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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대표 "한국은 투자할 곳 많아…기업 가치 올리려면 뭐든 한다" [이코노 인터뷰]

[보폭 넓히는 행동주의펀드]③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운용 대표
에스엠 다음은 금융지주…은행 배당 높이면 모두가 '윈윈'
행동주의펀드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강조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안혜신 기자]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뽑으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부터 에스엠(041510)엔터테인먼트(SM)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캠페인을 주도했다. 

지난해 에스엠 주주총회에서도 얼라인파트너스가 주주제안으로 올린 곽준호(KCF테크놀러지스 전 최고재무책임자) 감사 선임안이 가결되면서 변화의 서막을 알렸다. 올해 초에는 지난해 12월 비공개주주서한을 통해 얼라인파트너스가 요구한 핵심 사항을 에스엠이 모두 받아들이면서 이 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에스엠 이사회에 입성한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에도 얼라인파트너스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설치를 통해 계열사 간 거래를 견제키로 했다. 이밖에 향후 3년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 환원에 활용한다.

1년간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스엠을 상대로 부단히 이어온 주주캠페인에 마침표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1월27일 5만6000원까지 하락했던 에스엠 주가는 지난달 31일 기준 8만8000원까지 오르면서 상승률 57.14% 를 기록했다. 

소액주주의 승리를 이끈 이 대표는 주주제안을 통해 한국 주식 저평가(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고, 또 해소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여의도 얼라인파트너스 본사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사진=얼라인파트너스]

2021년 9월 창업했는데 1년 만에 시장의 이슈메이커가 됐다. 특히 에스엠에 대한 투자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에스엠을 처음 타겟으로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우선 케이팝(K POP) 산업이 잘 될 것이라고 봤다. 특히 BTS(방탄소년단)이 잘 되고 있는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른 데도 더 잘 될 수 있는 환경이다. BTS를 좋아하면 또 서로 연관검색어로 다른 가수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하다보니 관련해서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자 대상을 찾다보니 가장 싼 주식이 에스엠이었다. 멀티플이 너무 쌌다.

가격 뿐 아니라 특정 한 그룹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엔시티(NCT)만 해도 그룹이 많고 멤버도 많다. 예전처럼 그룹 내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어느 정도 방어가 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이 투자자 입장에서 좋다고 봤다. 어릴 때부터 에스엠 팬이기도 했다. 가격 매력도도 그렇지만 매출이 늘어나고 이익도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제일 처음만하더라도 에스엠의 반응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그래도 일부러 주주서한을 보내고 계획대로 행동했다. 당시 인수합병(M&A) 이슈도 있고 해서 답변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스엠이 결국 받아들이게 된 계기가 있을까.

정말 열심히 전국을 뛰어다녔다. 당연히 (에스엠 측이) 주주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감사 선임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싸우기 위한 명분이었고, 그걸 명분으로 주총에서 싸워서 이긴 것이다. 전자위임을 유용하게 활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주총 당시 얼라인파트너스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0.91%에 불과했다. 하지만 얼라인 측은 다른 주주들로부터 발행주식수의 약 30%에 달하는 의결권을 위임받았다.)

에스엠 다음으로는 국내 7대 은행지주를 저격했다. 은행들에 과대 대출 늘리기 자제, 순이익 50% 이상 배당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다음으로 은행지주를 목표로 한 이유가 있나.

가장 단순하게는 얼라인이 은행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은행주가 너무 싸다. 주가순이익비율(PBR) 0.3이고 주가수익비율(PER)이 3배다. 이런 섹터가 우리나라에 없다.

은행주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 아닌가.

주가가 싸서 그렇다. 배당이 많은게 아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이익의 25%밖에 배당을 하지 않는다. 이익 대비 얼마만큼 배당하는지가 중요하다. 지금 배당 수익률이 높다고 나오는 것은 주가가 싸서 그런 것이다. 착시 효과다.

배당을 늘리면 주주들만 좋은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결국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 해외 은행들은 이익의 65%를 배당하는데 우리나라는 25%밖에 하지 않고 있다. PBR은 0.3배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위기가 왔을 때 자본 조달이 되지 않는다. 주식 발행을 할 수가 없다. 그럼 위기에서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에서 세금을 투입해야한다. 반면 해외 은행들은 PBR이 평균 1.3배다. 이러면 주식 발행을 통해 자본 조달을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은행의 건전성에 있어서 자본 비율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자본 비율은 충분하다고 본다. KB, 신한, 하나 등은 13%에 가까운데 해외 은행 평균은 11.9% 저도로 우리나라가 더 높다. 자본비율은 12% 정도면 충분하다. 자본이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자본비율은 충분하고 배당을 하지 않으면 결국 이걸 대출에 활용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최근 5년 동안 1년에 평균 3%씩 성장했는데 우리나라 은행 대출은 1년에 연평균 9%씩 늘었다. 그 결과 부채 비율이 높아졌다. 경제가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이 배당을 정상적으로 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대출 성장률이 GDP 성장률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결국 국가 전체적으로도 과도한 부채 비율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 주주들은 주가가 올라서 좋고, 은행은 주식시장에서 자본을 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되고, 국가 부채 문제도 완화되고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 충당금 적립 요구 장치 마련한다고 하면서 배당 확대 차질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혀 관계가 없다. 얼라인이 이야기 하는 부분은 앞으로 버는 돈에 대해서 일정 비율을 배당 및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하라는 것이고 특별대손준비금은 기존 대차대조표에 있는 이익 잉여금 중에 일부를 대손준비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익 잉여금이 배당 가능 이익이다. 얼라인의 주장도 기존에 있던 원래 배당 가능 이익을 쓰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금융당국이 말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에 주주들도 화답하는 분위기다. 과거엔 기업사냥꾼이란 이미지가 강했는데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보나. 

투자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다들 잘 몰랐고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다. 과거 행동주의펀드들도 지금과 방식이 다를 수는 있어도 이상한 주장을 하진 않았다.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등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고 본다. 그런데 이해도가 떨어지다보니 기업사냥꾼 이런 말도 나온 것 같다. ‘먹튀’ 라는 말도 사실 투자해서 돈 벌면 팔고 나가는게 맞지 않나. 그걸 안하려면 아예 투자를 하면 안된다. 투자자들이 요즘은 워낙 공부도 많이 하고 똑똑해지다보니 주주행동주의 흐름을 더 이상은 막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이창환(가운데)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직원들과 투자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얼라인파트너스]

얼라인 외에도 플래쉬라이트, 안다자산운용 등이 최근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영권을 두고 여러 운용사들이 경쟁하는 구도도 생기고 있는데 경쟁에 따른 부담은 없나. 

전혀 없다. 혼자만 행동주의를 한다고 하면 오히려 두드려 맞을 텐데 다 같이 하니까 힘이 생긴다고 본다. 모든 운용사들이 주주행동주의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탁자 책임에 의해서 자기가 투자한 지분의 기업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하기 때문이다.

다른 주주행동주의펀드와 무엇이 달랐길래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얼라인은 주주서한 보내고 끝이 아니다. 실제로 소송도 하고 주총에서 표 대결도 한다. 회계 장부와 이사회 회의록을 검토하면서 서한 보내고 소송도 하고 이사회에 직접 참여도 하려 한다. 

이력을 보면 골드만삭스, KKR 서울사무소 등 소위 잘 나가는 증권맨이었는데 굳이 스스로 회사를 차린 이유가 있는지.

내가 원하는 투자를 할 수 있다는게 가장 컸다. 잘 됐을 때 보상도 크고, 내 선택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보람도 있다. 항상 스스로를 믿고 있었다. 우리나라 상장 주식이 너무 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내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고 개미들이 갑자기 주식시장에 엄청 많이 들어오면서 그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주주 권리가 중요하고 우리나라가 비정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인식이 확산하는 것을 보면서 ‘이 분야에서 내가 확고하게 제대로 된 선두 주자로 나갈 수 있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얼라인을 설립하게 됐다.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행동주의를 이끈 가장 큰 원동력인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원인과 해소 방안은 뭐라고 보나.

법적으로 재산권 보호가 안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떤 회사 주식 10%를 가지고 있으면 그 회사에 관련된 모든 이익의 10%를 내가 받아야하지 않나. 그리고 회사 이사들은 주주 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일을 해야한다. 그런데 국내 상장 주식은 대부분 그렇지가 않다. 지금은 지분 20%를 가진 대주주가 회사 이익을 거의 다 독점한다. 재산권 보호가 되지 않으면 다른 주주들을 신경 쓰지 않으니 주식 가치가 싸질 수밖에 없다. 내가 주식을 가지고 있어도 그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그래도 우리나라도 점점 나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주주의 권리를 싸워서 찾아야 한다. 

쉽지 않은 싸움이다. 스스로 나서서 쉽지 않은 길을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부터 행동주의를 하겠다고 나온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저평가 된 회사를 많이 사서 장기 투자한다는게 얼라인의 전략이다. 그러면서 기업 가치를 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뭐든지 한다는 전략을 세우다보니 행동주의 펀드가 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행동주의가 가장 좋은 투자 전략이라고 본다. 내가 땀 흘려서 하는 것만큼 주식 가치가 오르고 실제 회사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닌가. 결국 기업도 좋아지고 사회도 좋아지고 우리도 보상을 받는다. 과정이 힘들기는 해도 잘만 하면 충분히 가능한 투자다.

에스엠과 은행지주 다음 목표가 있나.

딱히 정해진 건 없다. 여러가지 타깃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싸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는 것을 하려고 한다. 기본적으로 장기투자가 원칙이다보니 오랫동안 경기 사이클 등에 있어서 흔들리지 않을 만한 회사를 고른다. 또 어려운 사업 모델이나 복잡한 비즈니스는 고르지 않는다. 그러면서 싸야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유있게 싼 것이다. 그런데 그 이유가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이제 시작이다. 이제 드디어 되는 케이스를 한두 개씩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닌가. 행동주의가 통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잘 준비해서 하면 된다. 그리고 이제 된다는 것을 보여줬으니 더 큰 규모로 자금을 모아서 더 큰 스케일로 제대로 계속 하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할게 너무 많다. 미국에서도 아직도 행동주의펀드가 있다. 우리나라도 10년, 20년 뒤 상황은 지금과 다르겠지만 그때 상황에 맞춰서 계속 할 것이 있을 것 같다. 투자한 회사 기업 가치가 최대화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하려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결되면 할 일이 없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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