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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분양 주택 매입’ 논란에 “건설사 구원투수 NO”

정부가 미분양 주택 매입해야 할 정도로 위기 상황 아냐
분양가 인하 선행 등 건설사 자구책 마련이 우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부동산 경기침체로 빠르게 늘고 있는 미분양 주택을 정부가 매입하는 안에 대해 국민 혈세로 ‘건설사 살리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아직 적극적으로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개한 '2022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107호로 전월보다 17.4%(1만80호) 증가했다. 미분양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연속 1만호씩 늘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호를 넘어섰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건설업계는 정부에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적극 개입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정부가 미분양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 회장은 “주택 건설업계의 위기가 금융권 등 거시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공기업이 나서서 민간 미분양 주택을 적정 가격에 매입하거나, 미분양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제외하는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국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정부가 매입에 나서달라는 업계 목소리가 커졌다.

문제는 이러한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목적으로 얼마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민간아파트 수십 채를 한꺼번에 샀는데, 너무 비싸게 샀다는 ‘고가 매입’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LH는 전세매입임대 사업 일환으로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가구당 2억1000만∼2억6000만원대, 총 79억4950만원에 매입했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해 서울의 대표적인 미분양 아파트다. 지난해 2월 본청약에서 6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으나, 미계약 물량이 쏟아졌다. 지난해 7월 15% 할인 분양에 나섰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계속 미분양 아파트로 남았다. 

미분양 ‘고가매입 논란’…“건설사 자구책 필요”

민간 건설회사 물건을 공공기관이 나서서 매입한 데 대해 가격이 적정했는지 논란이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지난 1월 18일 발표한 논평에서 “최초 분양가보다 15% 할인해도 수차례 미분양된 주택을 LH공사가 추가 할인없이 매입하는 것은 사업을 잘못한 건설사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조치”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LH가 서울 강북의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것을 두고 “현시점에서 그 가격에 샀다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LH는 수유동 칸타빌 매입과 관련해 “공사가 매입한 소형평형(전용 19~24㎡형)은 애초 분양가 할인 대상이 아니었으며, 감정평가를 거쳐 평균 분양가 대비 12%가량 낮은 금액으로 매입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 하면서도 당분간은 미분양 주택 매입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국토부는 정부의 미분양 매입 이전에 건설사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분양의 주요 원인은 높은 분양가라고 보고 분양가 인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토부는 미분양 주택 매입을 하더라도 매입 단가와 건설사 자구 노력, 재정 여력, 임대 수요, 지역별 미분양 주택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아직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국토부의 판단이다. 정부가 이전에 미분양 주택 매입에 나섰을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으로, 당시 미분양 수치는 2008년 12월 기준 16만5599호까지 치솟았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분양되지 못해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5만호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7518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에서도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6만8000호를 넘어선 것은 위험수준으로는 안 보인다는 시각도 나온다. 집값 폭락론이 득세하던 2010년대 초중반에도 저 정도 수치는 시장에서 큰 문제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전 정부에서 부각된 주택시장 호황기가 꺾인 정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이 한창 좋을 때 민간기업들이 사업·분양계획을 세워 추진한 물량들이 지금 실제 분양물량으로 나오는 것인데, 이걸 정부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미분양아파트 공공매입 후 임대는 좀 더 면밀한 기준을 적용해서 시범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며 “품질, 입지, 가격에 대한 기준 등을 마련해 미분양 아파트에 과도한 혜택이 되지 않도록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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