 기술을 탈취할 수는 없다”며 “기존 건강기능식품 디스펜서를 참고해 롯데헬스케어의 사업 목적에 맞는 디스펜서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알고케어는 이달 중 법적 대응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롯데헬스케어가) 여러 슬롯의 카트리지를 위에서 아래로 꽂는 구조, 카트리지의 결합 유닛 장치의 구조와 원리, 디스펜서의 콘셉트와 디자인, 영양제 조합의 모습 등 알고케어의 디스펜서를 그대로 베꼈다”며 “공정거래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보고 법적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지난해 말 디스펜서에 대한 권리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특허심판원에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을 청구한 상황이다. 롯데헬스케어 관계자는 알고케어의 법적 대응에 대해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사업 아이디어를 탈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며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과 관련한 심결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죽이기”…정부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가져갔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벤치마크한 사례 중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며 “특히 디스펜서를 비롯한 하드웨어는 스타트업보다 대기업이 유통이나 가격 면에서 유리한데, 사실상 알고케어를 장기적으로 죽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알고케어 대표가 유명 법무법인 출신 변호사라 채증을 잘했다”며 “여론이 알고케어 쪽으로 기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알고케어처럼 대응하기 어렵다”며 “채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스타트업만 억울했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빠르게 사태 파악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알고케어가 기술 침해 행정조사와 기술 분쟁 조정을 신청한다면 빠르게 조정이 성립되도록 조치할 것”이라며 “조정 불성립 때는 소송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알고케어가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증거 자료를 확보하거나 법무지원단을 통해 중소기업 기술 보호와 관련한 법령상의 위법 여부 및 신고서 작성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며 “기업이 원한다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특허청 등 소관 부처에 신고하기 위한 법률 자문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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